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머무르다

by 유원썸

금값이 날개를 달았다. 당장 수중에 있는 얼마간의 금이 번쩍 번쩍 윤이 난다.

어디 쳐박아놓았나 관심도 없다가 순금인지 24k인지 확인차 찾아보면서 문득 예전 생각을 떠올렸다.


나라사랑 금모으기 운동

" 장농속에 있는 돌반지 금반지 제 값에 쳐드립니다~"

IMF때였다.

한 돈에 5만원이 안되었으니 그것을 내놓아도 전혀 아깝거나 담당자를 못믿거나 하지않았다.

정말 기꺼이 내놓았다.

아까비....

지금 그게 있다면 도데체 얼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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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봉의 마음으로 내놓았지만 너다섯배 뛴 금액에 달기똥같은 눈물이라도 흘리고싶어진다.

샘의 아들, 벤틀리의 명언이라도 빌리자

" 나의 사랑 "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가는게 좋을까?

신났던 대학 신입생이 나의 전성기였을까?

입사 후 2년 째 되던 때 원하는 업무를 임명받아 날개달았을 때?
연애? 결혼? 아이가 태어나고?

대학 이전이 훨씬 더 어리니 그 때가 나을까

아냐 아냐 그 시절은 그렇~게 까지 소원하지않는다.

돌아가봐야 학교 책상 책앞이다. 좀 더 고민해보자..


우디알렌이 감독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란 영화를 최근에 보았다.

생각보다 이 영화, 수상실적이 좋다. 각본상이 오스카포함 4개를 받았다.

배우보다 작가가 더 꿈이었던 남자 주인공 오웬 윌슨은 마아가린을 듬뿍 바른 그런 부드러운 발음과 음성이다. 듣다보면 기름범벅이다. 느끼함이 아닌 soft itself

저런 사람이 화를 내면 잘못을 빌기는 커녕 계속 화를 돋굴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이 파리인데다 과거 1920년 피카소, 헤밍웨이를 출현시킨 모던 클래식에 딱 어울리는 그래서

더더욱 흡입력있는 목소리다.


소설가를 꿈꾸는 주인공 길은 약혼자 이네즈, 그녀의 부모와 파리를 찾는다. 화려하고 꿍꿍이가 많아보이는 예비처가댁과는 잘 어울리지못하는 길,

-길서방, 맘에 들었다 안들었다 해. 딸이 좋다니 그냥 봐주지만말야~

그런 처가 분위기에서 나홀로 흑백처럼 견디는 길에게 밤 12시가 땡!하니 신델렐라처럼 20년대때의 마차가 도착한다.

어리둥절 마차가 이끄는 곳에 도착하니 "들어나봤나?" 헤밍웨이, 피카소가 눈앞에 살아있다.

과거를 갈망하는 길에게만 보이는 마차. 피카소의 연인을 만나고 또 마차를 타고 과거로 가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조언도 듣는다.

대문호의 첨삭지도를 받는다는게 가능, 가당키나 하나? 길은 흥분의 도가니로 치닿고 약혼자에게 얘기해보지만 관심 1도 없다. 이네즈에겐 들리지도 나타나지도 않는 마차와 과거에 길은 미치고 팔짝 뛰겠다.

또 다시 과거로 가서 피카소가 사랑한 연인과의 사랑, 이 둘이 마차를 타고 1920년이 아닌 더 과거로 가보지만 길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아무리 과거로 돌아가도 또 과거로 가고싶어한다는 걸.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들을 직접 만나는 기적도 일어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과거의 어느때가 아닌 지금이라는 걸.

속이 킁킁한 이네즈와는 헤어진 뒤 비슷한 정서를 가진 여인과의 새출발을 암시하는 빗길을 걸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매우 정적이면서도 가끔 빵 터지는 코믹함도 있다. 뻔함도 있고 뒷통수치는 반전도 있고 무엇보다 자신이 추앙하는 과거인물을 직접 봤을 때 길의 억양과 표정이 리얼리 그 자체다.


2012년 영화인데 삼십만이란 극장 동원관객수보다 나처럼 인터넷으로 돈 안내고 본 이들이 더 많아보인다. 배급사에게는 이익이 덜 했겠지만 좋은 영화는 입소문이 증명한다.


딱 거기까지!


