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갑자기 따뜻해진 아니, 더워진 날씨에 팝콘 터지듯 개화다.
엊그제만 해도 목련만 살짝
" 봄 왔어요????" 라고 물어보는가싶더니
버터에 옥수수를 막 튀긴 양 여기저기서 터지는게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갑자기 정한 제주여행
그것도 뚜벅이로~
그냥 발길닿는데로 가보자로 시작했는데
항상 렌트부터 시작해서 렌트로 끝난 다른 일정에 비함
약간은 불편했지만
대부분은 걸어야지만 볼 수 있는 골목길과 바닷길과
그리고 노란무라고 표현해야하나 계란말이라고 불러야하나
아주
아주
완전히
멋지다.
주말, 제일 비싼 금토일월밖에 시간이 나지않으니 그러려니 하고 티켓팅을 한다.
평일같음 3-4만원이면 될 가격이지만 시간이 곧 돈이니 어쩔 수 없다.
대신 첫 날은 택시투어를 했다.
예전에 하루 8만원이었던 것이
요즘은 12만원 플러스 점심값이란다.
또 비교하자면 예전은 기사아저씨가 여기저기를 데리고 다니면서 식사는 여기서..
은근한 강요도 하셨는데
이번 여행에서 만나신 분 말씀이
" 요즘은 그렇게 안해요. 손님들이 가자는 곳만 간다" 라며
일절 관여하지않으신단다.
그만큼 정보가 많은데다 여행자가 원하는 행선지를 미리미리 정해오니
갑자기 바꿀 수는 없을 듯하다.
아뭏든지
도착후 택시접선,
오늘은 서쪽을 정해본다.
바로 새벽오름으로 오른다.
의외로 많은 관광객들,
원래는 한 번 불쏘시개로 태운다고 했는데 산불조심때문에 청소봉사정도만 한단다.
오름이란 오르미란 원나라 말이라는데
멋있다...그런 뜻이란다.
그렇게 오른 새벽오름
하산후 다음 이동지는 용머리..
다행히 기사분께서 현지인답게 용머리가 입장이 되는지 안되는지
확인해주셨다.
오전은 만조라 들어갈 수 없음
오후에 들어오기바람!
확인하지않았음 헛걸음쳤을 뻔했다.
일찌감치 올레마당에서 9900원짜리 생선구이를 먹고
바로 가파도로 이동해본다.
뭘 알고 간 것은 아닌데 수확이다.
멀리서 본 가파도는 김밥의 노란무와 시금치가 연상된다.
어쩌면 이렇게 이쁠 수가 있단말인가?
대단하다.
우리나라는 정말 이쁜 나라다.
옛날 유배지로 왔을 때 당장은 기분나빴겠지만
살아보니 서울가기가 싫어지지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쁘게 입도해본다.
아기자기한 소라껍데기
아기자기한 소품이 되고 뭐하나 막힘없이 너른 풍경에
청보리가 익어가는 소리에 귀기울여본다.
지나가는 행인이 그랬다
" 청보리는 흔들리는 소리가 달라요, 진짜 달라"
그들의 뒤에서 엿들어보지만 우리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않는다.
이 청보리가 익어갈 때 또 한 번 보고싶은 것을
유채꽃으로 달래본다.
가파도에서 한 일주일 살아도 좋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유채꽃이 흔들리는 소리
청보리가 흔들리는 소리
한 달도 아니고 딱 일주일만 있어도
가슴이 퐉~시원해질듯하다.
용머리해안을 따라 길을 걸어본다.
방금 막 잡은 성게며 해삼을 즉석에서 썰어주는 제주할머니들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는
참새고 방앗간이다.
카~소주한잔과 어울리는 멍게의 속살.
-무슨 맛이야?
-멍게맛이지. 얼마나 상큼한데
-모양새가 그러니 얼른 먹어본 적이 없다
-저 맛있는 것을???
친구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나도 그 친구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30년 묵은 친구인데 어째서 서로의 입맛을 몰랐을까?
조금이라도 더 돌고싶지만 기사분과의 약속이 우선이다.
생각같아서는 송악산, 올레길 10코스를 꼭 친구와 걷고싶었는데
토요일이고 시내에 호텔을 정했으니
막힐 게 뻔하다.
항상 여행지에서는 그 2프로를 남기게 된다.
다음에 제대로 봐야지....하면서말이다.
다음 날은 진짜 뚜벅이가 되어본다.
김00김밥도 줄서지않고 주문해서 길거리에서 시식해본다.
전복의 향이 강한 것은 아니지만 따뜻한 온기가 남아서그런가
속이 든든하다.
올레길 19코스는 감녕에서 시작해 함덕을 지나 조천만세공원으로 향하는
약 6시간 정도의 길이다.
함덕은 뛰어난 해안길로 유명하다.
감녕해변은 누군가 물감을 마구마구 섞은듯하다.
초록색이 있는가하면 청록색이고
청록색이다하면 다시 연두색이다.
하얗게 빛나는 백사장은 또 어떤지....
그 감녕을 뒤로 하고 무작정 걸어본다.
바닷물에 수영하시는 분이
"물이 차가워요"하면서도
보는 이들이 부러워할정도로
자유형으로 쭉쭉!
네비게이션도 믿었다가 반대방향에서 오는 사람들도 믿었다가
그냥 저냥 걸어본다.
해녀를 그린 벽화
''저승갈 노자돈 벌러간다''
극한 직업의 하나가 아닐까
그러다 만난 횟집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전복죽과 마늘대절임도
시식해본다.
그렇게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다시 버스를 타고
또 내려 걷다를 반복해본다.
어제도 오늘도 2만보
어제는 택시를 탔음에도
오늘은 택시를 타지않았기에
이틀동안 도합 4만보다.
올레길이 제주효자상품이고
국내.국외모두에게
아이디어다.
뱅기내 사람들로 꽉 차있다.
오는 마음도
가는 마음도
들뜨고 아쉽고 또 들뜨고 아쉽고를 반복한다.
이 좋은 제주가 우리나라에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지....
제일 비싼 주말가격으로
차도 없이 택시와 뚜벅이로 다녀 온 여행
신기한 건 그게 엊그제인데
왜 그렇게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질까
지금 제주는 온통 노란물결이다.
벚꽃도 천지디ㅡ.
배고플 때는 그게 김밥재료로도 보이더니
지금 다시 사진을 보니
흐미~~~
누가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더 푸르고
내 마음도 그러하더라.
여행지에서 만난 개
사람이 오면밥그릇을 들고 온다
안주면 실망
그래도 밥그릇을 놓지않는다.
여행지에서 본 난타공연
어찌나 신명나게 치는지...
일상으로 돌아가는 소리가 조금씩조금씩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