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한달살기?

물가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by 유원썸

아주 꽤 오래 전 해외여행은 공직자, 사업가 즉 용무가 있고 직업의 개런티가 있는 부류에게만 허용되었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정책이었지만 정말 그랬던 때가 있었다.


그 철벽같던 해외자유여행이 나에게도 개방되면서 처음으로 선택한 여행지가 베트남 하노이였다.

허벅지까지 갈라진 아오자이를 입고 사람만큼 많은 오토바이를 타고 시커먼 매연을 내뿜고 달리던 그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 베트남 나트랑을 찾았다.

이미 다낭이니 호치민이니 하다못해 사파까지 섭렵한 여행객들에게는 나트랑이 별거냐겠지만

오래 전 단 한 번 방문한 하노이를 기억한 내 머리로는 나트랑은 조금 더 세련되어진 휴양지베트남이란 이미지다.


베트남을 찾는 관광객은 중국이 1위요, 한국이 2위라고 한다. 해마다 찾는 전체 관광객은 2,5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니 k-pop, k문화덕분에 관광객이 늘은 우리나라의 1800만보다 더 많은 숫자다.

물론 볼거리가 적지않지만 그래도 따뜻하고 물가가 싼 베트남의 관광경쟁력과 단순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바짝 허리띠를 매야하지않을까싶다.


아무튼지 그렇게 많은 관광객을 받으면서도 나트랑입국절차는 짧아야 1시간이다.

여행의 설레임대신 왜 이렇게 일처리가 늦을까 짜증이 난다. 패스트트랙을 신청해도 짐을 찾기까지 또 적지않은 시간을 소비해야하니 우리나라의 입출국절차가 얼마나 빠르고 과학적인지 새삼 존경스럽다.


길었던 기다림은 따뜻함이 반겨준다. 봄보다 덥고 여름보다 시원하다. 갑자기 훅~긴장이 풀리고 낯선 언어속에 갇힌다. 도심까지는 1시간이 걸리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나트랑은 몽고같기도하고 한국의 시골같기도 하다.


며칠동안 스테이하면서 느꼈던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철하고 젊은이들로 넘쳐난다는 것이다.

호텔직원도 그랩택시운전사도 식당의 직원들도 말이 되지않아도 친절한 대우다. 우기가 긴 나트랑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임을 감안해도 친절하다. 말이 되지않으니 파파고가 열일이다. 못알아듣기에 더 웃고 눈짓과 예스 오케이로 서로의 필요충분을 채운다.


초고령사회인 우리나라와 달리 이 나라는 노인층이 적고 청년층이 많다. 이상적인 항아리형 인구분포도,

우리와 같은 장년을 만나기가 어렵다.

베트남전쟁으로 수 백만을 잃은 베트남으로써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면한다" 란 우리의 인구정책캐치프레이즈를 "덮어놓고 낳아야 거지꼴 면한다" 로 변환했던 모양이다.


나트랑시내뿐 아니라 달랏과 같은 관광지역을 가도 어린아이는 넘쳐난다. 모든 것이 서울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정말 부러운 게 이런거다. 어느 도시를 가나 어느 동네를 가나 사람이 많고 할 일이 있다..거기에 아이들도 많다. 청년층이 많아 직장잡기가 어렵다는 베트남의 현실이라고해도 노인보다 일할 수 있는 청장년층이 더 많다는 건 이길 수 없는 조건이다.


나트랑은 무조건 돈을 쓰게 되어있다. 맛사지가 싸고 음식이 싸고 교통비가 싸다.

그들의 VND라고 불리우는 화폐단위를 들을 때마다 놀란다.

" 몇 만동? 몇 백만동?"

갑자기 지갑이 확 줄어드는 기분이다만 계산해보면 몇 천원이다.


맛사지는 지역에 따라 15만동에서 35만동이다. 우리 돈으로 계산함 7500원- 2만원선이다. 그것도 깍아달라고 흥정을 하다보면 1만동(6백원)정도는 깍아준다.

베트남에서는 값싼 쌀국수가 어쩌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급식단이 되었을까마는 현지 쌀국수역시 양지머리와 고수를 잔득 올려도 2-3천원이니 원없이 먹어본다.


