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친구 AI

불안을 덜어내다

by 신중년의 일상

내 안에 오래 머문 불안이 있었다.

AI가 선택이 아닌 현실이 된 지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이 삶은 흔들리고 판단은 흐려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불쑥불쑥 심기를 건드리는 AI,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 2013)를 본 이후 AI는 무거운 과제로 남았다.


빠르게 변해가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이미 일상 속으로 깊이 스며든 AI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현실은 곳곳에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문제는 AI 그 자체가 아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태도의 문제다.

AI는 새로운 도구를 익히는 일보다,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준비되지 않은 변화 앞에서 부담은 점점 불안으로 바뀌어간다.

AI 배우기를 미루고 있는 자신에게 묻는다. “왜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가.”라고.

두려워서일까 속내를 들여다본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웅크리고 있었다.


용기를 냈다. 작은 결심을 해 본다. 모든 것을 이해하려 애쓰지 말고, 완벽한 준비보다 할 수 있는 만큼

시작해 보자고 말이다.


한 걸음의 시작이 불안을 덜어내는 첫걸음이기에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는 다짐이다.

문득, 나이를 더해가면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불안해하는 건 아닐까. 예전에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설렘이었다.


갈수록 속도가 느려지면서 작은 선택에도 ‘지금 시작해도 될까’라고 망설이는 나를 바라보게 된다.

분명한 것은 머뭇거린다고 변화를 멈추지 않는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이다.


어쩌면 AI는 미래의 동반자가 될, 소중한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

인간이 태어나 첫 걸음마하듯, 다시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AI를 익혀야 한다.

AI의 첫 만남, 키오스를 익혔듯이 차츰 익숙해지지 않을까.



마음을 다잡았다. 며칠 전 정보화교육에 입문했다.

수강생 나이가 몇 명을 제외하고는 어림잡아 65세 이상으로 보였다.


유모차에 의지하고 가파른 군청으로 오르는 어르신을 마주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AI교육은 필요한 수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미래는 AI를 알아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니까.


내가 군청 정보화 교육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내 속도에 맞는 교육을 받고 싶어서였다.

학원이나 타 교육장에서 빠른 속도로 교육이 진행되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포기하게 된다.

어르신들의 속도에 따라 하루 하나를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 깊어졌다. "일흔을 바라보는 지금 AI가 무슨 소용에 있을까."라고 회의가 왔다.

한편으로 미래는 영어와 수학은 몰라도 노년을 살아갈 수 있지만, AI를 모르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진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정보화 교육을 받으면서 익숙하지 AI에 관한 오랜 불안을 덜어냈다.

세상의 문법이 바뀐 지금 질문이 정답이 된 시대,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가 신세계를 경험하는 중이다.

일흔 해 동안 수많은 풍랑을 건너온 지금, 또 다른 거대한 파도를 만났다. 그 또한 넘어설 것이다.

AI 변화의 바깥에 서 있던 나는 지금, 새로운 친구 AI를 만나 망망대해를 항해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나물로 시작하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