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설악산을 다녀왔다.
재수할 때 다녀 온 뒤 "악"자가 붙은 산은 피해왔으니 강산이 몇 번 바뀐 뒤의 재방문이라 엄청 설레기도 했다.
런닝화신고 젊은 기운에 후다닥 오르내렸던 설악산이 나를 알아볼까, 스무살 재수생의 한숨과 답답함을 묻어 두었던 설악산,
과장이 좀 심했지만 서울서 멀리 있는 명산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기에 마음가짐부터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날을 잘못 잡았다. 흔들바위 울산바위가 목표였지만 아쉽게도 11월말부터는 산불주의 기간이라고 해서 입산이 금지되었단다. 그대신 발을 돌린 곳이 "용소계곡"이다.
암수 이무기 한 쌍이 살다가 숫놈은 승천하고 암놈은 시기를 놓쳐 맺힌 한을 또아리를 틀어 만들어 진 곳이
용소폭포라고 한다는데 산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발품에 비해 눈에 들어오는 호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추하고싶은 코스이다. 그 유명한 오색약수을 맛볼 수 있으니 더더욱 강추다.
어린 시절 다니던 초등학교의 운동장이 어마어마하게 커 보였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 가보면 이렇게 작았나싶은게 우리 시야인것처럼 오색약수도 그랬다.
아궁이보다 조금 작은 규모였다.
아니었는데...예전에는 신선이 마실 듯한 경건한 분위기에 주변도 고요하고 좋았는데 이렇게 작았나란 생각으로 물 마시기를 기다리고있는데 옆에 있던 한 팀이 실수로 500미리 물통을 약수에 떨어뜨렸다.
"죄송합니다."
물통을 떨어뜨린 사람이 먼저 사과한 게 무안할 정도로 약수를 뜨고 있던 아주머니는 혀를 끌끌끌 찬다.
" 더럽게 그렇게..."
독백치고는 큰 목소리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다~들었다.
그런데 정작 아주머니는 자리를 비켜주지않고 계속 서있는 게 아닌가. 알고보니 2리터 물통에 연신 물을 담고 또 다른 통에 담고 오늘 중에 약수마셔보겠나싶었다. 그럴만도 한 게 약수가 졸졸졸도 아니고 쫄쫄쫄 흘러 나와 작은 바가지로 한 사람 마실 양만큼만 채워지기때문이다.
누군가
" 물 한 번 먼저 마십시다"라고 큰 소리를 내니 그제서야
" 다 담았어요"라며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너무 오래 짜증내고 기다린 탓에 물맛을 제대로 음미하지못했다. 철분이 가득 들어 간 물로 밥을 해 먹으면 맛있을까 저리 떠가나
나이들면 저러지말아야지.
나이값이란 단어가 얼른 떠올랐다.
나이들 수록 이 "나이값"은 인플레마냥 계속 올라간다. 조금만 실수해도 너그럽게 되기는 커녕 혀를 끌끌 차면서
"으이그. 나이는 어디로 먹었나. 나이값 좀 하시지, 그 나이 되도록 뭘 배웠나?" 디스하게 된다.
조금 더 나아가면 바로 진상이 되는 거다.
햄버거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은 가끔 사진과 다른 햄버거때문에 화간 난 고객들을 본단다.
" 사진은 저렇게 큰데 아니 이 햄버거는 왜 이렇게 작냐?"
상황설명을 해도 해결이 안되면 매니저, 매니저로 안되면 점장까지 나오게 만드는 손님들과 기타 사소한 컴플레인 고객때문에 차라리 고무장갑을 세켤레까지 껴야하는 주방 설거지가 더 편하다고 한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단다.
나도 그 심정은 뼛속까지 잘 안다. 대민업무만 20년 넘게 해보았으니 버킷리스트의 하나가 벽보고 일해보았으면이다. 물론 그 업무도 해보았는데 벽을 볼 들여다 볼 시간은 커녕 거북이 목이 된다는 게 아이러니다.
어떤 모임에서나 일터에서나 자리에서나 이상한 사람은 꼭 있다. 여기엔 이상한 사람이 없다라고 느끼면 더 큰일이다. 바로 본인이 이상한 사람이란 뜻이란다. 그러니 누구라도 이상한 사람이 있는 것을 감사하라라는 풍자까지 나온다.
원래의 뜻은 높은 분께 드리는 좋은 선물, 귀한 것이란 "진상"이 부패가 심해지고 문제가 발생되면서
좋게 말하면 까탈스러운, 나쁘게 말하면 못생기고 못나고 한마디로 꼴불견을 부리는 사람을 지칭하게 되었다는데 바로 위에 언급했듯이 어떤 자리, 어떤 모임에서도 있음직한 이 "이상한 사람과 진상"은 질량보존의 법칙마냥 "진상보존의 법칙"이 있단다.
아무리 사회전반에서 갑을, 인간존중, 미투가 외쳐져도 어제 진상 한명, 오늘 진상 한명, 숫자는 똑같이 유지된다는 진상보존.
안타까운건 애들이 진상떨면 싸가지가 없다.폭탄.개웃겨인데
어른이 꼰대짓하면 진상이라고 표현된다는 거다.
아이스크림가게에 가면 이름만 보고 맛을 짐작하기 어렵다. 궁금해서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 저기, 000이라고 쓴 것은 무슨 맛인가요?"
" 안먹어봐서 모르겠는데요."
" 헐!"
또래 자녀들이 말하기를 " 엄마처럼 묻는 사람 없어. 이름밑에 다 써있잖아. 그냥 맛을 보겠다고 하면 숟가락으로 떠주는데"라며
엄마=진상손님이란다.
자존심이 상한다. 글씨가 안보여서 물어본거다. 이 자식들아!
위 사진만 보고 맛을 알 수 있을까요?
직원의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니 어른과의 소통이 답답할만도 하다. 요즘 세대들은 남의 일에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게 특성이란다. 그러나 직원이라면 자기 업무인데 어느 정도는 알아야하지않을까.
그래야 매출에 영향을 줄텐데말이다.
이러니 또 꼰대란 말을 듣나보다. 그 매장 매출까지 내가 걱정해 줄 일인가
사진과 다르다는 햄버거 사이즈는 애들말로 창렬(양은 작고 가격이 착하지않은) 하다. 순두부 백반과 다르지않은 육 칠천원하는 적지않은 금액이나 하나의 햄버거로는 끼니가 되지않는다.
그래도 사진에는 침이 고일만큼 맛있고 푸짐하게 보이기에 무인시스템으로 힘들게 주문했는데 먹어보니 적은 걸 어쩌겠나.
해결책은 햄버거 안먹으면 된다.
설명서가 잘 안보이면 스트로베리, 애플이라고 확실히 써있는 맛만 사먹으면 된다.
애들말대로 안물안궁(안물어보고 안궁금해하고)이면 진상이 없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