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원썸 Aug 03. 2021

수 많은 소원지에 담아도 못 담을 소원들이여

사연도 많은 낙산사,  소원지에 담은  중생의 마음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여행을 다니면 어김없이 '절'이 포함되곤했다.

전국 유명산, 유명여행지에는 꼭 유명사찰도 연계되어있으니 그렇다.

부처의 가느다란 눈매를 보기도 전에 사천왕에서 이미 움찔, 죄가 무엇인지도 모를

초등학생의 가슴이 콩당콩당하다.

그 사천왕을 간신히 통과하면 모두들 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하는 대웅전의 부처님의

얼굴도 쉽게 보지못했다.


부처란 완전해탈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부처가 되기 전을 보살이라고 한다는데 지나가는 나를 보고도 '보살님'이라고 부르시던데

교회의 자매님, 형제님과 같은 호칭이 된 듯하다.


부모님과 한 번

산불이 나기 전 한 번

산불이 나고 두 번

낙산사에 올랐다.

종도 불에 탔다고 한다. 녹았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겠다만 나무 불이 그래 무섭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 깊고 깊은 바닷물이 보였던 암자(홍련암)에서 기도하시는 분들에게는

무례했지만

" 어머머. 저 바닷물 좀 봐봐. 우와~" 쫄깃하면서도 감탄사를 연발했었더랬다.


그 순간 용이 보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상상속의 동물이니

용을 보았던들 알아보기나 했을까


낙산사를 네 번 오르니 그제서야 경치가 보인다.

어쩌다가 산불이 났을까

잃어버리고 나니 아깝고 안타깝다.

의상대사가 지었을 때가 671년, 이후 다시 재건, 고려때 몽골의 침략으로 소실, 세조때 중건, 임진왜란때 화재, 인조때 재건, 정조때 화재, 6.25때 소실, 이후 재건, 2005년에 화재

절벽에 가까운 홍련암과 일부만 남기고 전각소실되었던 낙산사의 역사는 길기도 길지만

우여곡절도 많다.


산도 많고 험한 강원도는 산불도 잦고 소화도 어렵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강원도 고성 산불때 현장 주변의 숙소에서 대피명령이 떨어지고 급하게 짐을 쌌던 기억이 있다.

돈 꿈이라는 불꿈을 꾸면 괜히 기분좋아진다만 현실의 불,  눈 앞에 불, 그것도 도깨비처럼 확확 번지는 산불은 무서워도 너무 무섭더라.


입구인 홍예문을 지나 사천왕상을 지난다.

죄란 단어 뜻도 모르고 덜 지었을 때는 그래 무서워보이던 사천왕

죄를 알고 더 많이 지은 지금, 오히려 무섭지않은 이유가 왜일까?


"죄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성경의 말때문인가? 나보다 더 나쁜 이들을 많이 본 탓일까?


유명산, 유명관광지에 꼭 있는 유명사찰

심신수련하기엔 그지없는 산수경관에 모든 짐이 저절로 풀려졌겠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에, 기암절벽에 누군가 갖다 꽂은듯한 소나무에

"나도 이런 곳에 몇 달 있음 몸 독소 마음 독소 다 빠지겠다"싶다.

부처님에 대해서는 남들 아는 만큼도 모르니 말을 말자.

가느다란 그 눈매에 내 눈도 가느다래진다.

그 온화한 미소도 따라야하는데 쉽지않다.

오고가는 길

수 많은 소원지가 붙어있다.

나만 잘 되게 해주세요란 애교도 있고

시험합격, 수능고득점, 로또당첨이 넘친다.

가장 많은 것은 역시나 내 사랑하는 가족의 무사무탈 건강행복이다.

가족이 있다는 건 아주 아주 든든하고 그 때문에 삶의 의욕이 넘치지만

또한 지켜야 할 포로와 같을 때가 있다.

본능처럼 사랑하는 가족,

내 새끼, 내 배우자, 내 부모님, 내 가족에 대한 바람의 끝은 없다.


세계 4대 성인이라는

예수님, 부처님, 소크라테스 그리고 공자

앞의 두 분은 결혼과 무관하고 소크라테스는 악처로 유명하고 공자역시 긴 유랑생활이라고 하니

가족에 대한 집착은 덜하지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남산을 가면 소원자물쇠를 채워보고

1월 1일 산에 올라 그 해의 소원을 빌어보고

정동진 바다의 일출을 보면서도 소원을 빌어보고

돌을 얹으며 또 소원을 빌어보고

가끔 사는 로또를 사는 순간에도 간절하게 빌어본다.

어제 소원이 오늘 소원이기도 하지만

매일 소원이 줄기는 커녕 늘기까지한다.



오래 된 집에서 서서히 돈을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처음엔 한 개의 가전이 솔로로 말했다.  

닳아진 유리창 실리콘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지며 돈 달라 중창에 참여한다.

뒷 베란다 우수관도 어찌 들었는지 자기도 돈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솔로가 합창이 되어버린 집, 어렵고 힘든 일은 왜 한꺼번에 오는가


어느 목사님이

동쪽으로 누우면 서쪽 걱정

서쪽으로 누우면 동쪽 걱정이라는 설교말씀을 하시던데

엊그제 낙산사에 그렇게 많은 소원지를 쓰고 왔는데

바다를 본 순간

그래~욕심내지말자. 순리대로 살자 마치 더 이상 바랄 소원이 없는 듯

해탈하고 내려왔더니


속세의 바람은(風) 동쪽 서쪽 방향도 없이 쳐들어온다.


이럴 것 같음

" 우리 가족을 포함 우리집의 모든 가전이며 창문이며 우수관이며 고칠 곳이 없게끔 완벽하게 유지하게 해주세요" 라고 적어둘 걸 그랬다.


소원지를 수 만장 쓴 들 소원이 이루어지기는 하는 건지

더 이상 바랄게 없어지기는 하는건지 그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또 한 번

'소원을 빌어봐' 앞에서는

급작스레 겸손해지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중요한 게 뭔지 얼른 깨달아진다.




오래 된 낡은 집아...

하다하다못해

네게도 소원을 말해본다.

2학기, 아이들의 등록금이 일시불이다.

돈 달라 소리 좀 그만해다오







 






 






작가의 이전글 오일장에 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