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릇 콤플렉스

by 요일


이 시대에 꽃무늬 핑크 접시라니



그릇 콤플렉스가 있었다.

지름 16cm. 모든 것을 적절하게 담아내는 이 접시를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아이들 간식이나 음식을 덜어먹기에 아주 알맞은 크기이다. 또 하나는 견고함. 예전에는 그릇을 정말 자주 깨트렸다. ‘애 낳고 손목이 너무 아파~' 손목 터널 증후군 핑계를 대곤 했었지만, 그저 생각이 다른 곳에 가 있어서 그릇들을 놓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용 빈도가 높았던 접시가 살아남았다는 건, 대단히 튼튼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접시는 내가 산 것이 아니다.

결혼과 동시에 두 박스 정도의 그릇을 받게 되었다. 시어머니의 실용주의와 취향이 담긴 접시, 컵, 반찬통들. 먼저 결혼하게 된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아주버님은 여기저기서 받은 새 그릇들을 보내주셨던 것이다. 그릇에 큰 관심이 없고, 취향이 확고하지 않아서 주신 것들을 지금껏 잘 사용해오고 있었다.








상부장을 열었을 때 예쁜 그릇이 있다면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사 온 지 3년 차, 깔끔한 싱크대에 걸맞은 예쁜 유리컵과 그릇들이 다소곳이 놓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벽면에 거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가 될 수 있는 감각적인 조리도구들도 있었으면. 하지만 현실은 파란 블렌더와 언제 다시 쓰게 될지 모르는 소풍 도시락과 학교 양치컵. 재사용할 유리병들과 양가에서 온 플라스틱 김치통이 보인다. 조리도구도 모두 제 각각이어서 서랍 안으로 정리하고 말았다.




이 콤플렉스의 출처는 어디였을까.

아마도 SNS의 그 누군가의 예쁜 살림살이와 비교하면서 시작된 것이리라. 그렇다고 그 완벽한 주방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팔거나(팔리지 않는 것이 문제), 기부하거나, 불연성 마대에 몰래 버리고 새로운 그릇들을 사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기그릇은 유리와는 달리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시작점이 너무도 다른 나는 시도할 엄두조차 나질 않았다.







다행히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모두 신애라 씨 냉장고 덕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평범한 김치통에 빼꼼히 삐져나온 저 비닐이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었다. 유명 연예인도 이렇게 소박할 수 있구나. 모두 다 멋진 그릇과 소품들로 집안을 채우지 않아도 괜찮구나 싶었다.



‘괜찮아. 조금 더 당당해져도 되겠어!’




나는 아직도 유리컵 4개로 살고 있다.

몇 번 시도했지만, '아, 정말 이건 꼭 사야 해!’라는 컵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데, 나의 안목을 키우고 취향에 맞는 그릇들을 찾아가는 시간적 여유를 좀 더 갖고 싶다. 실용성만을 내세우며 아름다움을 포기하는 것도 원치는 않는다. 나는 이제 그릇도 깨지 않고, 물건을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우리 집 핑크 접시가,

그 누군가에게 신애라 씨 김치통의 비닐이기를.

충분히 괜찮다고 조금 더 여유 있게 찾아가자고.

조심스레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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