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바바리맨은 병일까 범죄일까
얼마 전 80년대까지 있었던 버스안내양의 청춘을 담은
'백번의 추억' 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버스안내양을 접했던 세대라면 그들만 외칠 수 있는
"오라이~"를 잊을 수가 없다.
"오라이~"
이 오라이는 오르다의 오라이도, 오케이의 오라이도 아닌
all right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등하교하는 학생들의 나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거나했던 그들이 버스안내란 직업이 사라지면서
공단으로 갔다고하는데 당시 좌석버스를 제외하고 모든 버스는 빵모자와 유니폼을 입은
안내양이 반드시 있어야했다.
체격이 큰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않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의 지하철에서 승객을 미는 역할인
푸시맨은 기본이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아니면 사람의 인체가 쉽게 구겨져서인지
신기하게도 승객이 많아도 어찌되었든 꾸역꾸역 다 들어가고 터질듯해도 결코 터지지않는 버스였다.
그 녀들은 버스비를 받는 게 주된 일이었다.
어른들은 동전 몇 개면 되지만 학생들은 회수권이라고 해서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종이를
하차할 때 건네주었다.
10장의 회수권을 구매하면 반드시 10장의 낱장이 나와야정상인데
고만한 시기의 학생들이란 시대를 막론하고 짖궃은 놈, 나쁜 놈, 착한 놈이 있기마련인지
10장의 회수권을 11장으로 만드는 놈들이 있었다.
점선대로 자르지않고 간격을 조금씩 줄이는 수법이 있는가하면
정신없는 하차의 틈을 이용해 회수권종이에 씹던 껌을 말아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억하는 이유는
내 또래가, 내 주변이 그런 짓을 했기때문이다.
종점동네에서 살았으니 등교할 때는 분명히 자리에 앉아야하는데
난 늘 서서 가야했다.
버스가 주된 이동수단이다보니 시작부터 만원인데다 어르신이라도 타면 당연히 자리를 양보했던
분위기였으니 그렇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무거운 가방은 앉은 사람들이 늘 받아주었다.
앉은 사람의 의무였고 당연한 배려였다.
서 있는 사람들의 가방을 앉은 사람이 받아주었다란 당시 상황을 딸에게 이야기했더니
외계인같은 표정을 짓는다.
요즘 타인의 가방을 들어준다고하면 백이면 백 다 이상하게 생각할테니 딸의 반응도 놀랍지않다.
아무튼지 가방은 누군가에게 맡겨져 손은 자유롭지만 버스는 심하게 구불거렸고 앞으로 쏠리고 옆으로 쏠리고를 수 없이 반복되는 그 상황이 여학생, 여자들에게는 심한 고역이었다.
왜냐?
내가 타고 다녔던 그 버스에 악명높은 바바리맨이 있었던 것이다.
만원버스안은 남자고 여자고 접촉할 기회가 많지만 특히 버스가 한쪽으로 기울이는 타이밍은 최악이었다.을
그것을 노리고 치마를 들어올리는 나쁜 손이 매번 등장하는데
균형을 잡을 수 없을만큼 기울어진 상황에서 범인잡기가 쉽지않았다.
뒤를 돌아보면 모두가 범인같고 그렇지않은 표정이다.
지금처럼 cctv가 있는것도 아니고 누구야라고 소리를 질러도 다른 소리에 파묻히기일쑤였다.
꽤 오랫동안 그 미친 바바리맨은 기울어지는 그 타이밍을 노리고 누렸던 것 같다.
바바리맨
바바리맨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또 있었다.
그들은 맨 몸에 바바리만 걸치고 혼자 있는 여자들에게
자신의 맨 몸을 보이는 범죄자였다.
여자들이 으악 소리를 지르면 더 좋아하거나 흥분된다는 말이 있었다.
주로 여학교, 공중전화부스에서 기다렸던 그들을 만나면 놀란 것은 둘째치고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버스안 나쁜 손이나 공중전화부스의 바바리맨들은 경범죄에 준할
가벼운 범죄가 아닌 중범죄에 치료받아야 할 질병이 아니었을까싶다.
"그래도 나는 하지않았어"
일본지하철에서 벌어진 성범죄를 다룬 이 영화의 주인공은 남자다.
만원지하철에서 여자는 자신의 뒤에 있던 주인공을 성범죄자로 신고하고 재판을 받는다.
주인공의 시선인데다 제목이 그러니 관객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좁아터진 공간에서 당한 여성의 입장을 생각함 가볍거나 중하거나 꼭 잡아야하는 범인이다.
지금시대는 여학교의 바바리맨이나 만원버스, 지하철안 나쁜 손이 설 자리가 없다.
지하철방범대도 있고 cctv도 있다. 모두들 핸드폰삼매경에 빠져있는데다 가방으로 원천봉쇄하고
서로간에 최대한의 공간확보를 하려고 노력하는게 느껴진다.
더 사악한 범죄가 있기는 해도 출퇴근, 등학교의 나쁜 손이 거의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