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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Jul 26. 2020

아랫사람 &윗 사람으로 산다는 것

사장과 부하는 역지사지가 안된다

아이들에게 own이란 단어를 가르칠 때였다.

생소한 단어에 어?란 표정을 짓길래

" 자기것이란 뜻이야. 예를 들면 삼성 오우너가 누구지? " 라 물었더니

" 이건희요"란 대답이 얼른 나왔다.


지나고 보니 잘못 가르쳤다. 적절치않은 비유였다. 물론 아이들은 쉽게 그 단어를 접했겠지만

삼성이란 대기업 오우너는 더 이상 이건희씨나 이재용씨의 것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청문회에 나와  "우리 종업원"이란 그의  표현으로 얼마나 많은 댓글이 달렸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기억할게다.


한 때는 50명이 넘는 직원을 둔 중소기업이었지만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십여명의 직원들이 열일을 한다는 친척의 무역회사는 세계 코로나가 멈춤이 되지않는 한 이 하락장이 멈출 기세가 보이지않는단다.


걱정에 잠을 쉬이 들 수가 없단다.

버틸 힘은 없어도 버텨야 하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다는게 더 잠 못들게 하는 것 같다.

친척의 상황을 듣다보면 직원이 느끼는 불안감, 눈치, 이런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조함이다.

잘 나갈 때는 직원덕분이지만 어려울 때는 제일 먼저 정리되는 게 인건비라는 것쯤은 안다.

알바생들도 차라리 장사가 잘되고 몸이 피곤한게 낫지 손님이 없어 주인이 한숨 푹 푹 내쉬는게 얼마나 눈치보이는지 모른다고 한 소리를 한다.

똘똑한 직원덕분에 돈을 더 많이 벌었던 지인의 가게도 지금의 친척과 비슷해서 속이 타들어간단다.

차마 "그만두라란 말이 입에서 나오질않아...."


평생 남의 밑에서만 일해봤던 나에게는 "그렇지, 힘들겠다. 어쩌냐"란 말이 진심으로 전달될리가 없다.

나는 그 심정을 이해하는 척 할 뿐이다.

눈치에 관해서는 확실히 안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이런 말이 있다.


"지켜도 뭐라 하고 안지켜도 뭐라하는 게 뭐게?"

답은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다.

출근시간은 안지키면 뭐라하고 퇴근시간은 지키면 뭐라한다는 말이다.


사장이 혹은 상사가 퇴근을 안했는데 부하직원이

"먼저 퇴근하겠습니다."란 말 즐겁고 신나게 할 위인있을까?

아무리 정해진 법정 휴무도 상사의 결는 눈치보인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상사는

" 바쁜데 뭔 휴가를 써?"라며 결제판을 아래로 아래로 미루다 제일 나중에 하는 일이 잦았다.

그 사람의 인격에 문제가 있긴했지만 본인의 휴가가 내일부터다싶으면 4시부터 콧노래를 부르고

여기저기 전화하며

" 어~허허허, 내일부터 난 휴가야~ 하하하 " 목소리는 벌써 하와이다.

 그 때는 내로남불이란 단어가 없었다.


엊그제는 법정 의무교육이 있었다. 일찌치 해당사유로 휴가원을 제출했는데 하필이면 일이 많아진 타이밍과 겹쳐졌다.

" 저는 내일 법정교육으로 출근하지않습니다" 혹시나 행여나싶어 그 전날 인사하고 나오는데

아무 대답도 안한다. 그냥 쳐다본다. 당황스럽다.

"네~잘 다녀오세요" 란 대답을 기대한 게 잘못일까?

집에 와서도 그 찝찝함은 여전하다. 오래 전 결제를 일부러 미루던 상사와 겹쳐지면서 아랫사람으로 눈치보는 삶이란....씁쓸하구만!


가게를 하는 사장입장은 다르더라. 직원이 며칠간 휴가를 간다고하면

' 휴가비를 얼마 줘야하나...'란 생각이 먼저 든단다.  

장사가 잘 될 때는 몰라도 장사가 안된다싶을 때는 휴가 며칠 전부터 얼마를 줘야하나 마음이 편치않단다.

