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연기자 vs 막장드라마

세상에 나쁜 드라마는 있다

by 유원썸

웬만하면 바쁜 아침을 만들지않는다.

(다행히 오후에 시작하는 나의 일이 감사하다.)

가족들이 각자의 일터로 나간 뒤의 아침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가볍게 끼니를 해결할 정도의 양만큼만 입안에 넣고 커피 한 잔을 들고 자리에 앉아

tv를 켠다.


그렇다. 아침드라마다.

열심히 사는 여자. 경단녀를 극복한 그녀의 노력이 가상하다.

시댁은 겹겹산중이고 시누이들은 왜그리 밉게만 나오는지. 나도 시누이지만 시누이들은 참 미운 캐릭터다.

열심히 살던 경단녀의 사회 재도전기는 어느 새 남자를 만나고 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질투를 받는다.

중상모략은 일상이고 거짓말에 가식에 요즘은 갑질까지 등장한다.

또 다시 발암, 막장드라마다.


시작은 늘 잔잔하고 기대해봄직한데 어느 순간 막장이란 블랙홀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아침드라마가 대부분 120회 정도를 한다.

초반 20회까지는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모습이 보기좋다. 이후 95회는 똑같은 패턴이다.

유혹, 불륜, 거짓임신에 아이를 낳아도 친아빠는 따로 있고 힘들게 결혼하면 아이가 생긱지않고

무늬만 부부라서 과거의 여자에게 다시 찾아가고~ 후회하고 눈물 뚝뚝 흘려가며 역시

조강지처를 버리면 혼줄이 난다면서 10년 후, 20년 후로 후다닥 결론을 맺는다.


" 발암이라면서, 막장이라면서 왜 드라마를 보고 있는가?"

집구석에 앉아 그런 드라마나 보니 남편 의심하고 옆집 누구가 어쩌니란 한심한 얘기만 늘어놓지않는가

(그러나 어쩌다 아침드라마를 보게 되는 남자들도 한 번 보기시작하면 욕을 하면서도 같이 보게 된다. 특히 앞내용을 몰라도 스토리를 쉽게 알 수 있는 구성은 으뜸이다.)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들의 황금시간은 아침 10시정도까지로 생각한다.

이후는 운동을 가던 약속이 있든 일을 하러 나가야한다. 설거지와 청소를 해놓고 차 한잔 마시는 게

오전의 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tv전원이 켜진다.

공중파에서 아침드라마는 3개인데 겹치지않는다. 겹치기는 커녕 바로 바로 이어지게 하는 기가 막힌 편성이다.


오늘은 안봐야지하면서도 보는 이유는 오늘이면 좀 나아지려나하는 기대감이다.

드라마라고 해도 저들의 악행을 즐기면서 보는 시청자는 없다.

선한 주인공이 언제쯤 행복해질까

착한 사람들이 누렸으면 하는 행복은 언제 어떻게인지가 사실 궁금해서이다.


kbs의 아침드라마는 시청률이 19프로에 달한다.

런닝맨과 같이 장수 연예프로그램의 시청율이 보통 10프로 이하다.

한 때 전국민 동시 같은 채널이었던 1박 2일도 30-40프로였던 것을 감안하면 방송사 입장에서 아침드라마의 이런 시청률은 여자들의 리모콘을 빼앗지않고서는 바뀌지않는 안정적인 자산이리라.


"4주 후에 뵙겠습니다"란 명언을 남긴 사랑과 전쟁이란 이혼 전문 드라마가 있었다.

저런 상황이 실제로 있을까? 너무 각색했다라고 하지만 실제는 더 한 부부가 많다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내 주변의 한 부부가 너무 고통스럽길래 부부클리닉을 권유해보았고 정말 길 가는 사람에게 길을 막고 물어보라누가 잘했는지 들어나보자란 심정으로 소재공모로 올려달라란 부탁을 받기도 했다.


그 놈의 돈이 뭔지 돈 때문에 지옥같은 집에서 적과의 동침을 한다란 부부의 일상은 드라마로 각색할 수도 없을만치 물어 뜯고 뜯겨 너덜너덜해져서 웃어도 눈물이 흐른다란 싯구처럼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다.

드라마는 참고 볼 수 있지만 현실의 드라마는 답이 없어서 답답하다.


그런 현실의 반영이란 드라마는 종편과 공중,웹 드라마까지 포함해서 한 주에 100여개가 넘는다. 어떤 드라마는 쪽박이고 어떤 드라마는 중박, 대박이다. 덕분에 시청률의 기준이 많이 겸손해졌다.

본방을 못봐서 돈을 내고서라도 보고싶은 드라마가 다행히 많다.

개인적인 취향에 다르겠지만 "응팔", "도깨비", " 미스터 션샤인", "눈이 부시게", " 또 오혜영", "비밀의 숲"등이 그랬다. 최근에는 했슈~안했슈~동백꽃이 소소하게 웃겼다.


초호화 출연진에 500억을 들이고도 흥행참패가 있는 드라마가 있는가하면 인지도가 낮은 배우들을 기용하고도 20프로 가까운 시청률을 내는 따논 당상에 방송사들은 모험을 걸고싶지 않을 것도 같다.

그러나 아침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정말 맛있게 차를 마시고싶다.

아침부터 스트레스지수가 확 올라가는 것 말고도 알콩달콩 러브라인도 좋고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는 이야기도 좋다. 아침의 시청자들은 비교적 충성심이 있는 부류가 아닌가


왜 그런 충성심을 오해하는가?

아침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불륜을 좋아한다고?

거짓말, 중상모략, 갑질에 흔들리는 가정을 좋아한다고?

절대 아니다.


그러니 20프로의 충성고객들을 위해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달라.

악인이 아닌 막장, 막가파 배우들은 알고보면 너무 너무 착한 성품들이란다.

(악인 연기가 쉽다는 배우의 인터뷰가 많은 게 요상하다)

세상에 널린 게 소재다. 위기의 사랑도 있지만 신데렐라보다 더 절절한 사랑도 많다.

그들이 만나서 사랑을 시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났던 사연 모두가 얼마나 재밌다 슬펐다 쫄깃한지 모른다.

세상에 나쁜 드라마는 망한 드라마가 아니라 망할 놈의 같은 막장만 고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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