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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Sep 05. 2021

더 열심히 살아야했나?

엊그제 동네에서 제일 큰 마트를 지나오는데 문을 닫는 직원의 표정이 어째 밝아보인다.

10시가 막 지난 시간, 영업시간단축으로 평소 12시까지 하던 일이  두 시간이나 줄어서 그렇단다.


밤 12시까지 일한다면 야간수당도 붙고 한달치를 계산해보면 적지않은 금액.

그만치가 줄어들긴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 들어가자마자 씻고 잠자기 바빴던 일상에서 가족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드라마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건 좋단다.


" 맘 편한 소리하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지인들은 밤 10시까지의 영업으로 인한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월급쟁이들이나 저녁이 있는 삶 운운하며 누리겠지만 10시이후에 버는 게 얼마인데...!

사장님이야 싫다할 수 있지만 아르바이트는 어떨까?

어차피 일해야하니 더 버는 게 낫다, 오전부터 일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 3-4시간 일해서 생활이 되는가

그나마도 일할 자리가 없으니 아쉽다.


마트직원과 다른 견해, 있을 수 있다.




" 너무 열심히  사는게 아닐까?"

올해 KDI경제정보센타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근무시간은 멕시코 다음인 2위에 위치한단다.

멕시코가 2,137시간, 한국은 1,967시간이라는데 비교하기가 좀 그렇지만 독일이 1,300시간에 머무는

것에 비하면 확실히 근로시간이 많다.

반면 행복지수는 37개국중에 35위, 뒤에서 세는 게 더 빠르다.


조사는 무작위니

 "나는 행복한데...난 근무시간이 짧은데..." 라는 이들에게는 이 결과가 의아하겠다만

평균이 그렇단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영어권에서 온 어느 외국 남자는 한국여자와 결혼해서 일을 열심히 했다.  아내는 20평에서 30평으로 늘려가야한다고 영어강사로 자신을 밀어부치는게 싫다. 힘들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는데 아내는 이해하지못한다.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갖고싶다. 아내는 다른 자녀를 가르치라고 한다.


남편: 영어 가르치기 싫어

아내: 남편이 조금만 일해주면 되는데...

남편은 집의 평수보다 자녀와 함께 하고싶은 일을 더 원하고 아내는 평수와  남편이 더 많이 일하길 바란다.

두 사람, 현재는 어떨지 모르겠다만 당시 두 사람의 표정은 " unhappy" 그 자체였다.

20평에서 30평,40평으로 넓혀가고싶은 아내도 이해되고 아이들 얼굴도 못보고 기계처럼 블라블라하기싫다는 남편도 이해된다.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소득도 올라가고 돈이 많아지면 할 수 있는게 더 많아지지만 로스(loss)는 분명히 있다.





아직도 사고싶은게 많다. 갖고 싶은게 있다


나이에 따라 관심사가 달라지는 건 자연스럽다.

외모, 화장품,집안 인테리어,가전가구, 그릇, 보석, 건강식품...

내 경우는 특이하게도 가방에 관심이 많다. 명품은 아니다.

그냥 예쁜 가방보면 주저하지않고 사는 편이다.

엊그제 정리를 하면서 나의 소비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데 또 가방보면 마음이 설레다니...이제는 보석이 좋아질 나이라는데

왜 이러지싶을 정도다.

차라리 좋은 것 두 세개를 사는게 나을뻔했을까?


고백하자면 가방뿐이 아니다. 신발도 많고 옷도 많다.

작년에 뭐입었나싶게 해마다 옷을 산다.

여자들이 "입을게 없다..."라고 푸념하는게 다반사라지만 나도 그중의 하나다.

런닝화, 등산화, 트랙킹화, 운동화, 높은굽 운동화. 아쿠아운동화, 방한운동화..


여섯 일곱가족이 살던 예전, 낮은 신발장하나다로 충분했는데

4인 가족의 신발장은 키높이에 이중이어도 부족해지더라.


물론 사회생활반경이 넓어졌고 때에 따라 신발도, 가방도 구색을 맞춰야한다만

아직도 소비욕구가 20-30대와 비슷하다면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어느 TV다큐에서 소비와 소득에 대한 청년들의 여러가지 상황을 담았다.

한 출현자는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한다란 대부분의 생각과 다른 결정을 내리더라.

" 내가 차를 사면 또 할부를 갚기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고, 쓰지못하고 악순환이겠다. 내가 행복하려면 소비를 줄이면 되지않겠나"

그이말고 다른 출현자들 몇 몇도 소비를 위한 소득을 위해 너무 악착같이 사는게 싫어 남들과 다른 소비패턴, 소비욕구를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소득을 모두 저축하느냐? 그건 아니더라. 금욕주의도 구두쇠가 아닌 소비절제,  참 쉽지않은 자세다.


다큐의 목적은 내돈내산에 반향을 부르는게 아니다. 보통 원하는 아이템을 가졌을 때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꼭 소비가 행복을 부르는 게 아니다란 여러 시각을 보여준 것뿐이다.

 

저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듯 큰 금액이 나가버리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소비를 줄여야한다.


20년 동안 중고차만 타고 다닌 남편,  헌 차가 되면 누군가가 차바꾼다며 넘겨받았고 또 헌 차가 되면 또 다른 누군가의 것을 넘겨받았던 남편,  몇 년전 핫한 자동차 브로셔를 보면서 오랫동안 고민하더라.

고민끝에 내린 결론,

" 내가 얼마나 타고 다닌다고,  이 차를 사게되면 결국 또 내가 벌어서 계속 갚아야하는데...차라리 그걸 다른데 쓰고말지"

하지만 한 번도 새 차를 타본 적이 없는 남편에게 나는 더 이상 궁상떨지말자,그동안 들이지않은 차값을 낸다 생각하자며 새 차를 주문했다. 차를 인수받고 얼마 후 코로나가 터졌다.

퇴직때까지 우리 가족은 부지런히 할부금을 갚아야한다. 남편도 벌고 나도 벌어야한다.



일이란게 어떤 날은 맑음이지만 어떤 날은 폭풍과도 같다.

자괴감이 든다.

" 내가 이럴려고 이런 곳에서 일하는가? 이렇게 내가 돈을 벌어야하는가?"

화가 가라앉음 자기 반성시간이다.

내가 좀 더 열심히 살았다면 지금의 내가 아닌 더 나은 모습일텐데란 자괴감, 왜 내가 좀 더 열심히 공부하지않았을까. 더 좋은 대학을 나왔더라면, 자격증을 준비했더라면

왜 내가 열심히 준비했더라면...엉킨 실타래끝은 결국 나 자신, 그 원점이다.


꼭 직장만은 아니다.

건강도 그렇고 주변인과의 관계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다.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서 내노라 하는 대학에 가고 취직도 잘되고 결혼도 잘되고 한 마디로 술술 잘 풀리면 내가 자녀 뒷바라지를 열심히 한 덕분인듯 내심 뿌듯하겠지만

반대로 자녀가 잘 안풀리거나 속을 썩이면  ' 그 때 더 노력했어야했는데. 더 잘해줬어야했는데...내가 좀 더 열심히 해줬더라면 어떠했을까'  반은 내 탓겠다.


세상은

"열심히는 필요없다. 잘해야한다"가 인정된다.


더 열심히 살아야했나싶기도 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 100개는 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결론은

돈이 있고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기때문이겠다.

평수를 넓히기는게 행복이라는 아내의 가치관에 누가 돌을 던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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