인건비가 매년 오르고 명절, 휴가, 퇴직등에 맞춘 봉투를 생각해야한다는 사장마인드를 내가 어찌 이해할까


 큰 회사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여러번 봤다.

직원이 두어명인데 사장이 복사를 잘못했다싶으면 별 말이 없는데

직원이 복사를 잘못하면

"종이 아까운 줄 몰라"란 사장의 지적에

오타가 있는지 없는지 보고 보고 또 보고 확인한다는 그 직원은 결국 오래가지않아 그만두더라.

복사지는 한 예일뿐 그 외 사소한 해프닝은 말하기도 쪼잔하다.


미루던 소모임을 재개하면서 서울 근교야외로 놀러갔던 지난 휴일,

몇 년만이야~보고싶다. 아. 기대된다. 단톡방이 난리였다.

일 아침,제일 많이 들떠있던 회원이 못온다는 메세지가 왔다.

" 오랜만에 큰 건이 하나 들어와서..아, 너무 아쉽네..."

휴일에도 일하는 그는 사장이다. 사장이면 직원들에게 맡기고 올만도 할텐데 그의 마음은 일터가 콩밭이다.  

오랜만에 들어온 큰 건은 본인것은 물론 직원들의 월급을 해결해줄 것이며 모처럼 활기를 띌 일터의 흥분을 볼 수 있을테고 아직 죽지않았어!!!란 용기도 불러줄 수 있을테지.


그러나. 직원들도 같은 마음일까? 만약 그가 직원이었다면 모처럼의 즐거운 휴일계획을 망치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일, 함께 했던 모임의 00이는 사장의 급한 전화로 밥을 먹다말고 일처리를 하느라 잠시 자리를 떠야했었다.

그 상황을 보며 휴일에 사장님 개인 경조사에 동원되었다는 00의 증언이 이어졌는가하면 금요일 여행가려고 차를 갖고 출근했더만 장식에 데려달라는 사장의 부탁이 있었다는 00의 증언도 쏟아지면서 모임구성원이 대부분 부하직원이다보니 서러움 사례가 서럽게 만들었다.       


사장은 모처럼의 큰 건으로 신나서 사적 모임을 취소했지만

직원은 모처럼의 휴일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사장의 전화로 술잔을 에잇!하면 들이켰다.


나는 내가 사장이 된다면~이렇게 저렇게 해줄거야

특히 월급날은 눈뜨자마자

띵동! 월급입금메세지를 보게할거야

계획이 다 있지만

그런 그릇이 못된다는 것쯤은 진즉부터 알기에 시도도 안한다.

나는 남을 책임지지못한다.

평생 남의 밑에서 내게 맡겨진 일만 하고 소소하게 벌고 간간히 눈치보고 그렇게 살아왔듯 그렇게 이 숟가락을 잡을 소양이다.

종업원이든 직원이든 수많은 사람들을 책임져야하는 수장의 그릇은 분명 다를 것 같다.

단지 좋은 사장이냐, 악덕 사장이냐는 그 사람의 인격이 좌우한다.

그릇의 크기는 넉넉하나 깨졌거나 질이 나쁜거겠지싶다.


" 너, 남들이 보면 이 구멍가게같은 회사라고 해도 얼마나 일이 많은지알아? 직원들은 자기일처럼 일안해요. 절대 사장 마음 몰라요 그저 월급만 따박따박 받아가는거지"

" 사장님, 한 번이라도 회사에서 숨 한 번 편히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주말 근무도 당연하지싶었고 사장님 기분따라 눈치보는 건 일상이었죠. "


둘의 관계는 공생, 서로 필요충분조건임에도 눈빛 하나에 직장에 대한 애사심이 ! 오르기도 뚝! 떨어지기도

한다. 한 마디로 마음에 들었다 안들었다 한다. 역지사지가 잘 안되는 게 당연한건가?

이릉도 그렇다.

사람

아랫사람

구분선은 어디인가?


회사얘기로 불만이 올라오자 어느 선배가 한 소리했다

" 야~회사다닐때가 좋은거야....!"

그는 최근에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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