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냐 밥이냐

국수를 좋아하는 남편VS밥을 좋아하는 아내

by 유원썸

오늘 뭐 먹을까?

내 눈치를 보다 막국...수 어떠냐며 의중을 떠보는 남편


남편의 일관성있는 메뉴선택에

각자 먹고싶은 것 먹을 수 있도록 음식백화점에 가자란 말이 얼른 나온다.


비빔국수 막국수 시원한 냉면 그것도 아니면 짜장면, 것도 아니면 짬뽕

치아가 부실한가 어째 매일 고르는 게 국수아니면 면일까


같은 밀가루라도 난 빵이 좋고 굳이 면가락을 선택하라면 파스타가 좋은 내 입맛에

ㅉㅉㅉ 맛있는 걸 못먹어봐서 그래...라며 혀를 차는 남편이다.

그의 엉덩이를 확 차고싶은 마음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어릴 적 입맛이라는 게 있다.

허접하고 별 볼일 없는 음식이라도 너무 너무 맛있게 먹었던 머릿속의 기억은 그 단어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는 그런거말이다.

특히나 긴 겨울 밤 어머니나 할머니가 해주셨던 음식은 더더욱 잊기가 어렵다.


남편의 막국수에 대한 애정역시 시아버지의 손맛때문이다.

지방 소도시에서 막국수집, 조금 더 돈벌어서는 갈비탕집을 크-게 하셨다는 시아버지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졌어야 했는데 갖고 있던 배마저 뺏기는 격으로 수난을 맞아 가업을 기업으로 물려주지는 못하셨다.

그래도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맛있는 완성품을 만드는 배후세력으로 존재하신다.

요리법은 가르쳐주지않으신다.

창업이 대세라고 막국수 비법이 뭐냐고 해도 " 집에서는 못해. 면을 뽑는 기계가 있어야지." 마다하시고

갈비탕 비법이 뭐냐고 해도 " 그냥 푹 끓이면 되지." 란 우문현답이다.


몇 년전인가 김장을 하셨는데 내가 먹는 것만 안아깝고 남이 먹는 건 너무 너무 아까운 기가 막힌 맛이었다.

매실액에 소주를 넣은 게 다였다는데 "김치장사할까" 할 정도였다.

그 다음번에는 그 맛이 아닌게 배추가 다르고 고춧가루가 다르고...그러니 메이커의 김치가 한결같은 맛이라는 게 신기하다.


"저기야 저기."

남편의 고향을 방문했을 때 남편과 남편친구가 어느 한 곳을 가리킨다.

" 저 자리에서 몇 년 하셨냐? 갈비탕말야. 이 동네 사람들은 한 번씩은 다 먹어봤을 걸." 고향 친구의 증언(?)에 으쓱하는 남편이다.

' 그게 잘 되었음 지금 서울 한복판에 50년 전통 갈비탕은 우리건데...아까비.'


이제는 시판되는 사골국물이 더 맛있다고 하시는 걸 보면 미각이 제일 먼저 떨어진다는 말이 맞나보다.

결혼초만 해도 아버지가 부엌에 계시는 풍경이 자연스러웠는데 말이다.

파란 고추와 주홍색 당근을 넣고 돌돌 말은 계란말이,

이가 없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갈비찜.

암모니아 냄새가 훅 하고 들어오는 가자미찜. 그 냄새대신 감칠 맛 듬뿍인 가자미식혜.

굵직한 메인요리는 다 시아버지의 솜씨였다.

남편과 달리 나는 국수보다는 밥이 좋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은 것도 아니니 밥에 대한 추억이 유별난 것도 아니다.

탄수화물은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밥이 맛있는 걸 어쩌나.

밥과 함께 하는 반찬, 특히나 나물종류는 젓가락이 닳도록 맛있게 먹는다.

잘 익은 총각김치에 김이 솔솔 나는 밥.

탄수화물을 자제할 때 막 익은 파김치하나면 그 날로 다이어트 끝이다.

밥은 무엇과도 잘 어울린다.

자반 고등어의 짭쪼름함과도 잘 어울리고 칼칼한 갈치조림과도 잘 어울린다.

볶은 김치와도, 돈까스와도, 조미김과도, 된장국과도, 콩나물,상추,야채가 듬뿍인 비빕과도

몇 개남은 삼겹살과도 명란리조또와도 잘 어울린다. 간장 게장! 계딱지뚜껑은 또 어떤가?

메뉴를 열거하다보니 늦은 밤인데 군침이 도는게...야식은 적이다. 적!!!!


초등학생으로 기억하는 데 우리집앞에 국수공장이 있었다. 허연 국수가락이 사람의 키 두배이상으로 높이 길게 늘어졌다. 어마하게 긴 장대로 국수를 거는가하면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밀가루 냄새라고 할까 덜 익은 시큼한 냄새가 났다.

그 앞에서 놀다보면 공장 아저씨들이 먼지난다, 저-쪽 떨어진데서 놀아라 야단을 쳤었다.

몰래 국수 끄트머리를 잘라 먹었다가 야단 맞기도 했었다. 맞아도 싸지만.

온 동네 국수냄새는 풍겨도 그 국수를 얻어먹거나 싸게 얻었던 어른들이 없었던 것 같다. 국수와의 정을 붙히지못한건 따로 있다.

봉사로 한동안 국수배식을 했었다. 대상은 어르신.

요가나 노래.한글수업을 마치고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데 메뉴가 국수였다.

모두에게 식사가 제공됨에도 줄을 서는 분들 가운데 새치기.싸움은 매번 일어난다.

한 그릇을 드리면 안가시고 하나 더 엎어! 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다. 뒤에 어르신들이 역성이다.

''뒤에 사람 생각해야지 혼자 다 먹어?''


한번 드시고 또 한그릇 달라신다.

갖고 온 비닐에 얼른 담는 어르신.

''국수 불어서 못드세요''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내 속이 퉁퉁 불어터진다.밥맛도 안난다.

봉사후 몸이 피곤보다 맘의 피곤에 울적해진다.

누군들 그런 노년을 기대했겠는가?

누군들 배고픈 노년이 되리라고 상상도 안했을텐데..


누구는 6.25사변을 겪으신 분들이라 배고픔을 못견딘다고..지금 못먹으면 언제 또 끼니를 떼울줄 몰라 그래서 없던 허기와 식탐이 생겼다고 한다.


후루루룩..시간은 그렇게 후루루룩

씹지도 않았는데 휙~~~하고 지나가는가



똑같은 국수지만 남편과 나에게는 다른 기억, 다른 입맛이기에 메뉴를 정할 때마다 갈등이다. 그래도

시아버지의 막국수, 그 비결까지는 아니어도 당신의 혀가 기억하는 막국수 한 그릇 정도는 꼭 먹어보고싶다.

허영만의 식객에서 나올만큼일지 또 아는가?

막국수를 먹을 때마다

" 하, 막국수는 아버지게 최고인데."

2프로가 부족하다는 그 리뷰가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고싶은걸까?


전국에 어느 맛집을 가도 남편이 기억하는 그 맛은 절대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놓고싶지않은 아버지와의 추억겠지싶다.


요리를 잘하는 시댁을 둔 며느리는 그래서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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