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쓰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by 요일


얼마 전,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글을 보게 되었어요.

마중 그림에 큼지막한 글씨로 쓰여 있었습니다.

‘돈 쓰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한 글자가 빠졌네...’


돈 ‘안’ 쓰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돈을 써야지 돈을 벌 수 있어요’

‘돈을 안 쓰고 돈만 벌면, 행복할까요?’

‘그 만족감 있잖아요’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물건은 필요에 의해서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만족감을 얻기 위해 꼭 무언가를 사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보통의 경험이나, 어떤 일을 성취했을 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만족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요?


잠시이긴 하지만 기분전환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건을 소비할 때는 소유와 폐기의 책임도 함께여야 한다는 걸 미니멀 • 제로 웨이스트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공간을 내어주고, 관리하고, 쓰임을 다하면 올바르게 보내줘야 한다는 사실을요.

(네. 사실, 이 글에 돈에 관한 내용은 없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








지금 이대로의 소비습관 괜찮을까?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0812119



‘장보는 건 불필요한 체력소모야! 온라인 배송’

‘알뜰한 게 최고지, 최저가 검색’

‘시간이 아까워, 로켓 배송’



미니멀 라이프로 물건과 소비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소비 방식은 그대로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택배, 온라인 배송 이용이 증가하면서 매주 분리수거하는 날이 피로하게 느껴지던 시점이었어요. 그러다가 분리수거 대란에 관한 기사를 읽고 상상해 보았어요. 집 베란다에 쓰레기가 가득 차는 장면을 말입니다.


‘지금 이대로의 소비습관 괜찮은 걸까?’





소비 다이어트, 소비 단식


멈춤’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먼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건강과 환경’이라는 소비의 기준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라는 기간을 정해두고, 식비에만 지출하기로 했어요.

당장 필요한 롤 휴지와 책만 허용하기로 하고, 책을 받은 택배 박스에 다 읽은 중고책을 다시 보냈습니다. 그 외에는 택배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어요.






쓰레기 관찰 일기
택배 없이 살기 2주차 | 3주차
마지막 4주차


한 달 동안 쓰레기 관찰을 기록했습니다.

쓰레기가 줄어드는 과정은 매우 재미있었어요.

택배를 멈추니 큰 부피의 상자가 없어서 좋았고요.

비 포장된 과일, 야채를 장바구니에 담아오고, 음식은 용기를 가져가 포장해 오고, 맥주는 재사용이 가능한 병으로 사 왔습니다.


마지막째 주 사진을 보며 흐뭇했습니다.

친구의 케이크 선물과, 남편이 받아 온 과일 스티로폼 포장재까지는 막을 수는 없었지만요. 품목에 따라 포장을 피할 수 없는 것들은 좀 느슨한 마음을 갖기로 했습니다. 완벽함보다는 오래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세상에는 이런 만족감도 있었습니다.





즐겁게, 우아하게, 제로 웨이스트


배우 류준열 님의 ‘용기 내’는 매우 유명합니다. ‘꽃보다 청춘’ 촬영을 위해 아프리카에 다녀온 후, 환경과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이 캠페인으로 국내 대형마트들의 플라스틱 단축 선언과 세제 리필 시스템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전기 없이 우아하게>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취재했던 저자는 반년만에 돌아온 도쿄의 가득 찬 불빛을 보며, ‘이 도시는 벌써 후쿠시마를 잊었구나!’ 탄식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포기한 채 5 암페어의 전력으로 살게 된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그 마음을 이제 쪼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지구 환경을 지킨다는 거창한 목적을 내세우며 매일 괴롭게 인내하는 삶을 살자고 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전기에 의지하지 않는 삶을 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삶에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궁상맞다고 생각한 적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환경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궁상과 우아함의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자신이 하는 일에 ‘소신이 있는가’ 였어요. 비싼 물건을 두르지 않아도 단단한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우아함 말이죠. 저도 좀 우아해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