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뭘 하기엔 늦고 안하기에는 이르고

by 유원썸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출판물 간사회가 있다.

일종의 자문역할인데 약 10년간 해오던 일이라 익숙하고 편하다.

사례가 따르는 일은 아니지만 좀 더 완벽한 간행물을 만드는데 일조한다란 나름 자부심이 있다.

날카로운 지적끝에는 고생했어요~애썼어요~덕담으로 마무리된다.


한 사람의 눈, 특히 제작자의 눈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스크래치가 있는 법이다.

유명한 작가의 한 마디보다 백 명의 독자가 전하는 리뷰가 도움이 되는 것처럼.


회의후 간사들끼리 간단한 식사와 커피타임을 가지면서 어려운 제안을 꺼내는 1인.

" 우리 이제 이 일 그만 둘 때가 된 것 같지않아요?"

모두들 갑작스런 제안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 10년이면 사실 물갈이할 때가 된거지. 노련한 테크닉도 젊은 감각이 주는 신선함을 따라갈 수는 없는거야."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천천히 수긍이 되었다.

'맞아. 우리가 최선은 아니지. 시대는 변하고있는데 아날로그 감각으로 고집할 수는 없겠지'

물론 간사회의 지적을 100프로 반영하는 건 아니다만 10년이란 세월이 좀먹은 것도 아니다.

출판물은 서서히 좋아지고 개선되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담당자와 우리의 나이차는 점점 멀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제안자는 최근 자신의 현직도 고사하고 이제는 나누고싶다 했다. 그럴 때가 되었다고 정말 앞으로는 그렇게 되야한다고 했다.

나보다 위의 연배인 그의 발언은 분명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인데도 순간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현직은 곧 소득과 결부된다.

나눔. 나눌 정도를 가지고 있는가가 아닌 나눌 마음이 있는가가 문제다.

언제까지 일할건가?

언제까지 현직을 고집할건가?

언제까지 이 커리어를 이용할 것인가?


인생 100세 시대, 지금이 한창 일할 때라고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창때는 지났다.

나를 보고 자리를 배려한다거나 대면하기를 어려워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대학교 전체 동아리모임에 갔었을 때 20대 대학생들이 벌떡 일어나 나와 동기들을 맞이했을 때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올해도 아닌 몇 해전이었으니 그 때는 내가 더 훨씬 어렸을(?) 때였다.

심지어 후배의 어머니가 나와 나이가 똑같다고 해서 기가 찼던 기억이 있다.


여담이다만 대학 2학년 때인가? 복학생이 들어오면 전원 차렷! 전원 인사!를 했다.

졸업한 선배가 왔다하면 어르신, 그런 어르신도 없었다.

하하하..

복학생이래봐야 스물다섯, 여섯이고 졸업생도 서른이 채 되지않은 직장인들이었는데 당시의 대학생들에게는

너무 너무 높은 선배님들었으니. 지금 정서로는 이해불가 상상불가일거다.


나이앞에 장사없다란 말, 비단 힘만이 아니다.

일전에 내일배움카드라는 것을 시도했다가 큰 코 다쳤다.

" 왜 이것을 배우고싶으신가요? 취직이 될까요?"

배우고싶은 게 아닌 취직이 바로 될, 가능성있는 배움을 해야한다란 취지에 1차 시도에서는 떨어졌다.

애들 말로 " 음...이건 아냐~아냐."


아직도 내가 하고싶은 일이 많은데. 베우고싶은 것도 많은데 그것을 왜 배워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걸러지지않고 바로 올 때가 더러 있다.

주변에 보수성향이 강한건지 내가 너무 나대는 건지 모르겠다.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그램에는 아주 오랫동안 한 일만 고수한 일명 "옹" 들이 있는가하면

인생 100세 시대란 말이 맞게 노인이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과 재능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부류도 있다.

둘 중 하나다.

오래된 경력자이거나 늦은 새출발인데 잘하거나.


간사회의 " 이제 그만둘 때" 자체 제안은 여전히 충격이다.

알아서 빠져줘야한다에 인정도 불인정도 not yet이다.


오십이란 나이는 뭘 하기에는 늦은 나이

안 하고 버티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란 생각이 든다.

직장에서도 서서히 의자를 뺼까말까 고민대상일테고

새로운 일을 배우기엔 손과 머리가 따로 놀기시작한다.


카페를 하는 친구에게 아줌마들이 훨씬 더 일을 잘하지않냐라고 했더니

" 메뉴를 못외워. 손이 느려. 말만 잘해." 란 경험담을 들려준다.

햄버거가게에서 일하는 대학생들도

" 40대 후반의 아줌마인데 일한지 몇 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서른개가 넘는 메뉴를 못외우고있다"

라면서 나이든 사람을 잘 쓰지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상황은 더 절박하고 노력도 더 하겠지만 애들보다 못하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는 것.

그러니 50이상은 창업외에는 대안이 없어지는가보다. 한 집 걸러 하나인 치킨집이 그래 생겼나?


20대, 스무살은 너무 가능성이 많은 나머지 방황을 적잖이 했다.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3.6.9간격으로 회의감이 왔다.

30대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내 나이를 잊고 살았다. 그 때는 엄마이고 아내가 먼저였다.

40대는 일이 손에 착착 붙어서 어디서나 환영을 받았다.

20-30대처럼 중간에 그만둔다 소리도 안하니 고용주입장에서는 안심되는 재원이다.

30대와도 잘 어울리고 50대와도 소통이 잘 되는 가운데 역할도 척척이다.

50대는....

60대와 더 쉽게 친해진다.

어디가나 건강 얘기, 비타민 얘기, 초록 홍합얘기뿐이다.


" 우리 엄마때를 생각해봐. 60에 환갑잔치하고 할머니되고~지금 60대, 누가 환갑잔치하니? 애들이 결혼을 안하니 70은 되야 할머니가 될까말까지"

동창들의 증언에 잠시 힘을 내본다.

" 맞아. 지금 50살, 얼마나 젊은거니? "


그럼에도 뭘 하기엔 약간 늦은 듯하고 안하기엔 참 이른듯한

마치 오후 4시 30분 언저리에 있는 듯한 이 찝찝한 느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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