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내다보는 눈은 있는데...
운전을 잘못하니 택시를 이용하는 횟수가 잦다.
어떤 날은 날씨같은 소소한 이야기에 어떤 날은 경제가 어렵고 어떤 날은 장성한 자녀들의 달라진 결혼관에
정치인들이 택시기사분들을 달리는 민심이라고 비유하는 이유를 알것같다.
그 날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화제가 되었던 즈음으로 기억되는데 기사분이
"이제는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다해요. 사람보다 기계가 낫다니까요"
아뭏든지 기계가 대단해 대단해 감탄사를 연발하길래 맞장구를 쳤다.
" 이제 얼마 안있으면 자율주행차도 나온대요. " 라고.
사람보다 기계가 낫다란 감탄을 하시던 기사분은 느닷없이 화를 냈다.
"그건 안돼요. 그런건 나오면 안돼지."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에 기사분은 서둘러 그런건 믿으면 절대 안된다라고 못을 박았다.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이유는 당연히 자율주행차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과 관련있는 직업때문이다.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대신 해주는 것에 대한 편리함은 만끽하고싶으나 그것이 내 생계에 영향을 준다고 하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시각이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할 때 기사분들은 열이면 열, 무료사용에 반색이었고 손님을 쉽게 찾는다며 반색이었다.
그 혜택에 익숙해질까싶었는데 이제는 카풀택시로 반색이 아닌 반기를 들으니 카톡택시호출이 전보다는 가시방석이다.
자율주행차는 ING중이고 얼마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분명 차도에 진입할 것이다. 그 편리함에 금새 익숙해지는 건 일구이언 이부지자(一口二言 二父之子)다. 택시역시 카풀이든 우버이든 다양한 이름으로 변화가 올 것도 시간과 과정이 문제일뿐 예상할 수 있지않은가.
지금보다 호황이었던 때 10년 정도 금융권에서 일을 했었다. 직원들은 박봉이었으나 고객들에게는 예금 이자가 후했다. 대출이자도 당연히 높았지만.
한 집걸러 미장원이 아니라 한 빌딩 걸러 은행이었는데 점심먹고 들어오면서 한 직원이 담배피며 이런 말을 했었다
" 이렇게 은행이 많을 이유가 없다. 얼마 후면 이중에서 몇 개는 분명 문닫는다."
그 직원은 어떻게 미래에 일어 날 상황을 예견했을까마는 그 뿐이었다. 그 직원은 나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동안 은행원으로 남아있다. 몇 개는 문을 닫는다고 한 말은 적중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당시 제 2의 직업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
지금의 은행에 대해서는 파업이니 구조조정이니 명예퇴직이니 넘쳐나는 기사만으로도 충분하니 그만해도 될 것 같다.
앞을 내다보는 눈은 있지만 그것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게 나쁜것인가? 자율주행차는 획기적인 편리함을 주는 반면 운전을 업으로 하는 택시기사들의 입지는 좁아질 게 뻔하다. 은행이 너무 많다며 담배를 피운 직원도 설마 카뱅크까지는 상상하지못했겠지만 은행원들 역시 비대면업무가 80프로를 넘는 현상황에 회의적인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 ATM기계도 자기 유지비를 걱정하는 마당이다.
정수기가 나오자 커피회사에서 내놓은 것이 1회용 커피믹스였다고 한다. 커피 하나, 설탕 하나, 프림 둘을 셀 필요없이 한번에 싹 넣고 뜨거운 물만 부으니 대박~! 칼로리가 높고 건강이 안좋아 어쩌니 해도 커피믹스의 달달함은 국내는 물론 해외친지들도 선호하는 선물이다.
기억으로는 정수기가 먼저 나오고 커피믹스가 후에 출현했으니 정수기덕에 커피믹스는 원님덕에 나팔분셈일까
1회용 커피믹스가 대박쳤다면 커피와 설탕 프림을 따로따로 담는 용기를 생산해낸 누군가의 분위기는 달라졌을 수 있다. 한쪽에서 공장이 풀가동할 때 한쪽은 생산라인을 줄이거나 다른 제품으로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게다.
소소한 생각인데 그 1회용커피믹스를 생각해 낸 누군가는 어떤 갈등에서 시작해 낸 게 짐작된다. 상사의 커피하나, 설탕둘, 프림하나를 잘못 타서 커피가 쓰다 달다 맛이 없다란 소리가 지겨워서 일 수도 있고 티스푼을 닦는게 귀찮아서 일 수도 있고 설탕과 프림 봉지에 묻은 가루가 끈적이는 게 싫어서 일수도 있고 커피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일 수도 있다.
만약 정수기를 보면서 불현듯 1회용 커피믹스를 떠올렸다면 그 사람은 브래인이다. 그는 어떠한 것을 보는 즉시 관련된 대박 상품을 고안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맨일게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들은 어떤 것을 보고 대박날 아이디어를 떠올리지못한다. 이런게 대박날거야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실행에 쉽게 옮기지도 못한다. 갈등은 늘 우리앞에 놓여있지만 그 갈등을 역으로 헤쳐나갈 아이디어나 시도는 부족하다. 어떻게 보면 앞은 내다볼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순발력있는 대책은 안타깝게도 너무 늦거나 거부하기일쑤다. 지금의 상황이 불리하다싶으면 화를 낼뿐 개선하거나 변화할 용기도 서두르지않는다. 사실 앞을 내다보는 눈이 있어서 어떤 때는 괴롭기까지하다. 걱정은 되는데 대책이 없으니 그렇다.
뭘 하고 먹고 살아야할지 다 고민이다. 남의 것을 뺏어먹는것도 내것을 뺏기는 것도 탐탁지않다. 반대로 말하면 나눠주는 건데 그게 참 어렵다. 갈등을 기회로 삼을 심보와 혜안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