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솜이란 멋진 배우가 출연했던 영화 " 소공녀"를 보았다.
소공녀를 영어로 하면 a little princess다.
평점도 높고 청룡영화상을 비롯한 수상이 상당하다.
내용은 어린이 명작소설 소공녀와 전혀 무관하다.
끽연가이며 위스키를 사랑하고 여전히 학자금대출을 갚고 있는 남자친구.
주인공 미소는 이 세가지외에는 관심도 욕심도 없다.
대학 다닐 때 밴드를 했었다만 등록금이 없어서 그만두었고 이후 그 날 그 날 벌어서
담배와 위스키 한 잔으로 위로받고 남자친구와 함께 헌혈을 하고 받은 영화티켓으로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나 더이상의 월세를 감당치못하게되자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학교 다닐 때 친했던 밴드 멤버들을 찾아다니게 된다.
" 너 , 아직도 그렇게 사니? 난 남이란 같이 못살아" 단 번에 거절하는 멤버가 있는가하면
시댁의 눈치를 보면서도 잘왔다며 반겨주는 친구도 있다.
눈치는 커녕 과잉친절로 맞이하는 집도 있다.
다 큰 아들을 어떻게든지 이 처자에게 넘겨버리고픈 야욕을 가진 어머니의 표정이 압권이었는데
아뭏든지 러닝타임내내 고구마를 먹는가싶다가 이 부분에서 빵 터졌었다.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한 멤버도 있었다.
"불편해...나같으면 그렇게 안살아..."
제목이 소공녀, 리틀 프린세스이지만 그녀의 삶은 하루살이와 별반 다르지않다.
큰 집이든 작은 집이든...비싸든 싸든간에 먹고 누울 집이 없다는 건 악몽이다.
한 마디로 거리에 내몰린다는 것과 같다.
영화 평점은 높으나 " 그녀의 철학이 부럽기는 하지만 저렇게 될까봐 두렵다" 란 리뷰가 적지않은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다.
" 양말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이쪽부터 저쪽까지 다 양말이야~주문서보고 갯수만큼 정신없이 담고 포장하고 어떤 날은 뛰어 다니고 겨울에 발에 땀나게 일해요"
양말이란 단어를 치면 상위권에 나오는 A회사에 두 계절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지인의 말이다.
트럭이며 시장이며 널린 게 양말이라 그게 발에 땀나게 일할 만큼 바쁜 곳일까?
얼른 상상이 되지않았다만 그 이가 가르쳐 준 양말 사이트로 들어가니 주문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
그 이는 그런 아르바이트계에서 비교적 높은 연령에 속하단다.
" 나를 써주는 게 어디야~" 라며 즐겁게 다니더니 여름이 오기 전 비수기라며 그만둔 뒤로
한동안 ㅠㅠ를 그렸었는데...
그 이가 놀라고 우리를 놀라게 한 건 양말의 숫자만이 아니었다.
이십대의 청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정도의 월급으로 사는 청년이 많다는 게
너무 미안해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120만원이 될까말까한 월급으로 아이폰을 덥썩 산다는 것
예를 들면 아이폰이었지만 한 달 내내 일한 월급에 해당하는 지출을 한 번에 쓴다는 게
그 이나 그 이야기를 듣는 중년들에게는 놀라운 생활방식이었다.
#내돈내산
내돈내고 내가 산것에 대한 리뷰의 제목이 보통 이렇더라.
내가 벌어 내가 쓰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라떼이즈홀스라고 해도 별 수 없다만
어느 순간 듣게 되는 아주...아주 듣기 싫은 말이 있다.
" 그 나이가 되도록 뭐했어요???"
영화 소공녀가 전하고싶은 메세지는 보는 연령에 따라 다를 것 같다.
20대는 하고싶은대로 사는 방식이 마음에 들 수도 있고
30대는 현실에 밀려 왕년의 꿈을 잃어버린게 아쉽고
40이후는 아마도 나와 비슷한 느낌이지않았을까
- 집이 없으면 어때? 이런 카페에서 커피마시고 글쓰고 너무 악악거리고 살지말아야지....
라고 적어도 한 번만큼은 그랬겠지만 인생이 장난이야? 어떻게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어?
왜 돈이 필요해? 왜 돈을 갖고싶어? 돈이 많으면 뭐하고싶어?
여행가고싶어서.. 큰 집으로 이사가고싶어서.. 아이들 교육때문에...
돈을 왜 벌어야하는지는 우문에 가깝다만 난 특이하게도 샤워할 때 돈이 좋구나란 생각을 매번 한다.
내가 어릴 때는 목욕은 목욕탕에 가서 하는 거였다. 고백하자면 어머니들이 몰래 몰래 가지고 온
빨래감도 더러 있었고 그것을 잡아내는 목욕탕 아줌마들의 호통도 들었었다.
