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 차 - 40대 중반이지만, 토익공부합니다

체력은 늘었는데, 점수가 없어졌어요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약을 바꾼 뒤 낮잠 쏟아짐이 다소 완화. 그러나 식욕 폭발은 여전해서 오늘도 폭식.

그나마 희소식이라면? 폭식 후 달리기를 했는데 전혀 숨이 차지 않았다. 체력이 좋아진 걸까?


부끄럽지만... 오늘도 폭식을 하고 말았습니다.

예전엔 <고독한 미식가>를 봐도 입맛이 없던 제가

요즘은 먹방만 봐도 침이 고일 정도로 식욕이 살아났습니다.

이게 회복의 신호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증상의 시작일까요?


그래도 사 먹지 말고 내가 해 먹자!라는 다짐은 지켰습니다.

닭 가슴살에 야채 듬뿍 넣고 건강한 카레를 만들었지요.

문제는… 평소 3일 치 분량을 하루 만에 비워버렸다는 것.

(네, 혼자요.ㅠ)


많이 먹어서인지 달리기를 해도 힘들지가 않았어요.

“어, 나 왜 안 힘들지?”

그렇게 기분 좋게 땀 흘리고 돌아와 씻으려던 찰나—

헉! 오늘은 8월 15일 광복절.

토익 점수가 만료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40대 중반, 문과 출신의 계약직 직장인.

언어 말고 내세울 스펙도 딱히 없는 저에게

어학 점수는 마지막 자존심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영어를 쓸 일은 거의 없었고,

시험을 칠 때마다 점수는 조금씩 하락.

결국 지난 시험에서는 700점대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전 언어 전공자입니다!)


중국어 전공에 일본어 복수 전공.

“이 정도면 영어까지는 안 해도 되겠지?”

20대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참 순진했지요.

돌아갈 수 있다면 영어 공부도 놓지 않았을 텐데.


뭐 지금 후회한들 소용은 없고,

결국 20년 만에 다시 미라 사 둔 토익 교재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리스닝 파트 2부터 이렇게 무너질 수 있나요?

방금 들은 게 영어인지 독일어인지도 모르겠고,

그 짧은 파트 2를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상태라니…


AI가 통·번역을 척척해내는 시대,

사람 번역가는 점점 설자리가 줄어드는 세상에서

우리는 왜 아직도 토익 시험을 보며 스펙 경쟁을 해야 할까요?


물론 알고 있어요.

회사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적절한 기준'으로 공정하게 걸러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연필을 쥐고, 파트별 공부를 시작합니다.

스무 살의 ‘깡’은 사라졌지만,

40대의 현실감각은 아직 살아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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