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멈춰야하는 것들
넘쳐서 나쁜 것도 있더라
" 아, 지금 내 몸무게서 5킬로만 빠졌으면 좋겠다"
" 무슨 소리야. 지금 괜찮은데. 나야말로 빼야지"
" 헐, 니가 뭐가 쪘다고 그러냐?"
" 아냐, 키에 비해서 나 많이 찐거야 빼야돼."
" ㅋㅋ 대학가면 다 빠진대."
" ㅋㅋㅋ "
( 이 ㅋㅋㅋ은 무슨 의미일까? )
딸과 친구가 차의 뒷좌석에 앉아 하는 저 대화는 엊그제도 했던 것 같다.
어른눈으로 보기엔 그저 예쁜 10대들인데
종일 앉아있는 고등학생들이니 그들 말대로 대학가면 빠질 수 있다라고 난 믿어 의심치않는다.
대학가서 빠진다기보다는 앉아있는 시간이 줄어들 스무살을 기대하는 거다.
그들의 대화를 한 마디로 종식시켰다.
" 있잖아. 너네들 지금 하는 대화.....20년, 30년뒤에도 똑같이 하고 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른다.
"끔찍해! 끔찍해!"
여고생이란 신분만 다를 뿐이지 연령고하를 막론하고 여자들의 대화에는 이 " 살, 살, 살 "이
절대 빠지지않는 소재요, 주제다.
" 요즘 살빠졌지?"
" 아니, 얼굴만 빠졌는데..."
" 아냐. 분명 빠졌어. 어머 어머, 배가 쏙 들어갔어?"
" 아냐. 몸무게는 똑같다니깐"
본인의 항변에도 타인들은 빠졌다를 주장한다. 반대의 경우, 살쪄보인다란 말은 왠만하면 하지않는다.
들어서 기분나빠 질 이야기는 서로 안하는 게 낫다.
학교에서 한 여교사가
" 여자들은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된다"란 뜬금없는 말에
남학생이
" 근데 선생님은 왜 안하세요?"
라고 눈치없이 말했다가 완전히 갑분싸되고 교무실로 갔다...란 웃지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수업중에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직격탄을 날리는 중딩 남자아이의 진담(?)도 농으로 받아 치실 수는 없었을까
최근에 방탄커피라고 커피에 버터를 넣어마시면 살이 빠진다란 것이 허위에 건강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란
보도가 있었다.
이런 잘못된 정보는 살빠지고 싶은 여자들의 심리가 버려지지않는 한
그 여교사의 말처럼
"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하니 평생 이런 저런 허위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란 결론이 나는 거다.
인터넷에 나온 모 쉐이크로 3킬로 감량에 성공했으나 얼마안가 이 세상 모든 음식의 유혹에
완패당한 지인은
" 내 평생 안해본 다이어트가 없다" 라며 줄줄줄 외웠다.
뱃살에 직접 주사를 맞고 굶거나 운동하거나 영양제로 버티거나 원푸드다이어트, 고기만 먹는 황제 다이어트, 한약 다이어트...침 다이어트 그리고 16시간 공복을 가지는 간헐적 다이어트, 1일1식등 사실 그녀뿐이 아니다.
나도 이중에 몇 개 해보았지만 몸무게는 오똑이마냥 다시 제자리였다.
그러면서 여자들끼리 결론을 내렸다.
" 내 몸은 자기 몸무게를 외우고 있다. 회귀본능이 있다."
비단 외모때문만은 아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사실 체중 조절은 나이가 들수록 더, 확실히, 꼭 해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상체비만이 무릎관절에 좋을 리 없다. 허리의 통증이 오고나니 정신이 퍼뜩 들었던 때도 있었다.
미국이 비만을 병으로 진단한다란 예도 필요없다.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처럼 비만도 후폭풍이 크다.
잠시 시간을 과거로 돌려본다.
스낵, 간식은 커녕 주식도 늦으면 국물도 없던 때, (우리집이 가난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가 김치와 나물을 넣어 비빈 밥에 숟가락이 꽂히면 모두들 달려들어 벅벅 소리가 날 때까지 먹었다.
적은 양이었지만 만족할 만큼은 되었다.
에피타이저, 디저트는 가정수업시간에 처음으로 들었던 단어였다.
TV에 드라마와 가요만 즐비했으니 요즘처럼 TV따라 야식을 찾는 일도 없었기에 가능한 식사양이었으리라.
적당했다.
그래도 한 숟가락만 더 먹었으면....하는 아쉬움은 늘 있었던 것 같았다.
" 더는 못먹어, 아, 배 진짜 부른데..."라면서 2차 3차를 가는 지금의 고통(돈쓰고 배불러 힘들고 다시 살빼려고 노력하고 )보다 그 아쉬움이 단언코 좋았다.
암(癌)이란 한자를 보면....메 산위의 입구자가 세개나 된다. 산처럼 많이 먹는다?
암의 원인이 수 백가지이겠지만 입 구라는 한자가 많은 건 참 의미스럽다.
부른 배를 안고서는 왜 이렇게 식탐이 많을까 한숨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뱃속에 가득가득 넣고도 그 이상의 음식이 또 쓰레기로 나오다니 한숨
한 tv 프로그램에서 결식아동이
" 우리집에서도 음식물 쓰레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라고 말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한숨
이런 약간의 guilty는 아마 다들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딸들이 모일 때마다 그 " 살, 살, 살"이란 주제로 시끄러워지면 친정어머니는
" 보기 좋아, 니들 하나도 안쪘어. 우리때는 살빼고 이런 게 없었는데...그런 얘기를 하덜 안했는데..."라며
안타깝던 아니, 한심한 표정을 지으시던 기억이 있다.
여자는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한다.
여자는 평생 이런 대화를 해야한다.
어머니때와는 비교할수 없는 경제성장으로 뭐든지
넉넉한 시대.
어마어마한 음식으로 눈과
입은 즐거워졌는데
여고생이나 어른이나 매번 같은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으니
진짜 삶의 질이 나아진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