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한 경험담이 훈훈하면서도 한편으론 슬프다.
중고거래사이트를 통해 무료나눔한 이야기다.
더 이상은 쓰지않을 것 같아 팔기는 좀 그렇고 집정리도 할 겸
지구본을 내놓았는데
지나가는 1인 " 새것인가요?"
지나가는 1인 " 크기가 얼마나 되나요?"
지나가는 1인 " 000까지 가야하나요?"
무료나눔인데도 많이도 물어본다.
그러다 한 분이 묻지도 따지지도않고 가져가도되겠냐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묻기를
"혹시 필요한게 있으신가요?"
그 분은 과일 한 상자를 들고 오셨단다.
무료나눔이 무색한 그의 선물에 지인이 송구해지는 순간.
과일을 들고 오신 분은
몸이 아픈데 지구본을 보며 여기저기를 가보는 희망을 품고싶으셨단다.
맞아. 건강이 최고지.
두 사람의 거래이야기를 들으면서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
나한테 필요없는게 누구에게는 위안이 될 수 있다니
"주는 이를 겸연쩍게 만든 받는 자"였다.
이런 경우 흔치않다.
나도 집안 정리를 하면서 나 자신에게 혀를 차본다.
옷장안은 티셔츠 한 장 빼기에도 빡빡할 정도로 많고 넘치는데
오늘 지하상가를 지나며 철 지난 여름옷을 싸게 판다는 말에 홀라당 사버렸다.
창고안에서 숨만 쉬고 있던 몇 개의 물건.
존재조차도 몰랐던 물건인데 막상 남주려니 원가가 떠오른다.
그러면서 구분해 본다.
1. 무료나눔할 것
2.구매한 가격이 있어서 그냥 주기에는 너무너무 아까운 것
3. 구매한 가격 언저리로 누가 사갔으면 하는 것
4. 누가 사주면 고마운 것
정리하면서 내다 팔 것은 열심히 사진찍는다.
딩동~딩동~
알람이 울린다.
장사하면 이렇게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 가 반갑겠다싶다.
필요한 주인에게 가는 게 낫다란 생각으로 구매자들을 만나러 갈 때까지는 좋았다.
" 이것 저것 흠집, 00인 줄 알고 왔는데..사진과 다름, 멀리서 왔음. 30분 걸렸으니 기름값은 생각해줘야 함."
다른 건 몰라도 사진과 다르고 흠집이 잔득있다는 말에 기분이 묘해진다.
열 장의 사진에 무엇을 감출 수 있다는 말인가?
차라리 지나가는 행인 1에게 그냥 줘도 이 분에게는 안팔고싶어진다.
흥정이고 뭐고 그냥 가줬으면 싶었는데 의도는 금방 알겠더라.
30분 걸려 왔으니 그냥 후려치는 상대방.
상대방의 주소는 우리집에서 10분, 두 정거장이다.
속이 상한다.
지나가는 행인 2에게 그냥 줘도 아깝지않을 것 같은 기분이다.
"확 후려치기"는 액수를 떠나 뭐랄까
기선제압이라고 해야하나
"사진과 다르다고 생각하시면 저도 안팔고말아요" 라고 말함직한데
"30분" 이란 말 몇 번에 전의를 잃었다.
창고에서 있던 물건이 주인을 만났으니 나도 후련하고 돈도 벌었으니
애들말로 "개이득" 하며 신나라해야겠지만
엄연히 말해서 창고에 보관된 것인지 내박쳐 둔 건 아니었다.
괜히 팔았다란 찝찝함이 묵직하다.
생각해보니 나도 오늘 지하상가의 철지난 여름옷을 후려치기는 했다.
내가 부른 가격과 주인이 부른 가격의 절충선이라
둘 다 오케이 할 정도이긴했다만
손으로 쓴 가격표는 어쩐지 밀당이 빠질 수 었다.
" 손님이 깎을 것 미리 예상하고 적당히 올려 불러요"
" 부르는 가격, 다 주고 사는 손님이 어딨어?"
지금은 정찰제라 거의 없어진 흥정
그렇다.
적당한 밀당
그 만족선은 꼭 금액만을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다.
" 내가 주도권을 잡았어. 내가 제시한 금액이 싯가야. 그 이상은 바가지라고"
" 아니야. 내가 주도권을 잡았어.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싸게 사면 그건 하자가 있는거야"
가만히 생각해본다.
난
상대방의 기선제압에 불쾌했을까
아니면
그 얼마의 돈을 덜 받아서 기분나빠진 것일까.
상대방도 피차 같은 마음인지
오늘의 거래후기는 올라오지않는다.
왠지 하자와 바가지를 주고 받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