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뭐냐구요? 과학실무사입니다.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내 대답은 항상 단답이 아닌 문장으로 튀어나온다. 과학실무사 10년차. 사람들은 여전히 과학실무사가 무얼 하는 직업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직업에 부연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과학실험실 관리도 하고, 실험 수업 준비도 하고, 과학 관련 업무 지원해요.
황급히 덧붙인 부연설명을 듣고서야 사람들은 아~ 하는 표정으로 바뀐다. 그렇다고 한들 100% 내 직업을 이해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애초에 과학실무사라는 직업명 자체를 생소해하는 사람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또 내가 어떤 업무를 도맡아 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그리고 설명이 장황해지는 순간이 오면 사람들은 생소한 이 직업에 대한 흥미를 잃고 이내 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리곤 한다.
과학실무사는 과학수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학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근무했던 H고등학교의 경우 과학중점학교라 특히나 실험을 자주 했는데, 덕분에 매일 과학실들을 쓸고 닦고 해야 했다. 2개 혹은 3개의 과학실을 두고 수업 일정에 맞추어 돌아가며 사용하는 학교도 있고, 과목별로(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실험실이 각각 있는 경우도 있다.
내가 가장 오래 근무했던 H고등학교의 경우 과목별로 실험실이 나누어져 있었고(4개), 과학 도서가 모여있고 회의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던 토론실, 3D 프린터 및 여러 공구가 배치 된 메이커실, 실험실은 아니지만 수업이 가능한 오픈랩실 등 총 7개의 실을 관리해야 했다. 한학기 동안 진행되는 과제탐구 활동이라도 시작되면 모든 실들은 시간마다 사용하겠다는 예약으로 꽉 들어차고, 그럼 나는 앉을 새도 없이 수시로 실험의 잔해들을 치워야 했다. 텍스트로만 보면 고단해보이지만, 의외로 나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청소하고 정리하길 좋아해서 오히려 과제탐구 시즌을 기다리기도 했다.
과학실무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고역이었던 점은 오히려 실험도, 수업도 없는 시험 기간.
학생들은 시험을 보느라 실험실에 오지 않고, 선생님들은 시험문제를 내고 감독을 들어가느라 교무실이 텅 비는 기간이다. H고등학교의 경우 실험실들과 과학부 교무실이 별관에 마련되어 있어 늘 북적북적한 본관과 다르게 시험기간이면 몹시 고요해진다. 같은 교무실을 쓰는 5명의 선생님들마저 감독을 들어가면 때때로 나는 홀로 교무실에 앉아 시간만 자근자근 죽이곤 했다.
다들 바삐 움직이는데 나만 홀로 우뚝 앉아있어야 했던 그 시간들이 못견디게 어색하고 민망해 괜히 실험실로 도망간 적이 많다. 이제는 가끔 주어지는 그 꿀 같은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