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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엘 Oct 13. 2023

I LOVE YOU

-노래를 통해 내 삶에 찾아오는 질문에 대하여


이 세상 아니라도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텐데

눈물 한 방울도 보여선 안 되겠죠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미소로 날 떠나요

그 미소

하나로 언제라도 그대를 찾아낼 수 있게..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약속 하나만 해요

이렇게 아프게

너무 쉽게 헤어질 사랑 하진 마요.  (I LOVE YOU/ 포지션 임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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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점점 기억을 못 하십니다.

점점 마음이 무거워요.

아버지의 기억이 어디까지 가 있는지......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데 마음이 자꾸 흔들립니다.     

불후의 명곡에 나와 <I LOVE YOU>라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애절한 호소가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느낌으로 확 와닿는 순간 눈물이 흐르더군요.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짐도 아프겠지만, 연로하신 아버지가 기억과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 애쓰는 아빠의 마지막 여행길이 내게는 그 노래가 애절한 새벽의 노래로 들려왔습니다.               

매일매일 딸아이를 위해 기도했던

젊은 날의 아버지는 무서울 게 없는 용사 같았습니다.

나를 번쩍 들어 올리다 못해

팔에 매달리라고 하셨죠?

매일매일 딸아이를 위해 기도했던

중년의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부자 같았어요.

넉넉하지도 않은 살림에도

빚을 내서라도 딸아이를 위해

내어주겠다는 장담을 기억하시죠?     

매일매일 딸아이를 위해 기도했던

노년의 아버지는 세상에 가장 든든한 내 편입니다.

나이가 들어 어깨가 처지셔도

내 딸은 내가 지키겠노라는 믿음을

불어넣어 주셨죠?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는 딸의 노래는

단, 한 가지예요.     

아버지가 평안하시길 바라요.

모든 것을 이제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모든 것을 이제 다 이루셨으니 마음 편히 가지세요.

딸을 위해 매일매일 기도하셨으니

딸은 이제 안전합니다.     

매일매일 딸을 위해 기도한 아버지는     

오로지 딸이 안전하길

행복하길 바랐듯이

지금 아버지의 품이 저 천국으로 이동할지라도

아버지는 딸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을 거예요

아버지가 영원히 딸을 가슴에 품어주셨듯이.          

노랫말을 듣다 보니 그 가사에 나의 마음이 애절하게 아버지를 향한 노래로 바뀌는 듯합니다.

아버지를 향한 노래 이전에는 아버지의 새벽의 노래가 기억에 남아요.     

택시 운전을 하시던 아버지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신념으로 새벽 운전을 고집하셨습니다. 3시에 일어나 밥상을 차리는 것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어요.

가장이기에 자식과 아내를 위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오로지 먹여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피곤해도 새벽을 고집하며 일어나셨을 겁니다.

아내도 분명 가정을 위해 수고하는 남편을 위해 눈 비비고 일어나 따끈한 밥 한 공기 상위에 올리고 국 한 그릇 든든하게 먹이기 위해 몸과 영혼이 따로 놀아도 잡아 일으키어 정성스러운 밥상을 준비했을 거예요.     

새벽에 일어나 수고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몰랐던 철없던 딸은 이제야 기억을 떼어내고 일부를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제야 헤어질 결심을 해봅니다.     

가장 행복한 시간에 머물러 갓 시집간 딸아이가 낳은 손녀딸을 기억하는 그 시간에 머물러

매일 오후에 전화를 걸어

“아기는 잘 크고 있어?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했어?”

“응, 아빠 잘하셨어. 오늘은 몇 시에 일어났는데? 점심 식사는 하셨어요?”

멋쩍어하며 웃는 아버지의 모습이 수화기를 통해 눈앞에 보입니다.

“오늘은 2시에 일어났어. 밥도 먹었는데 뭘 먹었는지 기억은 안 나. 엄마는 밖에 나갔어.”

“응, 그러셨구나, 오늘 날씨가 좋아 아빠. 내일도 전화해요.”

아버지도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처럼 매일 통화 속에 흔들리는 목소리에 티가 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울먹이기도 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오던 아버지의 새벽은 내게 너무나 큰 힘이 되었어요.

그 울타리에 조금씩 조금씩 빈틈이 생기니 아버지의 노래를 부르지 않고는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소하지만 노년의 일구던 텃밭에서 쇠꼬챙이를 던지다 손등에 꽂혀 응급실을 모시고 가던 날에도 마취 없이 꿰매야 한다는 의사에 말에도 등 뒤에 서 있는 딸에게

“하나도 안 아파 걱정하지 마.”

하시던 아버지 때문에 뒤돌아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지키려던 아버지의 새벽의 노래가 이제는 제게 들려옵니다.     

매일 걸려오는 오는 전화가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 있기에 최선을 다해 받으며

가장 슬프지만 가장 명랑한 목소리로 메아리쳐 아버지의 귓가에 선사합니다.

“아빠, 내일도 전화해 사랑해.”

“응, 그래 잘 있어. 사랑해.”

어떤 날은 명랑하고 어떤 날은 헤어지기 두려운 떨림으로 어떤 날은 마지막 인사처럼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내 가슴에 평생에 잊히지 못할 사랑의 언어로 남을 거라 믿어요.     

‘아빠. 저세상에서도 아빠가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가장 멋진 모습으로 살아갈게요. 부디 걱정하지 말아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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