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고양이는 처음이라

고양이 세계에 입문하다

by 냉냉

#이름을 짓다

‘우리’ 고양이의 이름을 지어줘야했다.

나는 고양이를 바라보며 예비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이름은 정했니?”

“음… 치즈로 할까봐요.”


그 말을 하고나니, 치즈 고양이에게 치즈라는 이름이 너무 평범해보였다.

그 순간 한 단어가 번뜩 떠올랐다.

“아니에요. 호랑이! 호랑이로 지어야겠어요.”


우리 고양이는 빼빼 말랐지만, 수컷 고양이답게 체격이 있었다.

털 색깔도 그렇고 우람한 모습은 마치 ‘호랑이’를 연상케했다.


그렇게 우리 고양이는 호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우리 호랑이가 다른 고양이에게 한대 얻어맞는 모습이 퍽 마음아팠던 것 같다.

그래서 호랑이처럼 튼튼하고 힘센 고양이가 되라고, 그래서 얻어맞고 다니지 말라는 마음이 담겼는 지도 모른다.

호랑이는 이동가방이 답답한 건지, 아니면 달리는 차 안이라서 무서운건지 계속 울어댔다.

나중에 호랑이를 키우며 알게된 사실이지만, 호랑이는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2초간격으로 운다.

#고양이 용품을 구매하다

고양이 용품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던 나는, 그냥 고양이 가방을 안고 가만히 가게에 서있었다.

10년이상 고양이를 키워오신 예비 시아버지와 남편은 열심히 고양이 용품을 고르기 시작하셨다.

나는 그냥 가만히 서서 '야옹야옹' 우는 고양이에게 괜찮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사료를 담을 그릇, 물그릇, 사료, 화장실, 작은 스크래처, 장난감 등등이 바구니에 담겼다.

뭘 사야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이동가방 안에서 어리둥절해하는 우리 호랑이가 얼른 집에 가서 잘 적응하길 바랄 뿐이었다.

#나는 숨지 않아!

호랑이는 당돌한 고양이었다.

이름을 호랑이라고 지어서일까?

예비 시아버지께서는 이제 고양이가 숨을거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런데 호랑이는 그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이동가방을 열어주자마자 집안 곳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곳이 내가 살 곳이구나!' 라고 생각한 것일까?

당돌한 호랑이는 열심히 집안을 탐색했고, 사료를 먹고 물을 마셨다.

호랑이를 키우며 느낀 건, 호랑이는 절대 숨지 않는다는 거였다.

낯선 사람이 와도 열심히 냄새를 맡고, 얼마지나지않아 배를 보여주며 만지라고 하기도 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고양이여서, 손님이 와도 편했다.

처음보는 사람도 호랑이의 매력에 금방 빠져들며, 어느새 호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츄르는 오랜만이지?

집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호랑이에게 츄르를 줬다.

호랑이는 츄르를 주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급했는지 츄르껍질을 씹어버리기까지 했다.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츄르가 오랜만이었던 걸까?

그 모습 마저도 짠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여전히 호랑이는 츄르 매니아다.

츄르가 있는 곳은 기가막히게 알고, 츄르가 있는 서랍 문을 열기만 해도 난리가 난다.

#처음이자 마지막 꾹꾹이

예비 시아버지께서 떠나시고, 예비 신랑과 나만 집에 남았다.

우리 셋은 신나서 새로운 가족사진을 찍겠다며,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 감격스러운 순간이 찾아왔다.

호랑이가 열심히 우리를 꾹꾹이 해준 것이다.

'이게 꾹꾹이라는 거구나!'

나는 호랑이의 꾹꾹이를 한참동안이나 받았다.

미처 호랑이의 발톱을 깎아주지 못했기 때문에, 호랑이의 꾹꾹이를 받은 바지는 실밥이 다 터져나와서 떠나보내야 했지만 괜찮았다.

하지만

호랑이의 꾹꾹이는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만남 첫날을 기념하는 특별한 꾹꾹이었나보다.


더이상 꾹꾹이를 받을 순 없지만, 내 옷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급하게 구매한 고양이 용품은 많이 부족했다.

커다란 호랑이에게 너무 작은 스크래처를 사준 것이다.


지금의 호랑이는 수직스크래처를 비롯해 큼직한 스크래처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첫 날의 호랑이는 이 작은 스크래처로도 행복해보였다.


#난 호기심 대마왕이라옹!

호랑이는 집을 실컷 탐색하고도 만족하지 못했나보다.

잠시 수납장을 열어둔 사이 잽싸게 들어가버렸다.

“호랑아, 나와보자!”


호랑이를 간신히 꺼내고 얼른 수납장 문을 닫았다.

처음엔 신기해서 그런줄 알았다.

하지만 호랑이는 지금도 수납장이나 옷장 문이 열리면 잽싸게 들어간다.


아직도 그 이유는 알지 못한다.

개구쟁이 호랑이는 뭘 해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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