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찐자까지는 웃겼는데..
무증상이 더 무서운 이유
"집.냉장고만 오갔더니 확찐자가 되었어요~
나두!
ㅋㅋ~"
나도 이런 농담을 했었다.
살찌는게 싫어서 오밤중 남들 자는 시간에
산책을 했고 마스크도 두 개를 낀 날도 많았다.
가방안에 손소독제는 늘 가지고 다녔다.
대부분 도보.자전거로 움직였다.
안면가림판이 있는 모자도 샀다.
최소인원으로 모인 친척 결혼식에서 난 조커마냥 나 혼자만 마스크를 끼고 사진을 찍었다.
집에 오면 알콜로 신발장.현관을 소독했고
수저도 컵도 더 자주 소독했는데...
어디서 나사가 풀렸을까
#번호를 받다
이른 아침부터 어..이상타 몸이 무겁다.
열을 쟀더니 37.2도
일단 교회는 안가기로 했다.
부랴부랴 비타민과 몸살약을 먹었는데
근육통이 장난아니다.
고통의 정도는 수동으로 혈압을 쟀을 때 그 마지막 느낌이다
조이고 누르고
너댓명이 내 몸을 짓이기는것처럼 힘들었다.
약발이 먹히는지 열도 내리고 등에 땀이 흐른다.
혹시나싶어 자차로 이동.남편과 함께
검사소를 향했다.
열도 없고 바같을 나오니 상쾌해진다.
아니겠지?
냄새도 질 맡는데..아닐거야..
그 밤 다시 열이 오르고 내내 자체분리하고 마스크를 썼다만
아침 9시 정각
양성이라는 전화를 피할 수는 없었다.
내 이름에는 #000번이 적혀있다.
남편은 음성이라 문자로 왔다.
남편은 기저질환이 있어서 더 걱정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나때문에 바빠진 사람들
증상 이틀전부터의 동선.
누구를 몇시에 만났는지
몇 시간 같이 있었는지
카드사용내역을 줄줄이 밝혔다.
증상없을 때 밥을 먹었던 지인들은
검사후 격리..음성이 나왔어도 2주간 격리다. 다들 기가 막혀하고 분주한 놀람.
하필 증상 이틀 전, 제일 일이 많았던 날이다. 가는 곳마다 열체크하고 이상없으니
볼 일을 보았다만 하필...바빴던 동선에 역학조사관도 바빠졌다.
보건소.역학조사관은 모두
친절했지만 내가 기억못한 동선.왜 거기를 갔는지 그 이유는 철저히 캐물었다.
치료센타로
나이와 심각한 증상이나 기저질환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센타로 배정받았다.
나와 함께 5명이 밴에 오르고
그들의 통화를 듣게 되었다.
몇 시에 어디를 갔다.
아니다. 먼저 만나고 후에 어디를 갔다.
아니다.거기서 ...아니다.
괴롭다. 나의 동선만큼 그녀도 바빴던 하루하루였다.
도착후 하얀 방역복을 입은 그들의 안내에 따라
1인1실로 입소했다.
티비가 있고 목욕탕도 있고
2주생활하는데 지장없을 생필품..
근데 눈물이 왜 나는건지..
엉엉 울었다.
"절대 나오지마십시오, 본부의 진행에 따라주십시오"
자녀들이 아플 때
다..내 탓이다 에미가 못해서다라고
자괴감이 들었는데
내가 아프니 그것도 내 탓이다.
어느 사이 근육통도 사라지고 눈물도 멈췄다.
배고픔마저 느꼈다. 과자도 당기고 밥때를 기다린다.
보이는 건 벽
세상과의 소통은 티비와 하얀 벽이다
견딜만해지면서 음성이 나온
지인들과 가족이 걱정되었다.
어떻게 ...그들의 2주라는 시간을 잡아버렸다.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악화일로
폐사진이 의심스럽다며
병원으로 가겠냐고 물었다.
제가 판단해야하나요?
그렇단다.
의심스러운데..
숨쉬기가 어렵지않지만 병원으로 갔음하는 그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치료센타는 격리센타지 병원이 아니니 만약을 대비해서는
병원이 나을 것 같았다.
엠블런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많은 생각.
악화..마지막..
안좋은건 다 떠오른다.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나보다. 혼나는걸까? 내가 너무 닥달하고 악악거리고 살아서...
이제 마지막이 되면 어쩌지?
엠블런스에서 내린 병원은 집 근처다. 낯설다.
긴 통로.. 사람이 없다.
"엘리베이터 타면 벽을 보고 서세요"
동승한 저 직원은 내가 얼마나 두려울까
음압시설은 음악이 아니다
지하철 환풍기소리라고 할까
뱅기안에서 느끼는 초광속음이라고할까
어마하게 큰 소리에 기계를 한참 바라보았다.
밤을 꼬박 새웠다.
열이 다시 오르고 코가 막히고 숨이 안쉬어진다.
기침이 발작적으로 일어난다.
오자마자 찍은 폐사진.피검사.다 좋다며
걱정안하셔도 되겠다던 병원 첫날과
달리 의사는 내 예후가 찝찝하단다.
일단 잠이라도 자야된다며 수면제를 처방했지만
그 또한 잘 듣지않았다.
