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사서실무사였다.
다른 회사들도 그러하겠지만, 학교 역시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나는 총 3군데의 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그 중 2군데는 과학실무사로, 1군데는 사서실무사로 근무했었다. 과학실무사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어쩌다 학교로 흘러들어가게 된건지에 대해 조금 써볼까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진로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 일단 뭐라도 하자!는 마음에 대형 서점에서 10개월가량 근무했던 적이 있다. 오락가락 스케줄 근무와 집에서 꽤 먼 곳에 위치해 있던 점,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웠던 공간(본점으로 가는 지하철 역사내에 임시매장처럼 작게 있었다)에서 근무해야 했던 것들에 지쳐 퇴사했던 어느날. 마음을 비우고자 템플스테이를 떠났던 날이었다.
몹시도 큰 은행나무가 있던 경기도 어느 사찰이었다. 템플스테이 체험비를 아끼려고 봉사자로 들어갔던터라, 새벽 예불을 드리고 아침 공양을 마친 뒤 보살님을 따라 사찰 이곳 저곳을 청소 해야했다. 은행나무잎이 노오랗게 물들던 그 계절. 산 속에 있던 그곳은 번잡한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번뇌가 가득하던 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건지, 고등학교때 3년 동안 동아리를 담당하셨던 사서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조만간 모교 도서관에서 사서실무사를 한명 뽑는데 지원을 해보라고. 몹시 박봉이고, 1년 미만 근무라 퇴직금도 나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일단 넣어보라고.
안그래도 사서라는 직업에 늘 관심이 있었고, 3년을 다닌 고등학교니 지리는 빠삭, 당시 살던 집에서 매우 가까웠으며, 무엇보다 좋아하는 책과 종일 붙어있을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이 어디있을까, 싶었다. 절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고, 공고 날짜에 지원 후 운이 좋게 붙게 되었다.
워낙 박봉인데다 지역주민들에게 개방을 해야하기에 토요일 근무가 필수였다. 그래서인지 지원자는 나 혼자 뿐이었다.
아.
그래서 붙었나?
뭐, 아무튼.
그렇게 나의 우여곡절 학교 라이프는 이토록 얼렁뚱땅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