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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Feb 18. 2022

"짜장면 배달왔어요"번개같던 그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배달해보니 번개되기어렵더라

예전에 모모피자를 주문하면 박스에 쿠폰이 있었다.

10개를 모으면 미디엄

20개를 모으면 라지



중국집식당에서도 이런 쿠폰을 주었다.

30장 모으면 잡채

40장 모으면 탕수육 


이 쿠폰을 모으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다른 피자., 다른 중국집을 주문하기어려워진다.

뭔가 하나를 손해보는 듯하고

누군가

" 쿠폰모아? 줄까"

하면 득템이라도 하는 양 기분좋아했는데

같은 동네 사는 이웃을 재활용장에서 만났다.


쿠폰을 자르지않고 피자박스를 버리길래

내 딴에는 배려한답시고 얼른 찢어건넸다.

" 왜 이런걸 모르고 버려. 아깝게..."
" 그거 그냥 버려. 그것때문에 피자를 더 시켜먹게되더라구"


흐미~아까운 것....

버리는 쿠폰을 가져오긴했다만 내 맘이 편치않기는 했다.

쿠폰을 챙기는 내가 너무 없어보였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을까

피자집의 쿠폰행사는 사라져

쿠폰중독은 사라졌지만 또 다른 중독이 생겼다. 


무슨말인고하면

쿠0, 배0등 배달알바를 두 어번 했었다.


나처럼 "내비잘못봐, 밤눈어두워, 주자실력없어"

이런 사람은 배달알바하면 안된다구 그런 글까지 썼는데

해당 앱을 지우지않기도했지만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에서 

" 교육만 들어도 2만원을 준대. 5건을 하면 5만원준대"

이런 화제에 귀가 솔깃해져 다시 한 건만, 진짜 이 번 한 건만...

하다보니 1주일에 10만원을 벌게되고 또 한 주일을 하니 10만원을 벌게되었디.


물론 일했으니 돈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데

이게 과연 올바른 금액인지 하도 이해가 안가서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 도데체 이 배달금액을 내고 먹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요?"

" 고객은 1천원, 우리가 5천원, 배달하시는 분들이 그보다 많이 받는 것은 해당업체에서 주는 거죠"

장사가 잘 되는 건 좋은데 배달료 5천원을 부담한다는 건 조금 과하다란 생각이다.


평일 점심, 저녁 피크타임은 1건 배달에 8-9000원을 받는다. 거리할증도 붙는다.

1만원이 넘는 지역도 수두룩하다.

우리동네 자주 가는 식당에서 걸어봐야 7분에 위치한 집에 배달하고 8천원을 받는다는게

실화냐싶었다.

최저시급이 시간당 9천원인걸 비교해보면 이러니 너도 냐도 배달하지않을까


기자들의 배달알바기사를 읽었는데

내용이 그렇다.

"....중략....전국민을 알바화시키는...강남지역에서 월수 1,000만원 가능?"

해보니 1시간에 두 건, 4시간을 해도 피크타임에만 반짝 벌지 나머지시간에는 평균 4천원, 5천원선

그나마 길못찾으면 기름값도 들고 그래도 핸드폰 두 개 들고 오면서 가면서 받다보면 4,500만원도 가능..

뭐 이런 내용이었다.


배달해서 월수입이 천만원이라니 과연 그게 가능할까싶은데

상위 1프로는 어디나 있는 법


그 상위 1프로를 유지하는 건 전교1등과 비슷한 사례도 있었는데

하루 4시간 자고 일하는가하면 

이동중에는 화장실이 제일 문제라 물도 잘 안마신다고 한다.


실제로 배달하시던 한 남자분이 화장실문이 잠겨있는 것을 보고

엄청 욕하시는 걸 보았다.

남의 일 같지않았다.


여전히 이 배달로 버는, 그것도 피크타임에 하는 배달은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는 "무슨일이 있지않는 한 꼭 해야하는" 일일수도 있다.

시간당 9천원의 시급을 10분-15분만에 번다는 시스템.

그 비싼 금액을 주더라도 꼭 주문해서 먹어야하는 주문자의 상황.

비싼 수수료를 내도 주문이라도 받아야 하는 상인

누구 편을 들 수 있을까

배달에 새벽배송에 너도 나도 유통에 발을 올려놓으면서

주문도 많아지고 장사도 잘 되는 것 같고

일자리창출도 되는 것 같은데 뭔가 더 열악해지는 것 같은 이상한 상황

이 배달시스템은 아무리 생각해도 뫼비우스의 띠마냥 풀어지지가 않는다. 



내비대로 가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란 멘트에 주변을 둘러보지만

못찾는 번지수가 꼭 있기마련이다.


쉬운 방법은 주문자와 연결 또는 담당센타와 연결하면

3D 버전으로 잘 가르쳐주신다.


