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에도 머리가 있다. 사람들은 기둥 위에 접시 모양으로 돌출된 모습이 사람과 비슷하다 여겨 '주두(柱頭)'라 이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김새나 하는 역할이나 사람과 비슷하다.
이 '주두'라는 부재는 고대부터 쓰여진 건축의 한 부분으로 고구려 쌍용총 벽화에도 남아 있고 재료가 나무는 아니지만 그리스 신전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배흘림 기둥이나 우리의 배흘림 기둥이 같은 형태이고 이들의 '주두'는 그리스 건축 역사를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더 역사를 올라가면 페르시아와 이집트까지 올라가게 된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냥 기둥 위에 장식용으로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리 보기 좋아도 들어가는 시간과 돈을 따지면 굳이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 이 부재가 수천년 동안 사용되고 있다는 건 그 만큼 중요한 부재이기 때문이다.
BC590 헤라신전
그리스 건축 초기에 만들어진 '주두'의 머리 모양은 몸에 비해 머리가 큰 모습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감 있게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주두'는 왜 만들었을까.?
사람들은 필요하지 않으면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 만큼 중요한 부재라는 뜻이다. 주두는 지붕의 무게를 기둥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역할로 설계되었다. 그냥 기둥에 올리면 될꺼라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재료가 가지는 특성들이 있다. 돌과 나무는 길이에 한계가 있다는 공통점과 부재와 부재를 연결되는 곳에는 항상 기둥을 세운다는 점이다.
돌(석재)을 재료로 하는 건물에서는 지붕을 받치고 있는 수평 부재가 기둥의 두께보다 두 배는 크다. 그 이유는 석재는 위에서 내리는 힘을 받으면 휘어지지 않고 그냥 무너지기 때문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그 만큼 두꺼운 석재를 기둥 위에 얻을 수 밖에 없다. 기둥보다 커다란 석재가 상단에 놓인다면 삐져 나온 석재로 인해 위를 쳐다 보면 모양이 형편 없어진다. 이를 가리기 위한 단순한 생각에서 '주두'가 생겨 낳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기둥을 두껍게 쓰면 내부 공간이 줄어들어 안하니만 못한 꼴이 된다.
나무를 재료로 하는 건물에는 왜 '주두'를 올릴까?
나무 건축에서 '주두'를 사용하는 경우는 기둥 위로 놓여지는 나무가 많아 질 수록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나무는 가공이 쉽고 장부라는 것을 만들어 부재와 부재를 연결하기 쉽다. 하나의 기둥에 하나의 부재를 연결하면 바람직 하지만 집을 지을때 그런 경우는 아예 없다. 보통은 지붕의 처마를 길게 내밀거나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여러 부재들을 기둥에 연결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얇은 기둥으로는 여러 부재들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기둥의 두께를 키우면 건물의 비율이 또 문제가 된다. 이런 부분들을 나눠 같는 것이 주두의 역할이다.
건축에서 지붕의 무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붕이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틸수 있어야 사람들이 안전하게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를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건축역사가 달라졌는데 여기에는 재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붕을 하나의 재료로 받칠 수 있다면 아마도 '주두'는 없어졌을 것이다.(철근 콘크리트 구조에서는 없다.)
길이가 짧은 재료들을 이어붙이는 과정에서 기둥을 세우게 되고 연결 부위를 가리기 위해 단순한 생각에서 구조적으로는 기둥 위 수평 부재와 닫는 면을 많게 하여 재료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만들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