나트랑에서 달랏까지 3시간정도가 넘는데 호텔에서 불러 준 리무진을 이용했다. 다섯명이 125만동, 원화로 7만원돈이다. 베트남의 대졸초임은 원화로 4-50만원이라고 하니 몇 시간 달리는 한국인들의 예약에 신날 것 같다.


먹거리 싸고 날씨 따뜻하고 치안도 그 정도면 안전한 편, 가끔 밑장빼는 택시, 부르는 게 값인 인력거, 위생이 보장되지않는 맛사지, 도마뱀과 박쥐가 나오는 숙소, 움찔하는 소소한 놀라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나트랑으로시작해 달랏으로, 판랑으로 이동하는 여행루트는 가기도 쉽고 볼 것도 적지않다.

달랏에 있는 진흙공원의 하일라이트인 이 것은 머리에다 풀을 얹었던 아이디어덕분인지 핫플레이스다. 언어가 모두 다른 인종들이지만 찍는 포즈는 똑같다. 기다리면서 한 아탈리아인의 대화속에 K드라마가 들린다. 제목은 모르겠지만 AWESOME이란 단어가 연신 들린다. 이 모든 언어가 하나로 들린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상상해본다.

피서가 아닌 피한의 시대, 영하 10도를 훌쩍 넘기는 우리나라의 한파에 여름옷에 해변에서 늘어졌던 장면이 떠오른다.

낯선 곳이 주는 설레임, 러시아마을이라고 여겨질정도로 많았던 서구인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음식들, 블로거들의 말을 믿었다가 성공한 음식이 있는가하면 망한 음식도 많다.

내돈내산이 아닌 수수료를 받은 블로거들이지만 그래도 진심을 믿었는데 역시나 검증된 입맛은 구글에서 찾아야하나보다.

본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할 필요도 없지만 나트랑에서는 모두들 여유롭고 돈잘쓰는 외지인들같다.

숙소에서도 거리에서도 몇 만동, 몇 백만동이 건네어진다.

한국에서 잘 먹지못했던 두리안이며 망고스틴이며 당뇨걱정을 내려놓고 일단 시식이다.


계산해보았다. 한국에서 한 겨울, 한 달을 산다치면 차렷자세만 하고 살아도 2백만원이 든다. 누구와 약속을 하고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3백이상이 든다.

비행기와 숙소를 얼리버드로 예약하고 교통비가 덜 더는 스폿을 정하고 하루 한 끼는 사먹고 한 끼는 해먹는다고 치자.

소고기가 4천원, 계란은 2천원, 기본적인 농산물가격이 저렴하니 식비가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한달을살든 열흘을 살든 우리나라 여행객들의 취향은 여행지에서 또 다른 여행지를 찾는다.

하루종일 해변가에서 선탠을 하며 누워 휴식을 취하는 서구인들과 다르다. 나만해도 나트랑에서 며칠이 지루하니 여기저기로 행선을 바꿔본다.



청년이 수두룩하지만 청년들의 다수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광객이 넘쳐남에도 어쩐지 로마나 유럽처럼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않는다.

한국인이 베트남 관광객의 2위임에도 그들의 한국어실력은 몇 만동, 싸다. 맛있다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같음 유창한 외국어실력으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모두 손님으로 만들겠구만...

아무것도 없지만 그들보다 훨씬 더 잘 살게 된 이유가 바로 이런 저력과 좋은 머리가 아니었을까



맛사지를 하던 청년은 자신의 나이가 열아봅이란다. 다른 동료들은 열여덟.

학생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차마 고등학교를 다녔는지 물어보지않았다.

그게 뭐가 궁금할까싶기했지만 일찌감치 사회로 나온듯했다.

우리일행을 보고 한국갈때 자기들도 데리고가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한달살기를 꿈꾸는 한국인

그 한국인이 사는 한국을 가고싶다는 청년..

몽상이다.


한 번도 가보지못한 은퇴의 나라가 곧이다.

1막뒤의 또 다른 2막을 시작하겠지만 그 와중에 여기서 한 달, 저기서 한 달, 꿈꾸고 계산해본다.

본국에서 어떤 일을 하던간에 여행지에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는 법

그렇다. 우리는 일하기위해 여행하고 여행하기위해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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