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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엘 May 08. 2023

800일간의 독서여행

읽고 쓰는 꿈의 습관 

“완전한 이해 없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설교하는 아버지의 명대사가 이제야 이해가 되는 시간을 맞이했다.

20대쯤 보았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본 장면 중 아름다운 플라잉 낚시의 배경과 잘생긴 배우 브래드 피트에게 마음이 빼앗겼던 추억이 떠오른다.

 영화의 속 가장 나의 마음을 움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홈스쿨링이다. 지금은 가능한 수업 방법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한국에는 없는 것이 바로 홈스쿨링이었다.

 어린 시절 나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학교 입학 후 종종 교내백일장에서 수상했다. 차차 전문적인 글을 쓰는 작가 되고 싶었다. 제대로 읽지도 않으면서 오직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것인가?’ 하는 고민만 했다.      

 감성 가득한 나에게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시선은 목사 아버지의 독서 지도방식이었다. 독서 후 독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게 하는 장면이 기억에 평생 남았다.

책을 한 권 읽게 하고 한 장의 노트에 적어 오라고 한다. 목사인 아버지는 글을 읽고 난 후 다시 2분의 1장으로 요약해 오라고 한다. 그리고 요약한 용지를 버리라고 한다. 이 장면이 영화의 어떤 메시지보다 더 가슴과 머리에 남았다. 본문을 이해하고 마지막 주제까지 훈련을 시키는 홈스쿨링에 반해버린 것이다.

 글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던 청춘의 시간에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목사 아버지의 독서 포트폴리오를 적용하면서 좋은 성과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각종 백일장을 통해 작은 수상을 했다. 스스로 ‘글을 좀 쓰네.’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글을 좀 쓰려고 하던 때 결혼을 했다. 글을 쓰는 일에서 멀어져갔고 오직 버킷리스트 상자 속에 가두어버렸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떠올릴 때면 진주 같은 영화의 메시지보다 홈스쿨링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이다.     

 시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더 이상이 손이 가지 않는 자녀의 성장으로 인해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버킷리스트가 내 인생에 어느 날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플라잉 낚시를 하듯 자연스럽게 강도를 조절하며 꺼내어보니 대학원 문예 창작 콘텐츠학과에 합격을 했다. 신이 내게 허락하신 기회라고 생각하고 입학을 했다. 

막연하게 작가협회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오랜 시간 혼자서 문학상 도전을 했다. 낙방은 늘 당연했다. 빈 수레였기 때문이다.

 작가가 취해야 할 불변의 법칙은 ‘다독, 다작, 다 상량’이다. 책도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멋진 글을 쓰겠다는 나의 믿음이 어리석음을 독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지금은 책을 읽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우연히 읽게 된 책 한 권으로 말이다. 하지만 독서 후에 느낀 점을 3줄이라도 적어야 하는데, 여전히 그런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쉽다. 습관은 100일을 진행하면 반드시 몸에 밴다. 사실 책에 빠지니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대학원 입학 후 동기를 못 만나다가(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어느 날 번개 모임을 통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일 글쓰기 동아리를 만들고 독서 모임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매일 각자 글을 써서 올리다 보면 책 출간을 하는 기회가 생긴다는 취지와 목적이었다.

혼자서 쓰기는 어려우니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좋은 기회이고 동행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버킷리스트 상자가 제 때에 수면 위로 올라와 꿈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는 조건들이 하나둘씩 열려 감사할 따름이었다.

글쓰기 동아리 덕분에 2년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동기 중에는 책을 출간한 이들이 많아졌다. 서로 함께 피드백을 주고 응원을 한 덕분에 꿈도 하나씩 꽃이 피고 열매로 이어진 것이다. 아무튼, 읽고 쓰다 보면 흐르는 강물처럼 거대한 바다로 물이 흐르듯이 나의 꿈도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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