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증상 : 밤에 10시간 넘게 자고 낮잠도 잠. 잠을 많이 자서일까. 에너지가 10% 정도 돌아온 느낌.
하지만 내일 회사 갈 생각을 하니 심장이 두근거리고, 심각한 월요병이 오고 있음.
어려서부터 먹는 걸 좋아했어요.
못 먹는 게 없고, 뭘 먹어도 맛있게 먹어서 "보기만 해도 식욕이 돈다"는 말을 자주 들었죠.
(물론 몸무게도 고무줄이라는 건 안 비밀입니다…^^;)
그런 제가 요즘엔 ‘먹는 것도 귀찮다’는 감정을 느낍니다.
불면증과 함께 찾아온 변화. 우울증의 그림자.
요즘은 하루 한 끼 정도, 그것도 인스턴트나 과일로 연명하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요리를 해보았습니다. 따뜻한 미역죽이요.
쌀과 미역을 불리고, 죽 제조기에 넣었는데…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다 됐다는 신호가 오길래 열어봤더니, 아직 끓지도 않았더군요.
버튼을 다시 눌렀더니 또 같은 상황.
"아, 고장 났구나."
냄비로 옮겨 끓이려 부었는데,
"어이쿠!"
냄비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넘칠 정도의 양이 되어 있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불어났는지…
결국 큰 냄비와 죽 제조기, 두 군데에서 미역죽을 끓였습니다.
죽은 제대로 되었지만, 하루 종일 먹고도 남았죠.
문득, 지금 제 상태가 고장 난 죽 제조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한꺼번에 무너진 게 아니라
가랑비처럼 쌓인 일들이, 말없이 내 한계를 넘었고,
사람들과의 갈등, 갑질,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위치가 함께 누적되다 보니
어느 순간 작동이 멈춰버린 거예요.
저는 늘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예전에 하던 일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그러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겠죠.
‘쟤는 괜찮은 사람, 뭐든 해내는 사람.’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인가 봐요.
저는 만능이 아니고, 고장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