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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띠 Mar 05. 2020

고민많은 INFP 프리랜서가 되고 싶어요!

나는 왜 저 사람들처럼 할 수 없을까?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저의 캐릭터를 그린 그림입니다.

나는 왜 저 사람들처럼 할 수 없을까?


2017년 12월 겨울,

대학교 졸업 후, 반년간의 취준생활을 끝낼 취업에 성공했다.

주부들을 타겟으로한 육아, 살림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화장품을 좋아해서

쇼핑을 많이 했던 나는 영업직인 MD라는 직업이 나의 성향과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대학생 시절에도 올리브영이나 LG 화장품 판매 아르바이트를 할 때,

나름대로 손님들에게 화장품도 잘 판매했었으니까..

오픈마켓이나 여러 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MD라는 직업은 내게 참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나는 나에 대해 참 몰랐었던 거 같다.

특징없는 4년제 대학에 문과계열이었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정과 노오오력으로 밀고 나가면 잘 할 수 있게 될거라 생각했던거 같다.

이건 거의 내 신념과도 같았는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 생각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겠다는 애매모호한 결론이 내려졌다.

누군가는 열정과 노오오력으로 어떤 한계점을 돌파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러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진로와 취업을 고민하던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모든 포커스를  맞췄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쇼핑몰을 1년 채 다니지 못 한 11개월만에 퇴사했다.

한 달만 더 다니면 퇴직금이라도 받을 수 있었지만,

모두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더 다니다간 내가 죽겠다 싶어서 도망치듯 퇴사를 했다.


입사 후, 7일 만에 내가 속했던 팀의 팀장님이 퇴사를 하셨다.

문제는 팀장님의 퇴사를 팀원들이 당일 날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된 내게 팀장님의 퇴사 소식을 알려주시지 않아,

그 후에 팀장님이 퇴사하신걸 알게 되었다.

2번째 팀장님은 2주 정도 다니셨고, 3번 째 팀장님은 3달 정도 다니셨다.

팀장님의 부재와 더불어 중국어를 할 수 있던 내가 새로운 사업의 담당자가 되었다.

신입인 나는 새로운 사업의 담당자를 보조 하는 역할로 입사한건데

담당자들의 연이은 퇴사로 보조역할인 내가 그 업무를 하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었지만, 회사라는 곳을 처음 다녀본 나는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이 일을 하라고 하는거지..? 회사가 작으니까 이럴 수도 있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말도 안되는 그 업무들을 진행했다.

팀원들은 나를 걱정해주는듯이 보였지만, 결국엔 본인에게 피해가 오지 않게끔 선을 긋는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렇듯 제대로된 인수인계나 내게 일을 알려줄 수 있는 사수는 없었고,

나의 업무는 한 달 주기로 변화가 생겼다. 업무에 끌려 다니며 정신이 없었고, 크고 작은 혼돈 가운데 나는 팀이동을 하게 되었다.


팀이동을 하고 꾸역 꾸역 적응하기위해 노력했던 날들이 흘러 두 달 정도 되었을까?

나에게 또 다른 업무가 생겼다. 새로 추가된 업무는 내가 전혀 해보지 않았던

정산관련 업무였다. 이 업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팀장님께 질문하던 도중

팀장님의  "이 부분까지 어떻게 해야될지 나도 잘 몰라요. 이 부분은 담당자인 내띠님이

알아서 해야죠."라는 대답을 들은 후 나는 고민했던 퇴사를 당일에 결정하고,

다음 날 퇴사 통보를 했다.


첫 회사에 입사 동시에 남자친구와의 결혼 준비를 했던터라 그나마 11개월을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은

다름아닌 결혼이었다. 결혼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한 달도 다니지 못 하고

분명히 그만 두었을게 뻔했다. 남자친구도 나도 사회 초년생이기때문에

당연히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었지만, 직장이라도 있어야 예비 시부모님이 안심(?)하실 거 같아서

매일 밤을 울면서 잠에 들고, 다음 날 아침 영혼없이 출근을 했었다.

그러나 팀장님의 저 한마디에 나는 결혼이고 뭐고, 지금까지도 hogu 짓을 했는데

앞으로도 hogu가 될 거라는 직감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팀장님이 했던 말이 그 팀장님 입장에서 할 수 있던 최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 회사는 11개월 동안 늘 저런식으로 내게 업무를 떠넘겼고,

이 업무는 너가 담당이니 너가 알아서 해라는 식이었다.

더 이상 그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이 때 까지만해도 나는 성실한 신입 사원인데 중소기업의 체계없음과

비상식적인 업무 과부화, 등.... 모든 문제는 내가 아닌 회사에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피해자라는 어둠의 아우라가 가득했다.





