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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억년버튼, 오억년의 외로움과 1천만원의 가치

오억년버튼, 누를까 말까

by 유원썸

sns를 나보다 훨씬 많이 하는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가끔 내가 아주 옛날사람,

무식한 사람이 되곤한다.

아이들은 왜 그렇게 신지식에 빠르게 흡수되고 능수능란하게 사는지

옛날부터 있었던 이야기도 아이들의 입을 통하면 방금 인큐베이팅한 것처럼 신선하기까지하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 윗세대들도 우리를 보고 혀를 내둘렀었지...라며 겨우겨우

달래본다.


느닷없이 딸이 물었다

" 오억년버튼, 들어봤어?"
" 당연히 못들어봤지. 그게 뭐야?"

내용즉슨 일본의 만화내용인데 한 번 누르면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서

진심, 완전, 철저히 혼자 5억년을 지내고

돌아오면 바로 1천만원(100만엔)이 생긴단다.

현실세계에서는 단 1초밖에 지나지않았다는게 키포인트다.


기억은 리셋되어 자신이 5억년동안 혼자 있었더란 사실을 새까맣게 잊고

다시 또 그 오억년 버튼을 누를거야 말거야 선택을 하게 된단다.


눈깜짝할새 1천만원이 눈앞에!

그러나 오억년동안은 철저히, 완전히 1분 1분을 체감하면서 오억년을 버텨야한다는 거다.


"누를거야 말거야?"


이 실현가능성 1도 없는 황당시츄에이션설정에 갈등이 된다.


q: 오억년을 진짜 혼자 있어야하는거야?

a: 그렇다.

q:누구라도 만날 수 있지않을까

a:그럴 수는 없다

q:진짜 현실에서는 단 1초밖에 지나지않은거냐?

a:그렇다

q:그 오억년이 우리의 1초와 같은 거냐?

a:그렇다.



가늠도 되지않는 오억년

길게 살아봐야 1백살이란 요즘의 평균수명에 비하면

천년 만년도 아니고 수억년

그런데 혼자서 1억년 곱하기 5배를...

우주인이 가장 힘든 게 외로움이었다는데...


아무리 눈깜짝할 새의 현실 시간과 같다지만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고...

그 천만원이라는게 있으면 좋고

없으면 할 수 없는 금액인데...


결론은 누르지않음!


그러나 오늘 해당 만화를 찾아보니 1천만원에 해당하는 1백만엔은 지금의

가치로 따지면 10억원정도 되나보더라.

만화속의 주인공은

돌아오면 또 누르고

돌아오면 또 누르기를 반복하면서

오억년의 몇 배를 버틴다.


왜냐?

그 시간동안 힘들고 외로웠던 것을 다 잊어버리니깐 그렇다.



예전에 데블스애드버킷이라고 서로간의 논쟁이 되게끔 부추기는 설정이 많았다.

예를 들면 배가 난파직전이다.

구명조끼는 세 벌이고 사람은 10명이다.

직업은 다양하고 나이도 다르다

과연 누구를 입힐 것인가?


나이어린 사람은 우선순위라고 하지만

이 아이가 구명조끼만 입힌다고 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나이든 사람, 살만치 살았으니 조끼를 주고싶지않다만

이 사람이 가진 재능, 노하우가 대단하다면?

기타등등의 직업인들은 논쟁자의 생각에 따라 살리기도 죽이기도

했었는데 어떤 결과든 100프로 정답은 없다.


내 생각이 맞지만 따지기싫으니 "그래~니가 옳다. 여기서 끝내자"

라고 결론내렸던 기억이 있다.


무인도에 간다면 꼭 가져가야 할 것

세 가지

이런 설정에 별의 별 물건들이 다 있었는데

무인도에 갈 일도 희박하지만

영화 캐스트어웨이처럼

" 윌슨~" 이라도 옆에 있다면

그 윌슨을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 한 사람만 있다면

이왕이면 그 한 사람이 철천지원수가 아닌 이성이라면

이왕 이성이라면 결혼하고싶은 이성이라면...

등등 끝도 없는 가설에

끝도 없는 상상

결론은 참 싱겁지만 내게 꼭 필요한 세 가지는 뭘까 생각하게 한다.


혼자는 못가고 안가지라는게 무인도설정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오억년의 버튼이 주는 외로움과 1천만원, 혹은 10억원은 비교할 수 있는 가치일까 생각해본다.

요즘처럼 옆사람이 숨만 쉬어도

같이만 있어도 걸린다는 코로나시대에

사람이 나타나면

"윽!" 하고 경계태세인 요즘같은 때

눈만 깜박했는데 돈이 생긴다면 너도 나도 누르지않을까


적어도 하루

적어도 한 달

혼자있기를 해보는게 버킷리스트에 넣어보지만

'이 오억년이란'


-거기 가면 먹을 거는 있어?

-그런거는 중요하지않아


문제를 낸 딸도 그런 곳을 가보지도, 만화를 정확하게 본 것도 같지않은데

녀석은 단호하다.

그냥 던져보는 거다.

q: "외로울 자신있어? 외로움을 견뎌 낼 자신이 있어? 한 오억년쯤???"


외로움과 관련한 시가 있는데

정확하게 기억나지않는다만 글자를 다 읽기도 전데 외로워졌던 느낌이 들었다.


".....사막에서 혼자 오롯이 혼자인 한 인간이 길을 걷다가

너무 외로워서

거꾸로 걸었단다.

자신의 발자국이라도 보고싶어서...."


오억년의 버튼

하필이면 설정도 그렇게 큰 돈인가? 사람 설레고 갈등하게..


진짜 현실의 1초라면

돌아오면 큰 돈에

돌아올 수 있다란 보증서가 있다면

당신은 누르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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