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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일 Jan 28. 2021

수납을 포기하면 가벼워지는 욕실



어쩌다 보니 수납장 없는 욕실


나름 가슴 아픈 사연이 있지만, 마지막에 수납장을 포기한 건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래도 ‘어쩌다'의 우연을 기회로 바꾸고 싶었어요. 욕실에 물건을 감출 곳이 없으니 드러내어도 어수선하지 않을 만큼만 남기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집 안 곳곳을 돌보면서 더하기보다 덜어내며 조금 더 친환경에 가까운 물건들로 하나씩 바꾸고 있어요. 이사 온 지 3년 차 되어가는, 조금 더 가벼워진 욕실의 풍경이에요.







수납장 안의 물건들은 어디로 갔을까



수건은 옆방의 옷장에 보관 중입니다.

좁은 화장실에 수납장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은 대부분 변기 위 일거예요. 무언가를 꺼내다가 종종 변기에 빠트리는 실수 많은 저에게는 항상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기도 했고요. 물론, 수납장을 포기하면 몇몇 수고로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수건이나 휴지가 없을 때 바로 가져다 걸어 놓아야 하니까요. 지금은 화장을 하지 않아서 클렌징 용품이 없고, 아이들 로션은 방에 두고 씁니다. 꼭 그 장소에서 써야 하는 물건들을 제외하고는 조금 더 유연하게 보관 장소를 정하는 편이기도 해요.







수납 도구들이 예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비누 받침이나 칫솔 걸이는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하고 있어요. 칫솔은 소주잔 위에 놓습니다. 10년 전에 동물그림이 귀여워 구입한 건데 이제 몇 개 남지 않았네요. 한 달에 카드 한 장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칫솔도 나무로 바꿨습니다. 물기가 있으면 엎어서 놓고, 마르면 세워 두기도 합니다. 쓰지 않는 양념 유리병에 야자 활성탄과 솔방울을 담아 두었어요. 유리 재질은 깨지기 쉽지만 예쁘고 활용도가 높아서 잘 모아둡니다. 나무 빗은 어느새 이가 빠졌지만 놓아두면 황량한 욕실이 조금 따뜻해 보이기도 하지요.






제로 웨이스트가 가능할까


비누의 All in one으로 욕조 주변도 산뜻해졌어요.

복합재질, 다양한 색상의 샴푸 플라스틱 통은 재활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비누 받침으로 쓰는 도자기는 스타벅스 그릭 요거트 병인데, 디자인도 예뻐서 몇 년째 잘 쓰고 있는 물건이에요. 비누 뒤에 병뚜껑을 박아 놓으면 미끄러지지 않아 좋습니다. 머리를 감거나 씻을 때 애벌 세탁을 하면 물을 조금 절약할 수 있어서 세탁비누와 도브 비누, 두 가지를 놓아둡니다.



그래도 제로 웨이스트는 어렵네요. 손 세정제와 아이들 치약 용기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청소를 위한 도구들이 더 힘들 때


화장실 변기솔을 관리하는 게 참 어려웠어요.

아무리 물기를 제거해도 늘 찝찝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었습니다. 깨끗하게 청소하고 싶어서 구입한 것들을 깨끗하게 관리할 자신이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다 쓴 칫솔과 남은 치약이나 베이킹소다로 가능한 부분까지만 청소하기로 했습니다. 바닥이나 실리콘 주변은 스퀴지로 물기를 제거하고 마른걸레로 닦아 내고요. 그래도 간혹 고르지 못한 부분에 곰팡이가 생기기도 하는데, 분기별로 곰팡이 제거제를 소량 이용합니다.




가끔은 예쁜 행인 플렌트를 달고 싶기도 합니다.

휑한 수납장 자리가 마음에 걸릴 때도 있거든요. 꿈꾸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새로운 식구로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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