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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Aug 24. 2020

개똥도 너희동네가서 싸라

내가 사는 이 아파트는 요즘 부동산기사와 그닥 상관없는 가격대다.

심지어 인서울임에도!

좋아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대신 에피소드는 많다.


두 연립이 나란히 있었는데 A연립 조금 더 낡

아파트를 짓기로 했는데 작은 연립이다보니 공사비가 부담스러워 B연립에게 SOS를 쳤다.

"같이 좀 짓자"

B연립은 A연립의 요청을 거절했다.

" 우리는 지은지 얼마 되지도 않는 주택인데 무슨 아파트?"


A연립은 매몰찬 거절에 할 수 없이 혼자 그 많은 부담금을 떠안느라 적은 빚도 지고 한마디로 고전을 치렀다.

아파트가 완성되었다.

B연립은 A의 화끈한 변신에 당황했다. 부랴부랴 조합을 결성, 아파트를 짓기시작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A할 때 같이할 걸"


A와 B는 각각 아파트를 지어 사이좋게 살았다?면 전래동화다.

B아파트는 철벽을 쳤다. 불과 2년 차이인데 내장재가 달랐다. 공법도 달라지고. 가격대도 차이났다.

A아파트 아이들이 오가는게 싫었던  B의 철벽은  처음엔 어른 허벅지만큼 오다가 점점 더 높아지더니 어른이 점프해서 겨우 건널 정도까지 담을 올렸다.

문제는 B아파트 학생들이었다. 철벽을 넘으면 2분거리의 학교인데 삥 돌아가면 아파트 정문에서 신호등을 두 번  건너야  학교정문이다. 애들 걸음으로  10-15분이 걸리기때문이다.

등교시간 하교시간 그 담을 넘느라 바지에 먼지 묻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다칠까봐가 문제였다.

어른들이라고 지름길을 두고 삥 돌아가는 게 좋다할 사람있을까마는

결국 본인들이 세운 담을 스스로 낮추고 이제는 길을 내달라란 공문이 오가길 여러 번이 지나고서야 그 철벽 제거되었다.


처음부터 같이 지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아이 둔  엄마들이 없어진 철벽을 두고 늘 같은 화제였다.

처음부터 같이 지었더라면 공사비도 덜 들었을 거고 비교적 대단지가 되어 아파트네임벨류도 있었을 것이고

같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 게 아니냐란 거다.

무엇보다 관리비가 절반은 줄었겠다란 결론에 이르자  그렇다면 누가 반대했을까? 란 의문이 들었다.

내가 분양받 건 아니지만 동네 인심이 없다고 느낀 적이 없을 정도로 옆집 아랫집 윗집 예전부터 사셨던 분들은 모두 온화한 어르신 외모들이었다. 경로당에서 나오신 분들도 얼마나 인자한 노인들인데...젊은 사람들이 반대했을까? 아파트를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 일반분양이 많이 나왔을 때라 같이했음 분담금도 적었을텐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철벽이 무너지는 날, 오버하면 베르린 장벽에 비유했을 정도였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으니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들마음도 여간 흡족하지않았다.

그러나 철벽만 무너졌을 뿐 관리통합이란 진정한 화합은 이루어지지않았다. 관리소, 입주자대표, 관리비, 장기수선금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은데다 애초부터 다른 주민들이었다는 것.

결혼 후 A연립부터 살았다던 지인은 여러면에서  B연립이 더 좋았단다. 집가격부터 확연히 달랐단다.

이제는 왕년에, 라떼이즈홀스이지만 하여튼 그런 사연이 있었기에 비용이 더 들더라도 같이가는건  싫나보다.


철벽이 없어진 뒤 아이들만 좋은 건 아니다. B아파트만 좋아진 것도 아니다. AB 아이들 어른들 모두 오고 가는 길이   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강쥐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데 이 녀석이 B아파트로 향한다.

냄새를 맡고 지 볼 일을 보는데 지나가시던 어르신이 갑자기, 느닷없이 All of sudden,  말을 건다

" 여기 살우?"
" 아뇨. 옆아파트에 살아요."
" 음. 내가 우리아파트에 살면 뭐라고 안하는데 다른 아파트 개가 여기와서 싸면 안되지. "

" 네????"


부랴부랴 녀석을 끌고 우리 동네 오면서 어찌나 화끈거리던지. 내가 x싸다 들켜도 이것보다는 덜 부끄러웠을 것 같다.

그 어르신 말도 맞다. 요즘 강쥐 산책시키면서 안치우는 뭣같은 족속이 있기때문에 개x만 봐도 화가 날 수도 있다. 같은 동네 주민의 것이어도 화가 나는데 타지에서 온 것이라면 더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분명 뒷 일을 깨끗이 감당했고 본인도 그것을 보는 중이었고 그 아파트쪽 강아지가 우리 동네 와서 산책을 하고 응가를 해도 큰 소리 한 번 난 적이 없는데 이렇게 벽을 치다니!!!


철벽을 세우고 올리고 또 내리고 부수고 한 모든 과정은 모두 B아파트였다. 둘 다 윈윈이야해도 역시 더 많은 혜택을 받은 건 도로쪽인 A보다 도로에서 먼 B다.  

짐작컨대 그렇게 벽을 세우다못해 더 올리자고 한 목소리는  아이가 없고 잘 다니지않는 어르신들일 가능성이 다.  

그런 추정에 이르자 온화하던 그들의 표정이 완고.

고집불통. 공감력저하등의 부정적인 생각들로 이어졌다.


이후 강쥐산책을 시키는 B아파트 친구들을 보면 우스개로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묻는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 너는 너, 나는 나를 구분하고 차별하고 벽을 세우는 걸 보면 우리나라는 원래  한 민족이

아니다란 어느 유트버의 이야기가 쉽게 믿겨진다.


가까운 이웃끼리도 이렇게 선긋기를 한다.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다른 목소리가

요즘처럼 다른 이념이,

다른 생각이 제 목소리를 내고 흥분한 적이 있었나싶다.


마스크의 반을 가렸음에도 충분히 너와 나의 생각이 다르다는 표현이 거침없이 격하게 나온다.

이 마스크를 벗는다면 한 번에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볼텐데 그 때에도 이렇게 다른 목소리로 싸울 수 있을까


너와 나는 도데체 어디 출신, 어느 동네살기에 이렇게 선긋기를 한단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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