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파양당한 고양이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는 소중한 묘연

by 냉냉

#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하다

2022년 11월 19일.

결혼이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와 예비신랑은 크게 다투게 된다.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회사생활 도중 발병한 우울증이었다.


나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애썼지만, 요동치는 호르몬을 제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우리는 결혼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 주말부부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나의 회사는 경기도, 남편의 회사는 포항이었기 때문이다.


문득, 너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곧 서울로 발령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신혼집은 경기도로 잡은 상태였다.

혼자 살때보다 넓어진 집, 두 명 분의 살림살이, 그러나 혼자인 나.


그 때, 문득 시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냉냉(가명)아, 고양이도 참 매력이 있다.’


내가 우울증을 앓고있다는 걸 잘 알고계신 시어머니의 말씀이 갑자기 떠오른 건 왜일까?


그때까지 나는 강아지파였다. 친정에서 초등학생때부터 키우던 강아지가 있었고, 대학교를 졸업한 뒤 강아지를 떠나보낸 상태였다. (보고싶은 우리 뽀삐)


그리고 4년이 흘러, 친정에서는 다시 뽀삐를 똑닮은 말티즈를 키우게 되었다. (말썽쟁이 우리 봄이)


그러나 친정은 부산에 있었고, 나는 봄이를 보러 자주 내려갈 수는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몇달에 한번 겨우 부산에 내려가곤 했다.


나는 예비신랑에게 말을 꺼내게 되었다.

“나 고양이가 키우고 싶어. 어머님이 해주신 말이 자꾸 생각나.”


신랑은 시댁에서 고양이를 이미 3마리나 키우고 있었다.

원래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나였지만, 시댁에서 만난 3마리의 고양이들이 나를 잘 따랐고 나는 그렇게 고양이의 매력을 조금 느끼고 있던 차였다.


당연히 안된다고 할 줄 알았던 예비신랑은 내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진 듯 했다.


그리고.


“내일 한번 가볼까?”


예비 신랑이 이렇게 쉽게 허락할 진 몰랐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예비신랑도 아픈 나를 혼자 경기도에 두는 것이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는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어디서 데려올 것인가

내가 사는 지역은 펫샵이 많은 곳이다.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심하기 전부터, 귀여운 아기 고양이의 모습에 이끌려 들어간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신 예비 시어머니는 극대노 하셨다.

예비 시어머니께서는 길냥이들도 살뜰히 챙기시는 분이었다.

어머니께서는 펫샵 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길 권하셨다.

물론 그 때는 고양이를 진짜 키우겠다는 마음은 없을 때였다.


남편과 나는 부지런히 고양이 입양에 대해 알아봤다.

그리고 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다는 한 곳을 찾게 되었다.


#고양이를 만나러 가는 길

다음 날인 일요일.

예비 시아버지께서 서울에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고양이를 입양하러 갈 예정이었던 우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아버지와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곳은 직접 와서 방문해야만 입양가능한 고양이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한참을 차로 달려 도착한 곳.


그러나.


그곳은 펫샵이었다.

나는 펫샵 자체는 그 구조가 잘못되었을 지언정, 펫샵에서 반려묘/견을 데려오더라도 끝까지 책임질 수만 있다면 괜찮다는 생각이다.

그 곳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다던 그곳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고양이는 없었다.

그곳은 어린 고양이들만 가득했고, 고양이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분노했고, 나는 내 고양이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했다.


그때였다.

“냉냉아. 나 고양이를 데려올 곳을 찾은 것 같아.”


예비신랑은 파양당한 고양이들의 주인을 찾아주는 보호소를 찾았다.

이미 늦은 오후였고, 그 곳은 우리가 도착할 때쯤 마감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해본 결과, 우리가 간다면 흔쾌히 늦게까지 문을 열어두시겠다고 해주셨다.


우리는 당장 그곳으로 향했다.


#유독 눈에 밟히는 고양이가 있다

남양주로 도착해서, 우리는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갔다.그곳은 진짜 ‘보호소’였다.

파양당한 아이들이 있는 곳이었다.


“얼마전에 비가 너무 많이와서… 곧 보수할 예정이에요.”

고양이들이 모인 곳은 제법 넓은 편이었지만 꽤나 열악해보였다.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가득했다.

그 때, 한 치즈고양이가 나에게 자꾸 다가왔다.


그걸 본 커다란 검은 고양이(품종묘였던 것 같은데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가 그 치즈고양이를 퍽! 때렸다.


그렇지만 치즈고양이는 포기하지않았다.


여러마리의 고양이들이 우리에게 왔다가 떠나기를 반복했다.


그렇지만 치즈 고양이 한 마리는 우리 곁에서 떠나질 못했다.



깡마른 몸과 관리되지 않은 털이 너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치즈 고양이는 다른 흰 고양이와 함께 보호소에 들어온 아이였다.

그 고양이의 원래 주인은 5년간 고양이들을 키우다가, 아기가 태어나며 알러지때문에 고양이들을 파양했다고 했다.


보호소에 들어온지는 3달 정도 된 상태였다.


“오빠, 나는 이 친구로 해야할 것 같아.”


나는 치즈 고양이를 어루만지며 마음을 굳혔다.


너무 사랑스러운 고양이. 우리 ‘호랑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입양절차

우리는 호랑이의 전 주인이 작성한 호랑이 소개서를 읽었다.

호랑이의 원래 이름은 맹군이었다.


발톱 정리하는 건 잘 참지만, 물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고양이라고 적혀있었다.


우리는 열심히 입양신청서를 작성했다.

그 곳은 보호소였기 때문에, 호랑이를 데려가기위해 정해진 비용을 내야하는 곳은 아니었다.

다만 기부 형식으로 자유롭게 비용을 낼 수 있었다.


우리는 그 곳에 있는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에게 잘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했다.


그리고, 선물로 주신 이동 가방에 호랑이를 넣고 보호소를 나왔다.


내 사랑 호랑이를 품에 안은 순간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