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블라~블라

나대는 사람이 언어도 잘한다

by 유원썸

중학교 수업시 여기저기서 지방방송이 날 때 칠판에 ㄴㄷㅈㅁ라고 초성을 쓰면 순간 정적이 흘렀다가 이내

답을 맞추곤 했는데 답은 예상처럼 "나대지마"다.


아이들은 서로 나대지마라고 야단치면서 히죽히죽 웃다가 수업에 다시 집중하는데 사실 외국어는 나대지않고서는 실력이 늘지않는 과목중의 하나다.


어느 유아출판사의 영어교재를 팔기위한 설명회에 참가했었다.

"여러분 오성식씨라고 OSS영어학원도 운영하시는 영어의 귀재 아시나요?"

"끄덕끄덕"

" 이 분이 영어를 어떻게 잘하게되었냐면요..."

내용은 이랬다.


중학교1학년 때 영어는 배웠겠다 . 이것을 너무 너무 사용하고싶은데 그래서 무조건 용산에 갔다. 외국인 병사를 만났는데

" I am a boy, you are a man"

이라고 했더니 그 외국인 병사가 뭐 어쩌라고란 표정으로 보고 가더란다.

이상하다. 왜 배운 영어가 안먹히지. 연구한 결과 그 다음에 다시 용산으로 가서

" It is sunny today, isn't it?" 라 했더니

그 외국인이

" yes, it is." 라고 대답해주더란다.

아하 , 영어는 소통이구나~


믿거나 말거나인 이 에피소드는 어머니들에게 먹힌듯했다. 소통하는 자사 영어교재란 단어가 주효했었다.

엄마표 영어가 인기있었던 타이밍도 한몫했다.


너무나 많은 영어강사들의 출현으로 잊혀진 유명인이긴 한데 tv에서 그의 밝고 명랑한(?) 진행이 기억났다. 용산의 날씨대화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만한 이미지였다.


나는 키가 작은 편이여서 늘 3번,4번 5번. 이런 출석번호였는데 중학교 2학년때인가 영어수업시간에 졸았었다.

선생님이 갑자기 3번이라고 부르길래 내 번호를 부른 줄 알고 깜짝 놀라 일어났다.

" 3번 읽고 해석해봐" 란 말에 정말 떠듬떠듬 읽었고 선생님은 마지못해 잘했어라고 해주셨다.

짝이

" 넌 잘 모르면서 왜 일어난거야?" 라고 비웃었는데 잠결이라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아마 그게 계기였는지 선생님은 발표할 사람이 없으면 나와 아이컨택, 턱을 한번 치켜 세웠다.

일어나란 신호였다.

처음처럼 떠듬거리지도 않았고 언제 불러 세울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매번 예습을 했었다.

다른 과목은 그다지였는데 영어는 점수가 잘 나왔다. 시험시간이 끝나면 내게 답이 모야라고 묻는 친구가 여럿 있었으니 잘난 척해도 될 듯하다.

3번이란 호명이 없었다면 여전히 깜빡깜박 졸면서 나만 아니면 되는데라고 했을지도.

고개숙여 답을 찾는 문제는 그런대로 오케이였다.


s영어사에 다닌 친척이 있었다. 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언니때문에 외국인 홈스테이를 강요했는데 알고보니

소개비를 미리 받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내가 재수할 때라 그와의 대화는 거의 없었다.

how do you do, how are you? fine, thanks and you?

이 쉬운 것도 할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고 그 또한 너무 너무 재미없어하는 표정이었다.

종이에 적힌 영어는 잘 읽어도 파란 눈은 어려웠다. 고개를 든 순간 영어단어가 사라졌다.


그렇게 잘 지내는 와중에 집에 친척분들이 두어분 놀러오셨는데 미숫가루와 콩국수를 대접하는 바람에

그와 식탁에서 마주했었고 진짜 고문이었다.

친척분은 계속 물어봐 맛있냐고. 얘기해줘 미숫가루가 몸에 좋다고, 콩국수인데 먹어본적있냐고.

미숫가루를 영어로 어떻게 말하지. powder. 곡식이니깐...rice and what?

숟가락만 여러번 젓고 차마 입에 대기 주저하는 파란눈.

콩이 bean인건 알겠는데 날콩, 하루종일 물에 잠궜다가 불렸다가 갈은거야란 한국인의 정성스런 과정은

mix말고는 번역이 안되었다.

그와 한 마지막 대화는 맨붕이었다.

are you a student?

재수생을 영어로 뭐라고 하지? 시험쳤는데 떨어졌더. failed so study again....

재수란 제도가 없는 미국인에게 나는 이상한 occupation이었다.

학생은 아닌데 공부하고 있고 공부하는데 실패해서 또 공부한다구?

아니, 이 몸에 좋은 걸 왜 안먹는대? 미국은 이런 게 없대?

친척분들의 성화와 그의 이해불가란 절레절레는 나를 콩알보다 작게 만들기 충분했다..