방안에 같이 계신 분은 무증상.
나의 발열과 기침을 두려워했고
잠도 잘 주무셔서인지 하루종일 전화통화를
하셨다..
전화로 역학조사관과도 싸우기도 하셨다.
"거긴 안갔어요.
입구에서 잠깐 있다 5분도 안되어 나왔어요"
같이 식사했다는 지인은 병원 중환자실로.
준비하라고 했단다.
아...현실이 이렇구나.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후각을 잃었다. 미각도 잃었다.
비누냄새 소독약.고기
난 개코인데 아무 냄새가 안난다.
늦가을 나뭇가지를 씹는 밥맛이다.
시간이 지나 열도 내리고 수면제가 드라마에서 나오듯 먹자마자 아 졸려~쓰러지는게 아니다.
복용후 서너시간 뒤부터 서서히 잠이 오는 듯
새벽에는 잤다.
잠을 설치니 밥맛이 없다.
죽으로 바꾸니 그나마 낫다만은
숟가락 들 힘이 없다.
중환자실에서 준비하라던 룸메의 지인은 의식을
회복했다는 통화를 하셨다.
지랄하고...아이고...원망과 감사가 오가는
지랄..이란 단어를 여러번 쓰셨다.
천국과 지옥을 왔다간 그 가족들. 얼마나 울었을까?
난 이 코로나가 지랄스럽다란 생각을 했다.
귀가후 정신줄 잡기
병원에서는 머리도 못감았다.
거지가 따로 없다.
데드맨워킹 영화를 떠올렸던
입원날 그 긴 통로와 다르게 세상은 봄이
오고 있었다.
2주전에 내가 종종거리고 다녔던 길거리, 수퍼아저씨, 신호등 모두 낯설다.
코로나감염자는 자동면역..그 면역이 떨어질 무렵.
백신을 앚음 되겠다만
그제야 드는
온갖 잡생각
내가 어디서 걸렸을까
왜 나야?
글케 조심했는데..
역학조사관은 정확하게 어디에서 누구때문에 걸렸다...라고 말하지않는다.
물론 깜깜이도 있겠지만 모두 추측일뿐이다.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은 장소가 두 곳,
원인제공자가 있었겠지만 나도 원인제공자가 된 상황이니 할 말이 없다.
길거리에서 오다가는 행인에게 옮았다고 한다면
그건 더 무섭다.
다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마스크가 백신이야
마스크를 벗지않아...난 조심해
난 얼마나 철저한데...
과연 그랬을까?
내 동선, 난 완벽하게 철저했을까?
지난 1년동안 최대한 조심했지만 어느 순간 밥먹는 것도 괜찮아. 마스크가 불량이란 기사를 봐도
설사 내 마스크가 불량이라도 다른 사람들도 다 썼으니깐 괜찮겠지. 방심했다.
몸이 아픈 거는 시간이 지나면 잊어진다.
그러나 마음의 짐은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다.
나 때문에 고생했던 방역관들, 조사관들,
2주라는 시간을 졸지에 빼앗긴 지인들, 가족들.
나로인한 추가 감염이 없었다는 거
그게 제일 다행스럽다.
어차피 나는 걸렸으니 어쩔 수 없다만 내가 넋놓고 여기저기를 다녔으면 어쩔뻔했나?
일요일, 몸이 이상해서 교회를 가지않았던 것도 그나마 잘한 일이다.
그동안도 너무 고생했는데 방역관들의 고생은 언제쯤 끝난다란 기한도 없다.
매일 40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고 그 몇 배의 인력이 들어간다.
치료센타며 병원이며 버려지는 1회용품.
무엇보다 확진자에 대한 시각은 그렇게 따뜻하지않다.
따뜻함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당장 내가 걸릴 수도 있는데...
내가 당시 배우고 있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참여자가 열 명이 안되는 소그룹이었다.
확진자 안내가 뜬지 얼마 안되어 그 단톡방에
" 어떻게요 우리반에 확진자 나왔다면서요. 어떻게..."
"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지나고보니 몸이 바쁘고 힘들었을 때 면역도 떨어지는 것 같다.
열심히 사는 것과 바쁜 건 다른가보다.
뭣 때문에 그렇게 바삐살았을까
쟁쟁쟁쟁 종종종종 동동동동
방역관들이 애쓰는 것 보면 진짜 하지말라는 건 하지말아야하고
몸과 마음이 아파보면 확찐자..ㅎㅎ
웃음이 사라진다.
이래저래 정말 지랄같은 병이다.
내년, 난 이 글을 마스크를 벗고 ㅎㅎ 웃으면서 읽을 수 있을까?
병원에서 식사를 갖다주던 젊은 청년이 있었는데 늘 맛있게 드세요~란 인사를 했다.
내 침대에서 수건이 떨어졌다면서
줏어주고 나가더라. 그렇게 작은 행위 하나도
너무 고맙지만
본인의 안전을 더 생각했음한다.
치료센타의 개인생필품말고
의료기기.가습기를 가지고
가시는 분도 있단다.
유증상이었으니 검사받을 생각하고 이후 격리되었다만
무증상이었음
내내 돌아다녔을게 아닌가?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