그렇게 첫 회사를 퇴사 한 후에 결혼을 했다.

나는 27살이었고, 딱히 무슨 일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돈을 벌고 싶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대학생 때부터 나는 돈과 소비에 꽤  집착이 있었다.

당시 나의 행복은 곧 소비였고, 쇼핑을 좋아한다는 점때문에

MD를 직업으로 선택할만큼 옷, 화장품을 소비하는 일은 세상 제일 행복했다.

많은 돈을 벌지는 못 하더라도 최소한

갖고 싶은 것 갖고, 전세 대출도 갚고, 남편과 여행을 다니려면 돈이 필요했다.

결혼을 하고 한 달 뒤 나는 감사하게도 집 근처에 있는 가방 브랜드 회사에

입사을 하게되었다.


첫 회사의 퇴사 이유는 오로지 회사의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MD라는 일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며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에 있던 회사의 위치까지 완벽했다.

게다가 두 번 째 회사는 인기 여자 연예인이 모델로 있을만큼 나름데로 규모가 있는 회사였다.


팀의 구성원은 내가 신입사원이며 막내였고, 대리님 3분, 과장님이 계셨다.

모두 친절하셨고 분위기가 안 좋은 팀들도 있었지만 우리 팀은 분위기가 참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회사를 4개월만에 퇴사를 한다.


MD는 결국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영업직인데

내가 느낀 바로 영업은 열정과 노오오력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여러 마켓에서 노출이 많이 되기 위해서는 외부몰의 MD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했고,

매 주 매출 보고를 위해 야근은 피할 수 없는 관문과도 같았다.


그래서 왜 퇴사를 했는데..?



나는 사람들과 있는게 너무 힘들었다.

팀원들이 친절하고, 아무리 좋아도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었다.

더욱이 내가 속해있던 영업팀은 하루 하루 매출이라는 결과에 일희일비 하는 팀이었다.

당일의 매출 결과에 팀 분위기의 기복은 다를 수 밖에 없었고,

타인의 감정과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나는 그 기복의 차이에서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꼼꼼하지 못 하고, 덜렁대는 나는 "실수하지 않아야 돼."라는

자기 검열에 사로잡혀서 모든 행동과 말이 자연스럽지 못 했다.


매일 밤 ‘내일은 긴장하지 않고 잘 해봐야지’하고 다짐을 하며 잠에 들었고,

주말마다 ‘회사 생활 잘 하는 법’ , ‘사회 생활 잘 하는 법’의 제목과 같은 유튜브 영상을

몇 편 씩 반복해서 봤지만 정작 회사에 가서 나는 긴장과 한 몸이 되었다.

‘주변에서 어떻게 하든지 내 일만 잘하면 된다’라는 걸 머릿 속으론 너무나

잘 알았지만 회사에서 나는 긴장감을 풀 수가 없었다.


타 팀과 우리 팀 사이에 사소한 갈등만 생겨도 괜히 내가 눈치가 보였다.

타 팀 대리님이 해주셔야 내가 일을 할 수 있는데

타 팀 대리님이 과장님과 언성을 높이는 일이라도 생기면’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다가 반나절이 지나갔다.


우리 팀에서 필요한 상품이 있는데, 타 팀에서도 필요하다고 하면

"아...네..."하고 더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런데 다른 팀의 대리님은 "우리 팀 주시기로 했잖아요~~ 이번엔 저희 주세요~~"라고

하는걸 보며 '헉 어떻게 저렇게 하실 수 있지...?'라는 충격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분위기 파악하면서 본인 일처리를 하고,

가끔은 사회 생활에서 필요한 멘트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하는데 나는 그게 안되었다.

설사, 그런 어색함을 무릅쓰고 이러한 노력을 하더라도 너무나도 자연스럽지 못 한 탓에

상대방까지 불편해하는게 느껴졌다.


회사의 구성원들은 '성과','영업 이익','매출'을 목표로 하고 일을 하고,

그 목표를 위해 필요하다면 사회 생활 멘트라던가 저마다의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아 어떻게하지..?"라는 상태에서 멈춰있었다.

문제 처리 능력이 부족했다.


첫 회사에서는, 회사가 다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도 동일하게 반응했던 나를 발견 했다.

'이게 과연 단순한 경험 부족이 문제일까..?'

'더 버텨야 하는걸까..?'

여러 고민이 생겼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생각은

"왜 나는 저 사람들처럼 할 수 없을까..?"였다.


회사에 있던 사람들이 엄청난 엘리트이거나, 엄청나게 사회 생활에 특화된 사람들만

모여져 있던 건 물론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저 마다의 방식으로 본인의 일들을 하고 있는데

왜 나는 할 수 없는걸까?


나는 점점 짙은 자기 혐오의 늪에 빠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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