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담긴 콩고의 아이들의 눈물
개인정보를 삭제하지 못한 채 꺼진 핸드폰.
어느 날, 핸드폰의 전원이 켜지지 않아 수리를 받으러 갔다. 눈이 동그래질 만큼 비싼 부품 가격보다 부품을 교체해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진단에 수리를 포기하고 말았다.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유리한 세상에서, 3년 5개월 핸드폰 인생이 끝났다. 청소기가 10살이 되어 고장 났을 때,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 기억이 있다. ‘너무 오래된 제품이라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고쳐도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전제품의 일생이란 모두 그런 걸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폰 7 재고를 찾았다.
세상의 속도에 따라가기 힘든 나에게, 핸드폰의 업그레이드된 기능은 필요 이상의 장식이었다. 그저 이번에는 좀 더 오래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서랍 맨 아래 칸, 혹은 옷장 구석의 작은 상자들.
집집마다 깨어나지 못하는 핸드폰 한 대씩은 있지 않을까? 나 또한 개인정보 때문에 어찌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다. 폐핸드폰도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핸드폰 내부에 들어가는 귀금속, 일반 금속, 희귀 금속 중에서도, 팔라듐, 코발트 등의 희귀 금속은 그야말로 생산보다 수요가 많은 비싸고 귀한 몸이었다. 그런 희귀 금속을 재활용하면 한정적인 자원을 절약할 수 있고, 채굴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여태껏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려했던 개인정보도 안전하게 파기해 주고, 발생하는 재활용 수익금은 초록 어린이 재단에 기부도 가능하다니. 물건이 버려지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여기 다시 와야 한다는 게 끔찍해요.
한 해 쏟아지는 전자 폐기물 5000t.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를 채굴하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일해야 하는 콩고 아이들. 11살 어린이 광부가 했던 말이 잊혀지질 않았다. 8살 도르센은 엄마가 돌아가셔서 일해야 하는데 몸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한쪽에서는 인권이 무시된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반대편에서는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명목 하에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다음 세대가 써야 할 자원까지 끌어다 쓰면서 재활용 비율은 턱없이 낮았다. 나 또한 한 몫 보태는 사람 중 하나였지만, 그렇다고 모든 전자기기를 포기할 자신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행이도 지구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있다고, 파타고니아가 알려 주었다. ‘소비자로서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전자업계에도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작권을 내세우기보다 수리를 허용하는, 소비보다 소유를 권하는 기업. 환경과 성장은 함께할 수 없는건지. 어려운 문제지만 계속 꿈꾸게 된다.
핸드폰을 보면 가끔씩 콩고 어린이들이 생각난다. 행복이란 내 노력과 의지, 그리고 행운에 더해서 분명 누군가의 수고와 불행에 빚진 바가 있다는 장석주 시인의 글과 함께. 우리 앞의 물건들은 완성품으로 존재하지만 그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따라가다 보면 무엇하나 쉽게 만들어진 것이 없고 헤프게 쓸 수가 없게 된다. 물건의 숨겨진 뒷 이야기들을 알 게 된 후로, 물건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0824222
https://n.news.naver.com/article/262/0000014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