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만나자마자 이별이라니

너 없는 일주일

by 냉냉

# 아무데서나 잘 자는 고양이

만난지 이틀째 날. 호랑이는 내 품에서 일명 ‘냥모나이트’ 자세를 하고 잠들었다.


우리 호랑이는 밤에도 잘자고 낮에도 잘자는 고양이었다.

(고양이는 원래 하루종일 자는걸까?)


이 모습을 본 나와 남편은 한참을 웃었다.

마치 사람처럼 배를 위로하고 잠든 고양이는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베개를 베고 자는 나와 남편을 따라하는 건지,

어느 순간부터 호랑이는 사람의 베개를 탐내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집은 복층이라 침대가 2층에 있었다.

1층에도 호랑이를 위한 침대가 필요해 보였다.

인터넷에서 산 모찌말랑쿠션은 호랑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다.


물론 호랑이는 아무데서나 잘 자는 고양이다.

낮이면 햇살을 쬐며 캣타워에 앉아 쉬기도 하고, 그냥 바닥에 누워 자는 것도 일상이다.


우리가 서로 알게 된지 약 20일쯤 지났을 무렵, 예비신랑과 나는 결혼식 후 신혼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미 한차례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아픔이 있는 호랑이에겐 너무 미안한 일이었다.


그렇게 수소문한 끝에, 고양이 전용 호텔 겸 목욕을 전담하는 곳을 찾게 되었다.

호랑이를 낯선 공간에 두고 떠나는 마음이 결코 편치는 않았다.

그곳은 카메라가 설치되어있어, 언제든 호랑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호랑이가 그걸 알 턱이 없었다.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리면 너무너무 미안한 마음 뿐이다.


고양이 호텔에서는 매일매일 호랑이의 근황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셨다.


그런데, 호랑이가 갑자기 카메라에 보이지 않았다.


#호랑이의 탈출

고양이 호텔에는 높은 문이 있었지만…

직원분들이 퇴근한 사이, 호랑이는 탈출하고 만다.

이 사진은 호랑이가 또 탈출하던 장면을 직원분이 찍어주신 것이다.


호랑이는 방을 탈출해서 짧은 일탈을 즐겼지만, 다음날 출근한 직원분에 의해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다행히도 호랑이는 고양이 호텔 생활에 잘 적응해주었다.

직원분이 보내온 위 사진을 보고 나와 남편은 빵터지고 말았다.


# 냥생 첫 프로필 사진

사랑스러운 호랑이를 위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곧장 고양이 호텔로 향했다.

그리고 고양이가 좋아할진 모르겠지만(?) 우리 고양이에게 특별한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다.


아래 호랑이의 귀여운 모습들을 잔뜩 공개한다.


2022년 12월. 호랑이는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잔뜩 묘생샷을 남겼다!


#목욕은 싫어!

멋진 사진을 찍고 호랑이는 다시 고양이 호텔로 돌아갔다.

맡긴김에 목욕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호랑이가 온 첫날, 나는 갑작스럽게 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

보호소에서 온 호랑이의 청결상태가 좋을리 만무했다.


남편은 곧장 호랑이의 첫 목욕을 맡았다.

지금도 호랑이의 목욕을 도맡아 책임져주는 남편에게는 고마운 마음 뿐이다.

하지만 집에서 목욕을 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호랑이는 그렇게 털을 빡빡 민 고양이가 되었다.

목욕이 끝나고 타월로 감싼 호랑이는 사랑 그자체다.

12월이었기 때문에, 호랑이가 추울까 걱정되었던지 고양이호텔&미용 업체 사장님께서 꼬까옷을 입혀주셨다.


그렇게 우리는 호랑이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털을 민 호랑이는 꼭 ‘생닭’같았다.


호랑아! 너도 개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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