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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엘 Oct 16. 2023

가시나무

-노래를 통해 내 삶에 찾아오는 질문에 대하여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매마른 가지

서로 부댓기며 울어대고

쉴곳을 찾아 지쳐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픔 노래들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가시나무/시인과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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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나무는 주로 잡목으로 취급해서 목재로 쓰는 일은 없다고 한다. 철조망이 만들어지기 전 울타리 용으로 기르거나 그 가지를 엮어서 채찍이나 회초리를 만들어 죄인을 고문하는 데 쓰기도 했다고 한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몸이 아마도 가시나무로 만든 채찍이 아니었을까?  예수의 처형 때 로마 병사가 가시나무로 가시 면류관을 만들어서도 씌웠다고 한다. 가시나무는 고난이나 고통, 시련 등에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무서운 벌을 주는 나무 같다.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노래의 가사를 듣다가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 속에 정말 수많은 자아가 있다.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이 가시나무처럼 바람에만 흔들려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은 그 마음을 그래서 예수의 십자가가 내게 들어와 쉴 곳이 없다는 뜻으로 들리는 듯하다.

실제로도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신앙고백이라고도 한다.     

노래를 듣다 보니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가 생각이 났다.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시의 일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슬픔이 많은 상처가 많은 인간을 가시나무 면류관을 쓰고서라고 사랑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쉴 곳이 없다는 가사로 들려왔다.

 가시나무 같은 존재에 너무나 많은 나에게 스스로도 바람 잘 날 없는 세상에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고 쉴 곳을 찾아온 새에게 조차도 쉴 자리를 내어 주지 못한 삶을 호소하는 노래 같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에서 말했듯이 가시면류관을 쓰고서라도 십자가에 매달려도

사랑하는 이들을 구원하고자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린 행복한 사나이로

가시 돋아난 나를 안아 주는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그 희망의 씨앗은 나눌수록 점점 더 퍼져만 가는 놀라운 기적이 발생한다. 두려움도 불안도

한 번에 물리칠 수 있는 단지 누워있다가 앉아만 있어도 이결 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가시나무 같은 몸일지라도 그 가시를 품어 주는 이가 있다면 행복이자 희망될 것이다.

희망은 불안도 두려움도 꺾어내는 놀라운 기술일런지도 모른다. 거기에 사랑까지 나눈다면 기적은 반드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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