쥐구멍이 어디있는거야?


oh, you've never tasted it before, why don't you try it, these are kind of healty foods.

called cold bean soup noodles, and powder mixed more than 18 grains,

you won't regret. only you can taste them here, right here

이 세 줄을 못해서 쩔쩔 매었다니!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영어를 들었는데 회화는 여전히 쉽지않았다.

남학생들이 많은 탓에 손을 들기도 부끄러웠다.

외국인강사는 shy girl에게 기회를 주지않았다.

반응이 없다싶으면 next! 라고 딱 잘랐고 학점도 드럽게 짰다.

수업 후 발표를 잘하는 학생들 주변으로

" 너 어디 학원 다녀?" 란 질문이 이어졌고 그건 좀 약이 올랐다.


EBS영어회화가 매일 저녁 8시 4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게 있었는데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동안 두어번 빠지고 내내 들었다면 믿겠는가? 정말 그렇게 했다. 교재를 사지않고 모든 dialogue는 수기로 받아적었다.

처음엔 빈칸이 수두룩했다가 두 번 세 번 들으니 거의 full sentence가 완성되었다.

마지막에는 그들의 대화를 외워 말했다. 반복되는 상황이라 자동 암기가 되었다.

그 때 출연한 외국인이 David이었나? 여하튼 버스에서 우연히 봤는데 본인을 알아본다고 흐뭇해했던 기억이 있다.


2학기가 되어 참 착한 외국인 교수에게 영어회화를 들었는데 남학생도 별로 없는데다 진짜 착한 성품의 그는 되도록 골고루 말할 기회를 주려고 했다.

여러번 해 본 학생에게는 you talk much라며 양해를 구했고 일단 내 차례가 되면 또박또박

full sentence로 하려고 노력했다.

한 두 단어로 말하는 것보다 주어 동사 3형식 5형식 순으로 말하기가 쉽지않았는데 다행히 ebs영어회화에서 배운 패턴이 거의 비슷했다. 머리가 좋은 때였고 동기부여와 의지가 있었던 탓에 입에서 블라블라가 나왔나면 믿겠는가?


1학기때 혼자 영전(영어전임강사)을 차지하다싶은 여학생이 내게 와서

" 너 영어 엄청 늘었다. 어디 학원다녔어?" 라고 물을 때의 쾌감이란!!!!


귀가 뚫리면 그 때부터는 자기 공부양에 따라 가속도가 붙는다.

캡션기능이 있는 미국 영화 하나를 골라 수십번 넘게 들었었고 외국인 선교사가 자기네 교회가서 영어회화하자는 말에 따라 다니기도 했는데 발품, 시간, 돈은 아깝지않았다. 소통하는 영어재미는 맛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취직시험에서는 고배를 몇 번 마셨다.

독해부문의 추론하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렵다.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짧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영어는 고개숙여 정답을 고르는 형태를 좋아한다. 물론 지금은 Toeic speaking도 있고 방탄소년단의 RM몬스터처럼 미드만 보고도 UN에서 발표할 기회도 주어지지만 정말 드문 경우다.


영어를 먼저 배운 선배로써 후배에게 영어를 싫어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최악은 없다.

그래서 시도때도 없이 영어를 쓰고 알아듣거나 말거나 쉽고 쉬운 영어로 아무말 대잔치를 했었다.

뭐래? 왜저래? 왜 나대? 짱나란 어린 후배들의 불평에도 굴하지아니하고 자꾸 자꾸 쓰다보니

어느 순간 OH, YES~ME ? 란 무의식적인 리액션도 보인다.


영어뿐 아니라 외국어는 SHY해서는 절대 늘지않는 영역이다.

고객숙여 정답고르기도 우리 현실에 중요하지만 말할 수 없는 외국어는 반쪼가리다.


미국의 유명한 대학에서 우리나라 영어에 네 번 놀란다는 유머가 있다

첫 째 뛰어난 TEST 점수

둘 째 그 뛰어난 점수를 받은 친구가 말 한마디 못할 때

셋 째 다시 TEST를 보았는데 똑같이 EXCELLENT란 점수가 나왔을 때

마지막 여전히 말 한마디 못할 때


정말 아까운 투자가 있는데 2조가 넘는다는 수학 사교육비와 유아때부터 배우기 시작해 초등학교 영어수업 전면금지때 우왕좌왕하게 만들 정도의 영어다.

원어민도 혀를 내두리고 중간에 GIVE UP 하게 만드는 영어수능. 긴 지문을 읽고 빈 칸 추론하기를 단 2분에 해야한다니. 한국어로도 어려운 전문적인 기사를 외국어버젼으로 읽고 정답을 고르라니...진짜 헐 아닌가?


그럼에도 SHY 는 이제 그만, 나대자. 고개숙여 정답을 고를 때는 고르고 고개 들면

"WHAT A NICE DAY, ISN'T IT?" 부터 해보자.

돈주고 배웠는데 아깝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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