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최근 한국에서 2시간도 채 안되는 블라디보스톡을 다녀왔다. 연해주라고 불리우기도 한 그곳의 날씨는 쾌청 화창 맑음이었다. 미세먼지도 없고 개발이 덜 된 탓에 군데군데 도로가 파여 캐리어를 끌고 가기에는 쉽지않았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건 바기지요금을 씌운다는 블로거들의 전언이었다.
일단은 의심부터 하자. 아니나 다를까 공항에서부터 낯선 러시안들이 접근한다. 블로거말과 비슷한 금액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니 바로 겸손해지는 그들.
기차표값과 인원수를 비교하니 택시값이 그렇게 과한 것 같지않기에 일행은 세상에서 처음 보는 러시아인과
세상에서 처음 듣는 러시아말에 조금 전의 갑에서 을로 바뀌어 이 인간이 우리를 목적지에 잘 데려다줄까싶었다.
흔히들 이노무시키 저노무시키라고 희화하던 러시아말은 그렇게 시키시키하지않았다. 보드카만 연신 들여마시고 모피코트를 감싸지도 않고말이다.
러시아드라이버는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숙소주소근처에서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고 또 돌리더니 더이상은 못갈것같다란 바디랭귀지를 썼다. 그럴만도 한 것이 눈앞은 계단이고 언덕이었다.
오로지 아는 러시아어 스파씨바! 감사합니다~에 입꼬리가 찌그러지며 웃는 러시아인. 우리말로 치면 고맞뜻스요 이렇게 들렸을까?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가 사용한 건 스파씨바와 스콜리까 스또잇(얼마입니까?)가 다였다. 나머지는 구글앱이 다했다. 러시아알파벳은 불어도 독어도 영어도 아니어서 읽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아랍어처럼 아래로 흐르는 글자가 있는가하면 이모트콘처럼 생긴 것도 있고 하얀것은 여백이요 까만 것은 글씨, 까막눈이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었지만 어쨋든 우리는 여행하러 온 이방인일뿐 거래를 위한 비지니스맨이 아니었으니 그들과 대화 1도 없어도 제 때 다 먹고 사고 거스름돈 받고 적당히 다른 여행객의 발자국만 따라서 다녀도 무난한 곳이었다.
참 이상한 건 어떤 러시아인들도 excuse me하면 급 당황하면서 귀까지 빨개지거나 하는데 우리가 내보이는 지도에 깊은 관심은 보여도 umm(내가 듣기론 음)이 다였다. 그 조그만 얼굴에 파란눈은 깜박거리고 비록 도움은 받지못했지만 투명한 칼라 눈동자와 작은 얼굴 긴 목 예쁜 얼굴 잘록한 허리라는 우월적인 그들의 외모를 바라보기만 해도 좋긴했다.
그럼에도....어쩌면 그렇게 영어를 못할까 프랑스는 자국어에 대한 지나친 자긍심에 영어를 알면서도 안쓴다고는 하겠지만 올림픽을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을 치른데다 체조,스케이트에서 단연 우수한 성적을 내던 국제적인 러시아를 감안하면 의아스럽다.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우리는 left right straight는 하지않는가?
왜 그렇게 영어를 못하고 안할까란 내 호기심에 누군가 저 아래지방 소도시 어디에서 영어로 대답할 수 있는 처자가 얼마나 되겠는가란 대답에 더이상의 호기심은 내려놓기로 했다. 하기사 다른 나라를 가면서 그 나라 언어 10개정도도 안하고 간 우리들의 부족한 준비성이란!
화제를 바꿔보자. 어린 아가를 키우는 엄마들과 어떤 경로로 주기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아가들이 어리니 집방문을 선호했다. 두시간정도 있으면서 내내 들려오는 영어음악에 솔직히 집중력을 방해하기는 했다.
한 집만이 아니었다. 열에 여섯집은 영어동요부터 let it go까지 영어노래가 계속 반복,반복이었다.
