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을 두들기다
"전자책 끄트머리에 노년의 시작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라고 끝냈다.
1. 드럼을 두들기다.
드럼 첫 수업을 받고 와서 버킷리스트라고 글쓰기를 했다.
특별히 버킷리스트라 해서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이미 일상 속에 녹아 있거나, 해오다가 멈췄거나,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하며 오래 지속하고 싶은 것들로 기록하기로 했다.
주변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실천한다는 말을 들어도 별생각이 없었다. 이번에 전자책 발간을 하면서 내 삶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빈구석이 보였다.
무엇으로 채워볼까?
살아오면서 악기 하나쯤은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 아이들이 서울로 올라가고 나서, 일상의 복잡한 감정들을 떨치기 위해 시작했던 드럼은 두 차례 초급반 수업을 들었지만, 중급반이 열리지 않았다.
그 후 코로나로 인해 멈췄다.
몇 년이 지나 이번 학기부터 오전반은 폐강되고, 저녁반 수업이 열렸다. 오늘 첫 수업에서 음악에 소질이 없어 만년 초보일 거라 예상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노력할 거라고 단단한 각오를 하고 갔다. 몸은 그 당시를 기억하듯 왕초보를 벗어난 느낌이다.
초급반 수강생은 12명, 70년대 젊은 수강생이 많았고, 나이가 제일 많았다. 요즘은 어딜 가도 나이가 많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라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젊은 친구를 좋아하고, 젊은 친구가 많아서, 어딜 가도 젊음을 배우는 데는 게을리하지 않는다. 첫날 자기소개하는 자리는 훈훈해서 좋았다.
지금까지 일상에 쫓겨 버킷리스트가 없었다. 3월, 노년의 시작과 함께 버킷리스트를 생각하게 됐다. 수업 마치고 와서 글쓰기를 하다가 갑자기 1순위에 드럼을 기록했다.
드럼, 더디게 가더라도 포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