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체력이 좋은 편인 나지만 꾸준히 문제가 생기는 곳이 있다.
머리다.
두피도 좋지않고
머리카락은 너무 얇으며
염색한지 얼마되지않음에도 금세 희어진다.
가장 워스트한 건 원형탈모다.
"화가나
아 좀 열받네
스트레스쌓인다"
그 때는 화가 나니 머릿속을 몰랐다만
어느 순간
발견한 구멍
처음 원형탈모가 일어났을 때는 경악 그 자체였다.
시작부터 쎈 놈이었다.
500원짜리 동전이었으니 나를 포함 온 가족이 입을 다물었다.
부랴부랴 두피치료를 받고
스테레이드란 주사를 고민하다 맞고
500원짜리 동전에서 한 가닥이 나오고 있다란 말을 듣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그 때 나를 돌아보는 건 당연했다.
'그렇게 너는 앓고 있었구나
자신이 자신을 적으로 알고 공격할 정도로.'
원형탈모는 털에 대한 거부반응이란다.
피부과의 2프로를 차지하고 하나일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동시 다발인경우도 있다고 하니 무서운 질병이다
한 번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정수리부분의 50원짜리 동전만하다는데
가족에게 들키지전까지는 일부러 보여주지도않았다.
" 어머나 어떻게 우와"
란 이 반응이 나를 더 놀라게 만드니
미용실 직원이
" 혹시 머리 탈모있는 것...아세요" 라고 아주 조심스럽게
노티스해준것만으로 충분하다싶었다
미용실 직원이 가르쳐주지않았으면 몰랐던 탈모였다.
내심 놀랐지만 50원 크기라니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주사를 맞을까
전문치료를 받을까
샴푸를 받을까
이런 노력도 필요하지만
상처는 아물 시간이 중요하다.
잊고 있으면 어느 순간 머리카락이 나오던 기억에
날도 더우니 차일피일미루고 있다만
더 커지기전에 가봐야하는게 아닌가 불안하긴하다
일전에 친구들과 만나 사진을 찍었다
내 뒤에 서있던 한 명이
" 어머, 너 머리 왜그래?"
라며 감추었던 탈모가 들켰다.
본인도 놀라고 주변에 있던 친구들도 함께 놀랐다.
마치 아무렇지않은 듯
"아. 그거..글쎄 가끔 이러더라구. 내가 좀 예민했나봐"
쿨하게 넘겼지만
저들에게 얘기하지못한 나의 치부가 들킨 것 마냥 당황스러웠다.
이후
뒤에 누군가가 있으면
나도 모르게 손으로 쓱쓱 만지거나 나 스스로 맨 뒤의 자리를 고집하게 된다.
상처는 뭘까?
남이 알아주길 바라는것일까
아니면 감추고싶은 걸까
물론 상처에 따라 다르겠지만
"얼마나 아팠니...쯔쯔쯔..."
동정와 위안을 받는가하면
" 어머나. 너...문제있구나"
꽁꼭 싸맸던 부위가 뽀롱날까봐 아무도 몰랐음싶다.
원형탈모는 전자이기도 후자이기도 하다.
머릿속을 내가 들여다볼 수 없으니 누군가 발견해줘야되는데
발견된 후로는 의사말고는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그런 거다.
그러고보니 상처있는 자들의 커밍아웃이나 상처를 내놓은 이들의 심정은
원형탈모와는 비교도 안되는 고통이리라
"엄마., 뭐가 그렇게 힘들었던거야...왜 이런게 났어."
딸은 전처럼 놀란 반응대신 엄마의 생활패턴이 힘든게 아니냐며
가족회의를 열자고한다.
그 가족회의가 약이 되었은지
한 가닥 한 가닥의 머리카락이 나오고있단다.
다행이다. 이 정도에서 끝나준 내 몸의 저항력이 고맙다.
500원짜리 동전이 50원이 된게 아니라
50원짜리가 500원이 될 때까지 몰랐다는게 더 문제다.
처음 시작은 분명 1원정도였을텐데
그것도 모른 채
"조금만 쉬어주세요"란 내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 직진!!!"을 외쳤던 나.
원형탈모의 치료법은
스테로이드주사를 맞거나
전문치료를 받거나
탈모샴푸를 쓰거나
신경을 덜 쓰거나
시간이 좀 지나거나이다.
다만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킬만큼
면역이 떨어졌다는 게 주원인인 것 같다.
지난 번 염색하러 미용실에 갔을 때 원장님이 하신 말에 위로를 받는다.
" 머리염색을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아 속상해요"
" 그래도 염색할 머리카락이 있다는게 어딥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