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에 딱 두 분 계세요."
"네?"
"반찬통 들고 오시는 분!"
"아, 네~"
"그분은 세 통 가지고 오셔서 종류별로 나눠가세요."
훗. 이럴 수가!
이 작은 동네에도 동지가 있었다니. 왠지 모를 따뜻함에 미소가 번졌다. 사실 이 정육점은 처음으로 제로 웨이스트 ‘용기 내'에 도전했던 곳이다. 소심하게 도전했던 첫날, 사장님의 무뚝뚝한 표정이 마음에 남아 주로 다른 가게를 이용했었다. 그리고 근처 마트에 들른 김에 오랜만에 가게 되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사장님도 그때는 난생처음 받은 반찬통에 당황하셨던 것이지, 귀찮은 마음은 아니셨던 모양이다. 다시 이 가게에 다니기로 했다.
순대가 먹고 싶단 아들의 말에 떡볶이 가게에 갔다.
2인분을 포장하려 했는데 1인분만 들어가는 상황. 하지만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다음에는 더 큰 걸로 가져오세요~" 말씀하셨다. 친절한 사장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떡볶이 1인분을 추가로 주문하였다. 그때 가게에서 식사를 하려는 청년 둘이 있었다. "엄마, 떡볶이는 내가 담을게!" 알고 보니 장성한 아드님들이었다.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하면서 집에 있는 두 아들이 생각났다.
사실 떡볶이가 조금 더 맛있는 다른 가게가 있다.
그때는 외출 중에 갑자기 사게 되어 용기를 챙기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비닐 한 장이라도 줄이고 싶어 장바구니에 담아 달라고 부탁드렸다. 하지만 비닐에 꽁꽁 묶인 순대와 떡볶이를 건네며 말씀하셨다. "너무 바쁘고 비닐이 더 편해서 어쩔 수 없어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브리타 코리아,
필터 재활용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052858
드디어 브리타 코리아가 움직였다.
2021년 폐필터 수거 및 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발표한 것이다. 십년후 연구소와 알맹 상점에서 브리타 어택 캠페인을 진행했다. 8/7일 -12/5일까지 1만 3471명의 브리타 유저가 서명하고 약 1500개의 폐필터가 모였다고 한다.
나도 작년 5월에 브리타 정수기를 구입했다.
플라스틱 생수병 대용으로 구입하게 된 것이다. 6월 처음으로 필터를 버리는 데 의문이 생겼다. 필터 안의 활성탄은 친환경 소재이므로 플라스틱에 버려도 무방하다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브리타 코리아에서 안내해 준 사항이었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딱 한 분! 어떤 인플루언서 분이 브리타는 여러 재질이 섞여서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글을 올리셨다. 나는 쪽지로 여쭤보게 되었다. 이 내용을 브리타 코리아에서 알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자세하고 친절한 답변을 받고 브리타에 연락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뉴스 덕분이었다.
지금 폐플라스틱이 얼마나 쌓여있는지, 플라스틱 선별 공정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바닥만 한 필터를 분류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파타고니아' 책을 읽으면서 친환경을 내세운 기업이라면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갖고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려 2주가 넘은 후에 메일이 도착했다.
결론은 활성탄을 분리하지 않으면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브리타가 한국에 진출한지13년이나 되었지만, 별다른 의문 없이 폐필터는 플라스틱으로 배출되어 왔던 것이다. 나는 블로그에 답변을 공유했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함께 건의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옆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세상이다.
힘을 모으면 불합리한 것들을 바꿔나갈 수 있다. 우리 동네 어딘가에 동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기운이 나고, 환경을 생각하는 많은 분들의 움직임을 배우면서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30년 후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그때 무엇을 하셨나요?”
나는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지구를 위해,
아주 작고 작은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