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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Sep 02. 2020

사랑이 노력하는 건 아니지?

본능 vs 노력

스물여섯까지가 좋은 나이야

왜인줄 아냐?

일곱부터는 ㅂ이 들어가잖아

일곱

여덟

아홉


열일곱

서른일곱

마흔일곱

같은 ㅂ임에도 17,37,47은 관심없다

오직, 스물여섯이후부터 내 나이가 어때서?가 아니라 내나이가 어때서!였던 것을

최근  웹툰을 보며 다시금 상기했다.


맞아. 그 때 그랬지. 친구들끼리  happy new year~하면서도 뭔가 슬픈게 일부러 즐거운 척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또 한해가 가는 것에 서운하고 내년도에는 뭔가, 뭔가 내 인생에

정말 좋은 일이 일어나겠지라고 제발 그래주기를 바랬었지.


"결혼은 당연히 할건데 언제 할거야"란  주관식이었던 결혼이 만혼.비혼까지 선다형문제로 바뀌었으니  이 세대가 그런 애매한 기분을 알까  최근 보게 된

웹툰 "아홉수 우리들"의 주인공들이 어느덧 닥쳐 온 서른에 대해 울고 웃음에 요즘도 이런게 고민이구나

심지어 내가 그 스물아홉이 된 듯한 엄청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故김광석씨의 "서른즈음에'란 노래 가사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아마도 이 머물러 있는 청춘이란 느낌은 어떤 이십대를 보낸 그 어떤 청춘도 같은 공감을 하리라.


서른이란 숫자는

뭔가 어른이어야하고

뭔가 이루어놓아야하고

뭔가 결혼은 아니어도 최소한 사랑하는 사람이 있거나 사랑해야되는되고

마흔, 쉰 이후의 삶은 전혀 관심이 없는 딴 나라 사람들같고

자기보다 어린 스무살 청춘들을 보면

"아. 좋은 나이다...부럽다..." 등의 한숨이 나오게 하는 그런 나이였던 것 같다.

막상 서른 하나 서른 둘이 되면 왜 스물아홉에 그렇게 이십대를 잡고싶어했는지 헛웃음이 나온다.


웹툰에서 이별을 통보받는 주인공

나이스한 분위기, 나이스한 음식앞에서 남친은

" 나도 행복하고싶어졌어, 너를 사랑하지않다는 걸 알았어"

그렇게 잔인하게 말하고 이별을 통보한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가상의 인물임에도 충분히 공감한다.

오랜 연애기간 어떤 언질이나 예고도 없이

4년이란 제법 긴 시간동안의 애인이 하루아침에


"나, 너 사랑하지않아. 나도 행복해지고싶어" 란 거두절미는 느닷없는 아픔이다.


첫 눈에 반해 사귀고 결혼까지 이어진 지인은 이젠 더이상 배우자를 사랑하지않는다며 우리들 의견을 묻는다.

그냥 가족이니깐, 정말 의리와 일명 전우애로 살아간단다.

-왜 사랑하지않아?

-사랑이란 본능인거잖아 그 사람을 보면 좋아하고 기다려지고 보고싶고

- 나이가 몇개냐? 결혼 몇 년차야?

원성이 자자해진다.

- 사랑이 노력해서 되는거니?

- 당연하지, 노력해야지.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고 왠만하면 참고 성질 아니 건드리지않으려고 노력하고

-그건 아니지않니? 사랑은 내가 그를 첨 봤을 때 쿵쾅거렸던 것처럼...

- 야, 그 사람을 보고 매일 쿵쾅거리고 설레면 우리 심장터져. 가족인데 편해야지


지인은 최근 직장을 잃었다. 삶의 한 단추가 어졌다. 아마도 그런 탓이라고해야

부부사이가 이상없을 것 같다.  

주머니가 넉넉하면 마음도 넉넉해지는 건 속물이어서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거다.

그러나 둘 사이는 둘만 아는 것이니 더 이상 말해봐야 코끼리 다리 만지기다.

 

오래된 연인이 그러하듯 오래된 일터가 그러하듯

어느 덧 그냥 저냥 별 느낌없이 같이 밥을 먹고 애들 얘기나 해가면서

저녁을 먹고 나면 각자의 핸드폰으로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그러다 졸립다...자자...


결혼의 서막이 올라가기 전, 연애하는 두 사람은 내것도 아니고 니것도 아닌 어찌보면 불완전한 이성관계,

(결혼을 했다고 내것 니것이 되지않지만 그 안정감은 확실히 있다)

본능적인 이끌림이후는 계속 노력이다.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이 이뻐보이고 멋져보이고 칭찬하고

잘해주고싶고 못해주면 미안하고

맛있는 거 보면 같이 와서 먹어야지..

멋있는 거 보면 같이 와서 보고싶고

기분좋게 마신 술자리, 목소리 한 번 듣고싶어 뭐했어?~보고싶다. 사랑한다.

텍스트 보내고...

둘만의 기념일을 훨씬 이전부터 준비하고 또 노력하고

또 상대방의 가족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애쓰고


그렇게 생각함 결혼이후의 사랑은 연애때보다는 덜 노력하는 것 같다.

칭찬도 덜하고 잘 보이려고 노력도 덜하고

피곤해. 말시키지마. 했던 얘기 또 하고. 맨날 그 얘기

기념일? 그래 뭐받고싶은데? 너는 뭐 준비했는데?

옷샀어? 지난 번에도 샀잖아?

그런 거 왜 사냐? 여하튼.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말도 이쁘지않게 하고..


밖에서 잠깐 보고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연애때와 달리

결혼은 공동주거와 공동목표를 가지기에 충분히 자주 부딪힐 조건이다.

사소한 손톱깍기부터 옷을 메뉴얼대로 세탁하지않아 생긴 스크레치처럼

신경 거슬리는 행동과 말로 서로에게 반복된 상처를 준다.


결혼이후 사랑은 훨씬 더 노력해야하는거야

- 아, 미안. 내가 실수했네 조심할께

- 늦었네, 일하느라고 힘들었지. 오늘 맛있는 거 먹자~

- 작년에는 못해줬으니 올해 기념일은 잘해줘야지.


연인들의 노력이 사랑이 저절로 되는게 아니야라고 말하듯이

결혼후 부부의 사랑은 지켜야 한다.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되면 그 때가서 다시 생각하는거지.


가는 사람 붙잡지말고 오는 사람 말리지말고

만화속 '우리'라는 인물은 분명 새로운 사람과의 본능과 노력이 쌍끌이하는 사랑이 기다리고

그렇게 서른을 맞이하겠지


안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평생 함께 살고싶을 만큼의 감정이 없다고 말하는

이성에 대한 미련은 확실하게 버리라고 말해주고싶다.

상대방에게 이성적으로 끌릴 세상말로 건덕지도 없다는데.  

나이에 ㅂ이 들어간들, 준비하지도 못한 서른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감정이라는 게 주인말을 가끔 듣지않는다.

머리는 명심보감처럼 점잖은데

말과 행동은 가끔 아침막장드라마처럼 거침없다.


사랑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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