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일 Mar 05. 2021

브런치도 부끄러웠나, 내 그릇!

사진은 브런치가 직접 고를게요.



안녕하세요. 나아지기입니다.

'여기서 글을 써도 될까?’ 작가님들의 유려한 글 솜씨에 주눅이 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둘까 생각했었어요. 내구성 없는 재능은 범죄라는데, 재능이 없는 사람이니 더 열심히라도 써야겠지요. 그런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사실 이럴 때 도움이 되라고 블로그 닉네임을 그대로 쓴 것이기도 해요. 나아지기는 아주 단순하게 '어제보다 나아지기'라는 뜻으로, ‘우리는 생일이 아닌 나아지는 것을 축하한다'는 무탄트 메시지 내용 중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나 자신을 맞닥뜨릴 때마다, 어제의 나를 떠올리며 아주 조금씩 나아가자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브런치 시작 두 달, 조회수 30만, 다음 메인 8번



저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처음 받아보는 관심에 상장처럼 적어 보게 되네요. 시선에 휩쓸리지 않는 단단함을 갖고 계신 작가님들과는 달리 작은 성과(?)라도 그러모으고 돌아보면서 힘내는 중입니다. SNS도 전혀 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브런치에 도전했다가 탈락! 브런치에 삐져서 블로그에 핸드폰으로 글을 적어 오다가  '1년 동안 옷을 사지 않았습니다'라는 글로 통과하게 되었어요.




두 개의 글이 다음 스타일 카테고리에 올랐습니다. 전혀 스타일리시하지 않은 저는 루이뷔통 신상과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링 사이에서 조금 외로웠습니다. 그리고 몇 편의 글들을 바닥에 붙어서 천천히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쓰는 글마다 연속 6번 다음 메인에 오르면서 ‘제목이 다한 걸까', '소재가 재밌었나',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을 즐기다가 문득 뒷면을 들춰보니 부담감이라는 세 글자를 보이네요. 나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사진은 브런치가 직접 고를게요!



그래도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어 적어 봅니다.

‘그릇 콤플렉스’라는 글에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촌스러운 핑크 접시 사진을 올렸는데, 메인에는 깔끔한 싱크대 사진이 올라갔습니다. 브런치에서 더 적합한 사진으로 바꿔서 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죠. 접시 사진이 올라갔다면 클릭수가 저조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브런치도 제 그릇이 부끄러웠을까요?




다음 메인에 오르면 사진 수정이 안됩니다!



"꺄악- 우리 집 욕실이 메인에 올라갔잖아!!!”

급하게 변기와 세면대가 안 나오게 찍은 사진으로 수정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내용을 클릭하면 수정된 사진이 보이긴 합니다만.) 이후에도 다음 메인에 오를 때마다 브런치 픽에 의해 바뀌는 사진들을 보면서, '사진 고르는 재주가 없으니 좋은 쪽으로 잘 골라주세요~’ 맡기고 있어요.






얼마 전에 노트북을 장만했어요.

10년 동안 컴퓨터 없이 살고, 핸드폰으로 글을 써 와서인지 두 손으로 타자를 칠 때 조금 감격스러웠습니다. 줌 수업용으로 산 것이지만, 몰래 붙어서 계속 글을 써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목석처럼 온몸이 굳었던 저는 어느 날 결심합니다.

매일 5분씩 아픈 손목부터 풀어보자고.

조금씩 유연성을 늘려가며 아침마다 물구나무를 선 지 1년 반이 넘게 되었어요.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벽에 기대지 않고 물구나무에 잠깐 성공했습니다. 안정적으로 서게 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쌓이는 것들을 보면서 계속 나아가는 힘을 얻게 되네요..



이렇게나 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

살며시 라이킷을 남겨주시는 작가님,

구독해 주시는 작가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맥시멀 시어머니와 미니멀 며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