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건네는 다정한 안부
봄은 늘 짧다. 그래서인지 오래 마음에 머문다.
창밖의 풍경이 연초록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나는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힌다.
계절은 해마다 돌아오지만, 같은 봄은 없었다.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내면을 깨운다.
며칠 전, 저수지 물가에서 갯버들을 만났다.
보송하게 돋아난 연초록의 결이 손끝에 닿는 순간,
어린 시절 아무렇지 않게 꺾어 불던 버들피리의 추억과 어설픈 소리가 되살아났다.
잊힌 줄 알았던 기억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머물러 있었다.
봄 풍경에서 나의 오래된 봄을 다시 만났다.
마을 어귀에서 마주한 개나리는 또 다른 위로였다.
그 순간, 과거와 현재가 포개졌다.
나는 이 짧은 계절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 사진과 글, 그리고 영상으로 남긴다.
흩어지는 감정의 결을 붙잡고, 순간의 사유를 기록한다.
꽃은 지고, 연초록은 짙어지고, 계절은 다른 이름으로 바뀐다.
그러나 기록된 봄은 사라지지 않는다.
문장 속에서, 이미지 속에서, 이 봄은 다시 살아나고 또 다른 시간과 연결된다.
그렇게 봄은 순간에서 기억으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옮겨간다.
수많은 겨울을 건너온 끝에 만나는 봄은 서두르지 않는다.
설렘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겠지만, 이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오늘의 빛과 오늘의 바람, 오늘의 감정은 다른 결로 새로운 계절이 되어 만나게 된다.
눈앞의 꽃은 지더라도 기록된 봄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제보다 조금 더 짙어진 오늘의 계절 속에서 이 봄이 오래 머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