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란 이름은 언제 들어도 정겹다.
강원도 감자
강원도 옥수수
강원도 사투리
맛있드래요?~
시골인가?
아니다.
7개의 시와 11개의 군으로 이루어져있으며
강릉과 원주의 이름에서 온 강원도는 남북의 길이가 240km를 넘고 동쪽은 212km의 해안선이 있는 곳이다.
11개 군 가운데 DMZ와 군부대도 있고 사람은 적은 양구군을 찾았다.
가는 길은 단풍이 아직 오기 전이니 여전히 푸르고 푸르구나
6월의 나무색이 제일 예쁘고 7월은 그보다 못하고 8월은 그보다 더 못하고 하는데
10월의 나무색도 만만치않게 이쁘다.
넓은 들에 익어가는 벼의 색깔과 단풍이 지기 전 마지막 푸르름
그리고 애국가 3절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높은 하늘에 두둥실 구름까지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이 왠말인가싶다.
국토의 정중앙이란 양구, 인구비율은 끝에서 세 번째로 적은 지역이라고 한다.
인구흡수를 위해 초반에는 가구당 600평을 무상으로 나눠줬다는데
현재는 농사인구가 적어진 탓인가 기본이 2만평인 대농이란다.
춘천고속도로를 따라 약 2시간 30분이면 도착, 당일치기도 가능하고 1박,2박도 가능하지만
모처럼 시간을 냈으니 1박을 하기로 한다.
전국휴양림중 예약률이 90프로가 넘는다는 광치휴양림,
급하게 잡은 일정으로 예약불가란 청천벽력같은 실망감을 얻었지만
대신 양구주민들이 추천하는 만대리 농가에서 여장을 풀기로 했다.
지역 보조를 받는다며 50프로 할인가격이니 얼마나 감사한지.
저기 저 푸른 언덕위에 그림같은 집이 만대리 농가인가? 그렇다.
멀리서 보니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나막신비슷한 신을 신고 바로 뛰어내려올 것 같은 분위기다.
네비를 놓치고 두어바퀴를 더 돌았지만 전경이 좋아서 몇 바퀴이즈 뭔들이다.
방금 문을 열었는지 실내는 우리일행뿐이다.
양구 어디를 물어도 친절하게 대답해주시는 사장님덕분에 긴장이 확 풀린다.
뜨뜬한 두부찌개,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반찬들이 상을 가득 채운다.
잠깐만...사진 좀 찍을께
배고픈 위를 달래가며 혹시라도 기록에 남길 음식사진을 찍어본다.
브런치에 블로그에 여행일기에 그런 친구를 둔 것을 이해해주는 착한 친구들이다.
찌개는 보그보글 지글지글 소리가 나는지
국은 왜 구구구구구 소리가 나는지
압력솥 밥은 왜 바바바밥 소리가 나는지 모르겠다만 모두들 그렇게 들린다고 한다.
맛있는 밥까지 먹었으니 꺼억~소리 한 번 크게 내고 아래동네를 내려다본다.
우리 일행중 누가 이렇게 덕을 쌓았길래 날씨가 이래 좋을까?
감탄사를 연발하면 이내 DMZ둘레길로 향한다.
몰라봤다. DMZ펀치볼둘레길
사전 예약제로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가이드와 함께 오른다.
왠만한 지뢰는 모두 철거했지만 미군이 쏘았다는 플라스틱 지뢰는 지뢰탐지기에 걸리지않는단다.
비가 오면 혹시나 떠내려올까싶어 반드시, 꼭 가이드와 함께 오를 수 있다고 한다.
펀치볼이란 제목에 추측을 해본다.
이 곳이 예전 6.25전투의 격전지라고 하니 원투 원투 쓰리펀치를 날렸다는 뜻일까
음료잔의 punch일까
뚱뚱보의 punch일까
두 번째가 맞다.
둘레길을 오르면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양구의 전경이 수박화채를 담은 듯한 넒은 그릇처럼 보인다해서 붙혀진 이름이란다.
"저...기 저...위로 갈거예요. 계속 오르막입니다."
땀이 뚝뚝 떨어진다. 쉽지않다. 일행 중 두 명은 입구부터 포기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저....기, 저 위가 손바닥안에 잡힐 듯하다.