오늘 남편과 미션을 위한 4건을 하기위해 차에 오르면서 아주 오래 전

직무연수때 강사로 온 번개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모대학의 짜장면배달을 하시던 번개맨의 일화는 이랬다.

" 주문을 받아 배달하러 갔어요. 근데 그 강의실에 갔더니 주문자가 없는거예요. 가게에 얘기하니

그럼 바로 옆에서 지금 주문들어온게 있으니 거기 갖다줘라 그런거예요. 그래서 갔죠.

그 옆방은 전화를 끝자마자 짜장면이 도착한 케이스니 번개라고 한거죠. 오토바이에 번개맨이란 플래그를 달고...그게 유명하게 된 계기죠"

내가 들은 내용의 포인트는 고객과의 약속, 고객만족...그거였다만

뉴스에서나 접한 번개맨의 등장. 평범했던 그 분의 일약스타덤 일화가 너무 재밌어서

빡빡했던 직무연수기간 제일 기억나는 강사란 후기도 많았다.


생각해보라. 

그 번개맨이 아니더라도 

신기하게도

예전의 중국집의 음식은 그 어떤 번지수를 불러도 착~정확하게 배달되곤했었다.

가끔 조금 퉁퉁 부은 면가락과 짜장이 붙어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모두들 감내하는 주문자들이었다.

부푼만큼 단무지도 많이 주었으니까...

군만두도 덤으로 받았으니까....


생각해보라.

지금의 도로명도 100프로 익숙한건아니지만

비교적 찾기쉬운게 내비가 있지않은가

아파트, 빌라등 공동주택도 많아져서 내비로 길찾기가 전보다 훨씬 쉬어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왕년의 배달하시는 분들

네비도 없이 골목골목길의 번지수만 가지고

"아, 가게에서 우회전, 파란대문에서 좌회전.."

이게 쉬운 일인가?

커다란 지도판만 보고 외워가는 길

대단하다.


공간개념 120프로

어떻게 해야 최단거리인지 그 분석력도 120프로

게다가 예전에는 그 빈그릇도 회수해가지않았나

기억력 120프로


나는 프로모션, 이벤트에 특히 약하다.

아마도 이번 배달도 피크타임이나 친구초대 이벤트가 없었다면 안했을 것 같다.

돈도 벌어 좋았지만

예전 배달하셨던 분들의 순발력과 공간감각을 떠올리자

번개맨이 기억났고

짜장면을 섞으려고 젓가락을 대자 그릇에서 분리되었던 장면이 기억났고

그때문에 야끼만두라고 부르는 군만두를 배불리 먹었던 것이 기억나서 웃음이 나왔다.


다른 음식을 배달받은 건 아마도 비닐랩이 나오면서 가능하지않았을까싶고

한식배달보다는 중국집배달횟수가 더 많으니 그와 관련한 추억도 많은 건 당연하다.


" 너무 신기해. 우리는 네비없이는 어디 못가는 세상인데말야"

지방이 고향인 남편은 짜장면배달은 드물었단다. 보통 졸업식이나 되어야 먹을 수 있었단다.

이사하는 날, 일요일에 주로 주문했었던 짜장면에 대한 추억은 내가 더 많은가보다.

"우리집에 배달오신 그 분들말야...우리집에 보통 골목도 아니고 꼬불꼬불에 언덕에...그래도

짜장면 배달왔어요~ 그 소리에 신났었는데....조금 늦었다고 야단한적도 없는데.."

물론 전화재촉은 해봤다.

" 도데체 짜장면 언제 오나요?"
" 출발했어요. 아까 아까 출발했어요"

" 부르르릉~(그제야 시동거는소리)"

" 뭐야 뭐야 지금 출발하는 것 같은데..."
" 아이고 . 군만두하나 서비스 드릴께요"

그 말에 모든 불만제로다.




이제는 배달앱을 지우려고 한다.

쿠폰 중독처럼 그 한 판의 피자를 먹기위해서 굳이 굳이 9판을 먹어야 하는 것마냥

3만원을 더 받기위해 공간감각도 별루인 내가 굳이 굳이 길을 나서야 하는 타당성이 부족한데다

어떤 분에게는 생계인 일을 나까지 하면 되겠는가란 생각도 해봤다.


물론 장점도 생기더라. 

네비를 아주 잘 보게 되고

공간감각도 조금은 생기는데다

차를 타니 운동은 전혀 안되지만

동네 구석구석 숨어져있던 진짜 맛집을 알게된다는 것.


잠깐 잊고있었던 반가운 소리

" 짜장면 배달왔어요~"


배달음식을 자주 이용하는 딸의 배달 안전교육이 끝나고 본인의 미션을 수행하던 날,

팁을 준다.

" 엄마, 딩동하고 음식담긴 봉투를 보이는 거야. 그럼 열어줘."


하. 이러니 라떼는 말이야를 하고싶어진다.

"여하튼 요즘 애들은 참 정서가 없다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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