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자주 했던 끝말이어가기
시장에 가면 00이도 있고 시장에 가면 00이도 있고 ##이도 있고~
기억력, 순발력이 좋아야하는 시장놀이.
시대가 변했으니
이마트에 가면 혹은 홈플러스나 코스트코에 가면으로 바꿔야 할 요즘이긴하다만
도시사람도 설레고 들뜨게 하는게 지방의 5일장이다.
정선 오일장을 비롯 5일마다 열리는 장으로 2일 7일..이렇게 열린다는 장날, 오일장
삼척을 방문했던 날이 28일이라 기대도 안했는데 당일 북평시장에 5일장이 선다길래 방향을 바꿔 들러본다.
입구부터 실한 참외에 발을 멈춘다.
돌아오는 길에 살 것을 약속하고 잘라주는 참외를 받아먹는다.
시원할 때 먹으면 더 달겠더라~머리통보다 큰 수박이 8천원이란다.
삼척은 곰치국이 유명하다.
외지인들은 잘 못먹는 향토음식이라는데 그 말을 안들었으면 모를까
듣고나니 더 못먹겠다싶은게 그 곰치국이다.
생긴 것도 참.. 곰처럼 크다해서 붙혀진 이름이다.
맛이 좋다기보다 해장국으로 좋다는데 아직 그 맛을 평가할 수준은 못된다.
지식백과에 의하면 스쿠버다이버들이 드라미틱한 탐구대상의 하나이고
갑자기 마주치면 섬뜩함도 느끼게 하는 외모에
네이버지식백과출처 만만하게 들이대었다가는 큰 코다치는 공격성까지 가졌다만
강원도의 물메기인 꼼치를 곰치라고 불러서 곰치국이 되었다는데
삼척이 고향인 남편말로는 곰치국은 곰치가 맞지 물메기가 아니라는 부연설명이다.
"삼척사람들은 생선만 먹나?"
라고 할 정도로 시장안은 생선으로 가득하다.
"삼척이 고향입니다. 오랜만에 내려왔으니 많이 주세요"
대놓고 연고를 따지며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는 수작(?)에
" 나는 부산이 고향인데..."
" 아, 부산인교? 하모.." 맞지도 않은 사투리로 맞장구를 쳐본다.
한 줄만 들어도 고향말은 알아듣는다는 아저씨는 이렇게 꼬득꼬득 잘 말린 도루묵은
팔도에 없다면서 한 줌을 더 담으신다.
오며가며 비교해보니 우리가 산 도루묵이 상품이긴 상품이더라.
강원도하면 감자, 옥수수를 얼른 떠올릴테다.
예전에는 옥수수는 초당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괴산 대학에서 나온 대학옥수수가 인기다.
대학이란 지명이 아니라 실제로 충남대학교 교수님이 지형에 맞게 개발한 찰옥수수다.
농작물에도 학력이 붙는게 재밌다만 북평시장 오전 11시쯤에는 초당옥수수가 팔팔 끓은 솥에서
나오는 시간이다.
여러명이 어머나~옥수수 좀 봐봐~라며 정신사나운 리엑션을 보이면서 달랑 세개를 산다고 하니 쳐다보고 다시 쳐다본다.
그 와중에 유트브를 하시는 분의 신기한 카메라가 나타나 순간 시장은 돗데기시장이 된다.
마음같아서는 가보지않은 통로도 두어바뀌 더 돌았음싶다만 유월 하순은 이른 불볕더위만큼 뜨거운 기온이다.
아까 얻어먹은 참외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위해 온 그대로 후진한 일행들.
참외에 살구에 사과에...겨우 하루 묵을 여정을 무색케한 충동구매지만 모두 맛있고 저렴한 가격대라 후회 1점도 없다.
소나무에 붙은 혹이란다 옛날 장난감을 보는 것도 반갑다. 만지지마세요란 공놀이하는 수달은 진짜같은 가짜다.
오일장에 가나 매일장에 가도 상품가짓수가 달라지지않는데도
그래도 시장에 가면 00도 있고 ##이도 있고 절대 끊이지않는 끝말이어가기처럼 네버앤딩이다.
지방에 왔으니, 시골에 왔으니 세상에 처음 장에 나선 것처럼 오일장을 다녀왔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 설마 시장이 없느냐? 오일장이 아니라 매일장임에도 동네 수퍼, 하다못해 인터넷 쇼핑보다 덜 가게 되는 곳이 시장이다.
계단도 엘리베이터도 필요없는 단일층은 시장안은 없는게 없다. 아저씨들이 목쉬게 부르짖는 애교에 시선집중, 싱싱한 농산물은 좋은데 무거운 몇 가지를 들고 올 생각을 하면 갑자기 귀찮아지는게 솔직한 마음이다.
자녀가 어렸을 때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오갔던 셔틀버스가 있었다.
대형마트가 막 출현해 놀이동산만큼 어른도 아이에게도 신나는 외출이었다.
시식코너에서도 줄을 길게 서고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눈치도 먹고
만두는 원 플러스 원~
시원하기는 이를 데가 없고 넓은 문구매장은 아이들이 정지화면이 되는 곳이다.
귀가길 넘치는 쇼핑봉투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대형마트셔틀때문에 택시가 위기요 대형마트때문에 전통시장이 위기가 되었다며
셔틀버스는 사라지고 대형마트는 정해진 요일에 문을 닫아야했다.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는 아들, 우산장사를 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는
해가 쨍하면 우산파는 아들 걱정
비가 오면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들걱정이란 말처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어머니의 마음을 애닳게하는 아들이었을까?
10년도 넘은 이 제도는 여전히 도마위 생선처럼 문제다. 문제.
오일장이 선다란 말에 일부러 해당요일에 일정을 맞춰 내려가 구경하고 먹고 사오는 귀가를 즐기면서도
주차가 안되어 뭔가 뽀대나지않는 까만 봉다리를 손가락에 움켜 쥔 귀가의 불편함은 참 아이러니하다.
최근 포털을 통해서 인근 전통시장에 주문과 배달을 받을 수 있게 되어있더라.
얼마 이상이면 무료배달도 가능하다. 인근주차도 가능하고 주차장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밀렸다고 치고
대형마트도 인터넷쇼핑에 밀렸다고 치고
콧대높았던 백화점도 새벽배송을 한다.
하루 세 끼 먹던 것을 두배로 늘린 것도 아닌데
장터는 두 배 세 배 커졌다.
비단 전통시장, 대형마트, 백화점뿐만 경쟁사회에 힘겹게 견뎌내는 건 아니다.
어찌되었든 장소를 넘나든 장터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전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더 경쟁하면서 살아가야하는 모양새이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