이제 다 온 거 맞지요?
백년해로한다는 두 소나무앞에서 아지매들이 원성인지 뭔지가 담긴 소리를 낸다
" 아이구야~백년해로????"
다행히 남자분들이 없어서 그 옥타브에 이의를 다는 분이 없다만
남편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 어이구...백년해로????"
저기가 북한땅이고요 우리를 내려다보고있고요
저기는 이승만대통령의 헬기가 뜨지않았다는 도술산이고요
저기는 고성이고요
가이드님의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내려다보이는 모든 땅을 가진 듯하다.
포인팅하는 곳이 어디인들, 땡볕에 기를 쓰고 올라 온 보람이 있다.
폭포도 두 어개를 지났다. 시원한 물소리에 백년해로????때와 다른 옥타브의 소리를 내뱉는다.
우와~
가이드님은 walking dictionary다.
이것은 무슨 꽃이고 저것은 무슨 꽃이고
독초고 독초가 아니고 연리지고 혼인목이고
4년동안 이 둘레길 가이드를 하시며 20키로가 넘게 빠지셨단다.
진심이 담긴 우와~소리에 가이드님, 걸어야합니다!!!로 마무리하신다.
사과를 따본다. 체험비가 5천원이라길래
한 바구니에 5천원줄 알았던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사과밭 사장님, 어이가 없어하신다.
키로에 5천원, 빨갛게 익은 사과를 따서 현장에서 바로 먹어본다.
흐미
물이 줄줄 나오는게 사과가 이렇게 맛있었나
혹시 몰라 옷에 쓱쓱 비벼 먹기는 했다만
흐미
진짜 맛있다.
2년정도 키우면 이 정도만큼 자란단다.
어른목이 되기까지 버팀목이 되어주는 나무와 엮어있는
모습이 가상하다.
그래도 양구하면 박수근화가 아닌가?
창신동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화가 박수근의 고향이 양구란다.
초반에는 비교적 부유했지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난해지고 그럼에도
한국의 밀레가 되게해주세요. 날마다 하나님께 기도했다는 그 분의 절절함이 읽혀진다.
빨래터에서 본 그 녀에게 청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잃은 아픔도 겪고
가난하지만 인정이 많았단다.
"과일도 한 집에서 사지않고 여기서 하고 저기서 사고...한 곳에서 사지 왜그래요라고 물으면
한 집만 사주면 저 아래집은 어떻겠소... 인정이 많으셨죠"
아내분의 회고가 그렇다.
서울에 올라와 업으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다고 한다.
초상화와 그림을 받은 한 미군이 본국으로 돌아가 며느리에게 선물하니
그 며느리가 그냥 저냥한 그림인줄 거절했다가
후에 엄청 유명하고 비싼 그림이라는 것을 알고
"원래 그 그림의 주인은 나였다. 나였다니깐 "이란 얘기를 신문에서 읽었었다.
한국에서 제일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박수근화가의 시선은 아이를 업은 소녀부터
빨래터의 아낙, 농악, 담배를 피고 있는 어르신, 모유수유를 하고있는 아낙...
소박하고 따뜻하다.
그림의 기법은 잘 모르니 넘어가자.
그 외 양구는 백자도 유명하고 천문대도 있고 사과로 만든 사과파이집도 유명하다.
사람이 없어서 어느 순간 길거리에 사람을 찾기도 했다.
구경 한 번 잘했네~이제 잠잘일만 남았다.
슬슬 집이 생각난다.
오늘 걸은 걸음만해도 16,000보다.
막걸리 한 잔과 빈대떡 한 장을 먹었음에도 좀처럼 잠이 오지않는다.
동쪽으로 머리를 두었다가 서쪽으로 누워도 어쩐 일인지 눈은 말똥말똥이다.
집에 있으면 답답해서 타지로 나오는 날을 손꼽고
타지에 있으면 집이 어떤가해서 궁금해진다.
집에 들어간 순간 일거리가 많겠지...이틀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쉬는 날이니 좋기는한데 이 좋은 연휴가 또 있을라나...
양구의 밤이 그렇게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