1920년대에서 멈춘 길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다. 길의 시선은 과거인물이 아닌 자신의 작품에만 꽂혀있다.

옛날에는 이랬구나 와, 신기하다. 그런 건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어떻게 글을 써나가야하는지 문호의 확인을 받는 게 목적이다. 길은 현실사람이다. 뭣이 중한디를 알고 있다. 글을 쓰고 싶은게 다였다.


과거로 돌아가는 여행이 아닌 시간 역행하는 부류가 트렌드가 되면서 별의 별 가설이 나돈다. 어디선가 다른 세상에서는 과거의 그들이 버젓이 살아가고있다고. 지금과 옛날로 통하는 홀이 있기는 한데 연결고리가 없어서 서로 왕래할 수 없다고.

타임머신이 불가능한 이유는 시간은 따라잡을 수 있지만 공간이 그 속도를 못따라가서라는 설도 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익사이팅한 건지. 로또당첨과 비교할까.

7대 불가사의? 바로 해결.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바로 전송

내 조상을 만난다? 할아버님. 빨리 서울 강남의 땅을 사야됩니다~

이렇게 사심가득, 개인욕심이 가득하니 내 귀에는 12시의 마차소리가 들리지않는가보다. 과거로 돌아 가 역사를 바꿀 자에게는 허락되지않는 선(線)

껄껄껄

지나고 보니 그 때 거기 갔을껄.

지나고 보니 그 때 샀을껄

지나고 보니 그 때 만났을껄

수많은 껄껄껄이 있다.


나는 미련맞은 구석이 있어서 내일 일을 걱정하는 것보다 과거의 추억을 곱씹다가 그 때 선택을 이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가끔 나는 과거의 내가 붙잡고 있는 느낌이다. 글을 쓰고 써야한다는 핑계로 강제적으로 나를 타임박스에 가두기도 한다.


그때 그것을 알았더라면..이게 아니고 저거였지 발등찍었네

금값이 올라가니 20년도 더 된 IMF를 떠올리기도 하고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언제쯤 백신이 나올까 내년에는 좀 나으려나하는 생각보다 작년 이맘때 얼마나 좋았던가를 회상하는 나는 내년에도 또 올해를 떠올리려나


그렇다치더라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다른 결정을 할까나?

아니, 결국 나는 같은 선택을 했으리라. 나는 변하지않았으니깐. 어떤 결정을 했다해도 후회는 늘 있기마련이다. 인간은 후회하려고 산다란 악담도 있더라.

제일 좋다는 그 시점을 가도 난 이게 대학생활인가? 란 회의를 했을 거고 입사를 했을 때도 날개를 달았다는 그 타이밍에도 만족보다 왜 이렇게 일이 많을까를 힘들어할거다.

유태인의 탈무드에도 황금은 종종 비유의 아이콘이다.

한 밤중 신을 만났다. 투덜투덜 신에게 불평을 해댔다.

" 바닥에 있는 것들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잡아랴"

" 이까짓 돌을 잡으면 뭐한답니까?"

달랑 세 개를 집은 사람은 다음 날 아침 손에 잡은 게 황금인 것을 알고 대성통곡했다.


황금에 준하는 소중하고 귀한 것. 일명 세가지 금을 신(神)이 주셨단다.


소금, 황금, 그리고 지금.


영화 쿵푸팬더에도 등장하는 이 문구는 영어식 표현이 확 와닿는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Today is a gift

That’s why we call it the present.

어제는 지나갔으니 내일은 아직 오지않았으니 미스테리하고 오늘이 선물이지. 그러니 우리가 그것을 선물(膳物)이라고 부르지


어제 신을 만났는데 잘못된 판단을 했으니 내일 신을 만난다면 두 번 다시 그런 멍청이짓은 하지말아야지 주먹을 불끈 쥐어보지만 신은 전혀 다른 상황으로 나타나

선택을 종용할걸

이거야 저거야

그 순간의 나는 내 옆에 있는 게 황금인지 된장인지를 구별할 능력이 과연 있을


젤 궁금한건 내일 나는 그 ''잡으라!'' 라는 신을 만날수 있기나 한건지.

꿈꿔본다. 어제의 나보다 내일 올지도 모를 챤스를!


과거로 시간여행은 이제 그만하고 지금을 잘 살자.

오늘을 사랑하고 잘 산 사람만이 황금같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하니


2020년 벌써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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