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원썸 Jul 31. 2022

민폐를 모르는 게 민폐

계곡에서 병나발 부는게 정상입니까?

올해는 비가 억수로 내린다.

장마도 쾌 길고 굵더니 다시 태풍이 올라오고있단다.

봄에는 그래 가뭄이더니...

날씨를 아우리는 자, 세상을 지배하는 자란 말처럼

날씨는 불가항력이다.


엊그제 그 와중에도 폭염을 피해 계곡으로 피서를 갔다.

시원한 물줄기

첨벙첨벙 뛰는 아이들

네명중 하나라는 반려가족덕분인지

전에 없던 견공들도 주인들과 함께 계곡을 찾았다.


경기도는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계곡을 만들었다.

기존 방갈로라고 불리우는

평상자리

그 값없이는 계곡물에 담글 수 없었던 왕년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갈길은 아직도 먼듯

일단 화장실이 부족하고 더럽고 관리가 덜되는 단점은 있다.


하기사 쾌적을 원하면 콘도나 휴양지를 가야지

자연에게 살짝 신세지는 처지에 인프라, 퍼실리티를 따지다니!


아무튼지

그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외길이다. 

경차 두대도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좁은 도로

제법 큰 차가 나타나면 멈춤이다.

끼-이이익-소리가 날까말까 겸손한 운전자의 자세가 된다.


어쩜 그리 운전들을 잘하는지모르겠다.


아무튼지 거의 일빠로 도착한 계곡

바리바리 싸들고 온 것은 우리가 입을 옷가지들 간식뿐이다.

식사는 현지에서 사먹기로 했다.


어떻게 이리 알고 이 좁은 동네로 올라오는지 픽크타임이 지났다라고 올라 온 어느 차량은

편도1차로에서 올라오고 내려가는데만 60분이 걸렸다고한다.

평소 5분이면 올라올 길이다.


맛있는 백숙을 원킬하고 잠시 발담금질

두런 두런 계곡에 박혀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 발이 퉁퉁 불때까지 수다를 이어간다.

간간히 물총을 쏘는 아이들에게 웃음반 미소반 잔소리 조금을 날려주고

서로에게 여유있는 대화

이런게 피서지라고...하는 찰나

새로운 팀들이 내려온다.


그런데 술병과 술잔을 들고 그 쉽지않은 계곡길을 내려온다.

유리잔은 물위에 동동뜨고 000소주병도 둥둥 띄운채

"여기가 포석정이야???"

차마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계곡은 맨발로도 놀 수 있는데다 유리는 주워담을 수가 없지않은가


그러나 참 세상이 무서운지라

누구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다.

분명히 인접한 00가게 손님이다.

고객에게 주의를 주라고 주인에게 주의를 줘야하는데

우리팀을 비롯해서 모두들 걱정스런 눈빛을 보낸다.


그들의 대화가 솔직히 그저그렇다. 남의 대화 엿듣는 건 아니지만

느닷없이

" 나 쌀까?"라며 물속에 쑥 들어가는 남자를 웃으며 바라보는 여자

아무래도 가족은 아닌듯하다.


그 염려는 적중했다.

기여코 술병이 깨진 것

하필 올라가는 돌계단에 부딪혀 쨍그랑


그 사람들은 몇 개 줍는 척 하더니 그냥 올라간다.

다시 내려와 집겠지했는데 돌아오지않았다.

바로 뒤에 있던 다른 일행이 손가락으로 주섬주섬 당장 급한 유리조각을 줍는다.


가게에 전화해서 이러저러한 내용을 알리고 

직원이 내려와 주섬주섬 유리조각들을 발견한다.


화가 나는 건 그 사람들의 경거망동

또 화가 나는 건 그 사람들의 경거망동을 우리를 포함, 아무도 지적하지못했다는거다.


차마 그 앞에서

" 아니, 여보슈, 여기 아이들이 맨 발로 노는 곳인데 그 유리병과 잔을 가지고 오면 어떻하오"

최소한

"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라고 지적하는 시늉. 이건 아닌데...그렇다고 내가 손 담그기는 싫고 누가 좀...


힘없는 직원은 

" 저 위에서 병을 던지시는 분들이 계세요" 라며 장갑낀 손으로 주섬주섬이다.

극존칭을 썼지만 진짜 그런 사람이라면 완전 개00아닌가?


맞다. 우리도 민폐인지 뻔히 알면서 지적은 커녕 쯧쯧소리도 들릴까말까 조심스러웠다.

괜히 놀어와서 술 취한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봐야 좋을 게 없으니 그렇고

그 정도의 매너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지적에 죄송합니다란 말보다

인상부터 찌푸릴게 뻔하다.


요즘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역시 윗층 분이 내려와서 직접 애기하는 게 아니다.

관리실을 통해서 중재된다.

사람 대 사람이 얘기하다가 감정상할까싶어

중재없이는 자신의 고통을 하소연할 수도 없다.


포털의 뉴스들을 보면 댓글 읽는 재미가 솔솔한데

어떤 민폐 기사를 보면 모두들 포청천이다.

"어휴..저...저래서..." 

객관적인 뉴스에는 그렇게 옳고 그른 것에 명확한 지적이 되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그 포청천같은 댓글을 달기가 쉬운게 아니다.


어디서든 병나발은 위험인자가 있다.

하물며 계곡에서 술에 취해 병을 들고 온다?

민폐가 별거인가

본인이 민페라고 생각안하는게 민폐다.


방임이 별거인가

무관심에서 조금 더 가면 방임이다.


함께 한 일행들과 소소한 에피소드를 나눈다

" 저런 진상을 보기도 했지만 뒤에 유리조각을 주운 선한 시민도 있었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