어떤 연구결과에 의함 열 살 정도가 자기 모국어를 확립될 때라 했으니 그 전까지 부모가 다른 언어 두개를 한다고치면 자녀는 이중언어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프랑스인 이다도시가 그 증거를 보였었고 요즘은 윌리엄과 나은이가 한국어 반 외국어 반을 사용하는 걸 tv를 통해 봤다.
영어유치원에 다녔었던 지인의 딸은 매우 내성적이었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말이 이렇게 많았나할 정도로 수다스러워졌다.
" 엄마 내가 하고싶은 말 막 할 수 있어서 정말 신나. 학교가 이렇게 재밌는 곳인줄 몰랐어" 라며 그동안의 침묵원인을 영어유치원을 들었다. 지인은 자녀의 지난 일은 묻어두고 계속 영어학원 어학원을 단 달도 쉬지않고 보냈으며 그 자녀는 영어를 매우 잘하는 성인이 되었다. 우리는 초지일관 영어사랑이라고 불렀다.
요즘 아가 엄마들도 일찌감치 영어동요부터해서 영어유치원 어학원이란 방향을 잡는다. 설사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었다하더라도 영어사랑은 여전하다. 월 100만원에 가까운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가 배운다는 책을 봤는데 수준이 상당했다. 문법도 상당했다. 왜 틀렸는지는 가르쳐주지않는다고 했다. 영어를 하는 부모라해도 correction 은 금지라고 했다. 그 집안의 공개된 소득에서 월 100만원은 적지않은 지출이지만 부모는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이다도시와 윌리엄과 나은의 경우가 이중언어가 될 수 있음은 당연히 부모가 각자 모국어를 가지고 있기때문이다.
영어가 중요하고 잘하면 좋겠지만 이제 겨우 뒤집기를 하는 영유아에게 맘마줄까요와 a kingdom of isolation and it looks like I am the queen를 동시에 제시한다는 게 안쓰럽다.
차라리 엄마가 one little, two little indians를 라이브로 불러줄 수 있다면 아가는 훨씬 더 영어가 아닌 엄마목소리 엄마말로 받아들여지지않을까싶다. 본인이 영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한다면 엄마가 먼저 듣고 가사를 외우는 등의 노력을 동반하면서 아이에게 영어환경을 마련해주었으면 한다는 거다. 최소한 저학년때까지만이라도 부모노력이 따라주었음 한다. 영어는 필기도구가 필요한 수학과 달리 일상 생활이고 즉흥적이고 순발력이기때문이다.
나는 영어를 좋아하는 편이다. 영어에 대한 지출과 그로 인한 소득이 다행스럽게도 비례했다. 영어가 한창 물이 올랐을 때는 6년간 기본영어 이후 대학, 직장에서의 영어사랑을 고집하는 우리 나라에서 영어가 안돼란 말이 이해가 되지않을정도였다. 물론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은 나의 수학시험지가 이해되지않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체계적으로 영어환경에 놓여지고 지속되고 끊임없이 노력케하는 곳도 드물다. 그런 관심에 비하면 left right straight만 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매우 아쉽다.
돌이켜 보면 러시아인들은 영어를 못해서 부끄러웠던 게 아니라 낯선 아시아들 여럿이 들이대는 순간이 당황스러워서 귀까지 빨개진 것이 아니었을까. 치즈와 우유를 팔던 중앙시장의 어떤 상인도 우리가 잘 못알아듣는 상황을 도와주려고 크게 노력하지않았다. 열심히 설명했는데 못알아들으면 그만~이란 표정이었다. 손해보는 건 상인보다 오히려 몰라서 못사는 외국인이다.
영어, 영어를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과연 그럴까? 영어에 오랫동안 구애했던 내 과거를 돌이켜 봄 그건 총알장전을 하나두개 더 할 뿐이다. 그러나 그 한 발이 없어서 총을 못쓰게 될 때면 어떻겠나를 떠올리면 영어, 절대평가받아야 할 과목임에는 틀림없다. 문제와 답은 방법이다.
뭐든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시간도 마음도 에너지도 힘든 과정이 들어가야하는데 너무 일찍은 아이들이 안쓰럽고 너무 늦으면 본인이 안쓰럽고 울만치 울고나서 얻게되는 외국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