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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Sep 17. 2021

중년남자

동네에서 이웃을 만났다.

얼른 인사해야하는데

평소와 달리 너무 힘들어보인다

'아는 사람이 아닌가' 했다.


먼저 인사하길래 그제서야 나도 꾸벅해본다.

그는 50대 중반을 향하는 중년남자,

오래된 이웃이며 내 아이

친구부친이다.


 분 뿐이 아니다.


요즘 퇴근이후 회식이 없어서 그런가

땡하고 집에 들어오는 남자들을 이른 저녁시간에 종종 본다.


평소보다 퇴근이 빠르면 여자들은 신나서 콧소리도 낸다.

집에 가서 할 일이 많아도 퇴근자체는 왠만한 처방보다 낫다.


그런데 남자, 특히 중년남자들의 귀가길 표정은 사뭇 다르다

아는 척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지친 얼굴이다.


그 역시나 자녀 친구아버지인데

얼마나 졸리신지

걸어다니면서 주무신듯

눈이 잘 떠지지도않은 채로 마주쳤다.

옆에 있던 지인이

" 너무 피곤하신가봐요" 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럴 수 있지. 하루종일 일하는데 얼마나 피곤하겠어





" 어디, 당신 얼굴도 좀 보자"

느닷없이 집에 들어 온 남편의 얼굴을 살펴본다.


지쳤나?

ㅠㅠ표정인가?

졸린 눈인가?

.

.

늙어보이나?


귀가하는 자신앞에서 있는 힘껏 꼬리를 치는 반려견을 안아주는 남편의 안색을

모처럼, 새삼스레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늙긴 늙었다. 쳐진 피부에 까만건지 구리빛인지모를 피부색에

반려견의 넘치는 애정입가에는 흐뭇한 미소지만

늙어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늙었다.


" 어쩔 때 00이는 당신 후처같아. 내가 말붙힐 사이도 없게시리 저 안아달라고

안아주면 좋아서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저가 동물이기 망정이지. 사람이었으면

질투했겠어"


화제를 돌리지만 50줄에 있는 중년남자들은 왜 그리 생각이, 고민이, 걱정이 많은걸까


일때문이란다.

많은 일도 아니고 내일 일때문이다.

" 먼저 퇴직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말하는게 주눅이래"

남편의 말이 그렇다.

그게 아주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니란 건 본인들도 안다.


잘나가지도 않고 그냥 나가는 친구들을 만나면

"야, 너가 돈이 어딨어?" 라며 지갑을 못열게 한다거나

막역한 친구임에도  

" 나 지금 좀 바쁘니깐 이따 다시 전화할께"란 대답도 그렇단다.





 


블라인드라는 회사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들어가보면 회사생활의 스트레스는

일이 많아서, 월급이 적어서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상사, 직장동료이야기다.


" 나이는 많아가지고, 월급도 우리보다 많으면서 일은 않고 잔소리 잔소리..."

익명의 그 문장을 읽는데

'내 이야기인가' 란 생각이 들었다는 상사-은퇴를 앞둔-들이다.

최대한 라떼는 말이야를 않겠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자기가 젊을 때처럼 일하지않는 후배들이다.



사회에서 필요한 연령대는 40이란 말이 있다.

30은 잘 가르쳐놓으면 다른데 간다하고 아주 윗사람들과는 거리를 둔다.

아이들이 어려서 집안일이 많아 회사일을 후순위로 둘 수도 있다.

나이 40은

잘보면 30대같은 외모여서 아랫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윗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다리 역할도 하는데다 일도 왠만큼 잘한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인지 집안일때문에란 익스큐즈도 덜하다.

어디가나 중견급은 된다.


나이 오십은 참, 딱봐도 50대라는 걸 안다.

30대하고는 20년차이니 어울리기 어렵고

자신보다 윗 사람이 적은데 최고봉은 또 아니고

블라인드의 하소연처럼

"나이는 많아가지고 월급도 많으면서 일은 않고 잔소리, 잔소리..."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내가 놀다가 갑자기 50이 된 것도 아니고

신입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밟고 올라와

가정에 등한시한다고 집사람한테 혼나기도 여러번이었지만

좋은 실적과 승진으로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도 했었는데


자신이 까마득하게 올려보았던 그 자리에 올라와보니

벌써 떠날 때란다.

그것도 밀린 느낌으로.


결혼이 늦어진 탓,

자녀들의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탓,

평균 수명이 늘어난 탓

그리고 은퇴후의 삶에 대한 요구가 많아진 탓에

예전같음 정년퇴직하면 부부만 먹고 살면 되는데

퇴직후에도 다시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형편이긴하다.


" 너는 뭐 다 해놓았잖아. 상가도 있고 임대도 받고 연금도 있고 부모님 유산도 있고..."

여자들도 남자중년만큼 생각이란 걸 한다.

나이 50,  

40대에는 생각지못한 자산을 고민하게 된다.

비슷한 나이가 주는 위로도 있지만 노후를 확실히 해 놓은 또래들과의 대화에 주눅들기도 한다

때문에 난 노후준비 운운하는 화제를 좋아하지않는다.

대신 누가 날 써줄 때까지는, 일할 수 있을 때까지는

반찬값이라도 벌고

일하자란 원칙을 그나마 지키고 있다.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연인 신혼부부가 70대 노인분장을 했었더랬다.

각각의 분장을 하고는 커텐앞에서 하나 둘, 셋하면 동시에 노인으로 만나는 상황이다.


이십대 후반, 삼십대초반의 부부가 재밌다, 재밌겠다란 초반 컨셉은

노인분장앞에서 눈물  범벅이다.


"너무 안쓰러워요. "

내가 기억하는 단어가 그랬던 것 같다.

너무 늙어보여서 갑자기 노인이 된 그가,아내가 낯설어요가 아니라

슬프다란 생각뿐이란다.


나는 그대로인데 남편이, 아내가 저렇게 늙어있으면

아... 그래 오열할 것 같다.


연애하던 두 사람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때까지.."란 다짐으로 결혼을 하고

사랑할 때는 한 몸, 한 마음이지만

싸울 때는 그런 웬수도 없을 만큼 전쟁을 치른다.


어디서 이런 보석이 있었나했던게

어디서 저런 웬수를 내가 눈에 씌어가지고 아이구...


그렇기에 부부는 전우라고 하나보다.


어느 날, 남편을 자세히 보니 참 늙은 50의 얼굴,

늙고 걱정이 많아보인다.

내가 마주한 그 중년들처럼.


"아버지가 마신 소주잔의 반은 눈물이었어"

이 표현이 아주 나이 든,

할아버지에 가까운 연세의 아버지에게나 쓰이는 줄 알았는데

내천자에 유유표정에 졸린 눈을 하고있는 50대 중년들이

물 반 소주 반을

마시고 있더라


다행스러운 건 자녀가 출가를 하고 조금 가장의 무게를 내려놓는 60대는 그나마 좀 낫단다

뭐가 나은건지는 모르겠지만

50,

 너무 걱정하느라

세상을 다 안다는 지천명을 놓칠 수 있나


오늘 거울 한 번 보자

나이 오십

잘 살아왔어. 비교적.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살 겨를이 없다" 란 말

무슨 뜻인지 알지?

기억하자.

어제도 오늘걱정하느라

후회된 하루였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내 생애 제일 젊은 날,

제일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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