집에서는 커다란 양은대야에 물을 끓이고 조심조심 옮겨서 찬 물에 섞어 후다닥 씻고 감았다.
가끔은 다른 형제들이 배려없이 그 물을 다 쓰기도 했는데 나는 어떻하냐며 소리지르고 운 기억도 있다.
그렇게 오래된 기억도 아니다. 결혼 전 빌라에 살았었는데 그 동네에서는 나름 최신, 대형에 속했음에도
연탄보일러였고 온수는 일정양을 쓰면 찬 물이 갑자기 쏟아지는 이상한 시스템이었다.
긴 머리를 감을 때면 안전장치로 팔팔 끓인 물을 늘 준비해두어야했다.
당시 아파트에서 사는 친구가 목욕탕의 온도를 따뜻하게 해놓아야한다며 온수를 하염없이 틀어놓는 것을 봤을 때 신세계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이후 우리집도 아파트로 이사하였고 쉬지않고 나오는 온수에 정말 흠뻑 빠져 로마인들이 목욕을 즐기다 망하기까지 한 이유를 알겠더라.
끊임없이 나오는 온수라는 녀석을 난 너무 너무 사랑한다.
추운 목욕탕도 아니고 줄어드는 뜨거운 물에 민감해할 필요도 없고 머리가 복잡하다싶으면 그 쉼없이 나오는 온수에 한참을 서있는다.
내가 다른 건 부족해도 온수가 펑펑 나오는 따뜻한 목욕탕만큼은 포기하지못할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나름의 기억이 나름의 이유를 만들고 노력한다.
" 삶의 태도가 부럽기는 하지만 저렇게 될까봐 두렵다..."란 리뷰는 꿈도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안락함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란 생각이 아닐까?
주인공 미소란 캐릭터는 가오있는 삶이다. 누구에게도 구속받지않고 내돈내산이란 원칙이 있다.
그러나 그녀가 잘한다는 "가사일" 을 핑계로 지인들을 찾아다니는 건
단지 지인이기때문에 그닥 필요없는 노동력을 강제로 구매해줘야하는 부담감, 미소가 이 부담감을 배려하지않았기에 영화 내내 안타깝고 참견하고싶고 고구마 두 어개를 먹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나도 1년을 열심히 벌어 여행을 가고 또 몇 년을 열심히 일해서 빚도 갚고 집도 넓히고 또 열심히 일해서
하고싶은 것을 하리라. 말이 좋아 열심히지만 어떤 날은 개처럼 번다란 옛말이 아니라 오늘 나에게 하는 말이고
남의 주머니에서 돈 나오는게 이렇게 어려운건가싶고 내가 사는 아파트보다 온수가 더 잘 나오는 것도 아닌데 수십억을 호가하는 아파트에서 그 주민만 이용할 수 있다는 스카이라운지의 스테이크 가격에 자존심도 상하고 학교 다닐 때 내가 공부를 덜해서인가 후회도 해본다.
내가 벌어서 할 수 있는 게 어디까지일까 궁금하지도 필요도 없다. 온수처럼 잠깐은 행복에 취하게 해주지만
배수구로 흔적도 없이 빠져나가는 게 돈이란 녀석이다. 모았다고 생각하면 모래알 흘러내려가는게 눈에 보여도 잡을 수가 없는 것처럼 남아있지도 않다. 내가 펑펑 썼나 계산해보면 그렇지도 않았는데...란 억울한 부분도 있다만 그래도 물먹은 솜, 온 몸이 피곤에 쩔어도 내 쉴 곳과 누릴 곳이 있다는게 너무 너무 좋다.
공주, 왕자란 얼마나 대단한 존재들인가? 금수저이상의 다이아몬드 수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분제도가 있을 때만 그런가? 도 아니다.
국왕제도가 있는 유럽의 몇 개 국가들의 국왕, 여왕, 공주, 왕자등의 서열은 여전히 스포트라이트와 파파라치를 부른다. 우리나라가 아님에도 영국 왕자들의 이름을 왠만하면 다 알고 있을 정도니 그 나라에서는 오죽할까
아무것도 하지않는다고 비난을 받는다해도 왕가들은 궁전에서 살고 그들이 할 몫은 일반인이 할 수 없다.
소공녀 a little princess.
동화속의 소공녀는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결국 자기 자리를 찾았다.
영화는 영화다. 아마도 미소처럼 삶의 철학이 남다른, 서른이 되어도 이십대 가졌던 꿈을 여전히 꾸면서 누울 자리가 없어도 위스키 한 잔으로 힐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만 아주 조심스럽게 참견해본다.
조금만 더 자기 인생에 욕심을 내보라고. 아주 조금만이라도....
일을 하지않는다고해서 꿈을 이루거나 꿈을 이루기위해서 일을 하지말아야하는 건 아니라고....
태어날 때부터 소공녀신분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노력해야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