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일 차 - 잃어버린 '깡'을 찾아가는 길

내 안의 강호를 깨우는 중입니다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낮에도 졸림 지속. 머리 쓰는 일을 시작하자 기억의 순간적 ‘블랙아웃’ 재발.

위장장애도 계속됨.


사람들과의 대화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는 마법 같은 일입니다.

어제 그 대화를 통해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바꿔보기로 했어요.


원래 제 꿈은 무협소설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박사 과정 논문도 김용의 무협 세계에 대해 쓰고 싶어 면접에서 당당하게 말했었지요.

당시 교수님들의 표정이란...

다행히 지도 교수님이 " 하고 싶은 연구는 박사 따고 하라"라며 무마해 주신 덕에

겨우 합격했는지도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그런데, 제가 이토록 사랑하는 무협의 인기가,

그 '강호의 정신'이 오늘날 아침이슬처럼 사라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게다가 하늘이 무너져도 겁날 것 없을 것 같던 자신감과 '깡'으로 가득했던 제가,

회사 사람들의 몇 치 혀에 무너져 우울증 따위를 겪게 될 줄은 또 누가 알았을까요?


그리하여 좋게 말하면 무념무상,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생존만 하던 저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바로 어린이 대상 무협 동화를 써보는 것입니다.


무협은 원래 긴 호흡의 장르입니다.

한 화에 1만 자씩, 수백 회를 이어가는 서사.

지금의 저에게는 그만한 에너지도, 집중력도 없어요.


하지만 어린이 동화라면 이야기를 짧은 호흡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어린이신문을 만들며

어린이의 눈높이로 쓰는 글에 익숙해진 것도 장점입니다.

전에는 망설였겠지만,

이제는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게 천 가지 재능이 있더라도

쓰지 않으면 그냥 ‘입만 산 동네 바보’ 일뿐입니다.

그 결과가 별것 아닌 습작일지언정,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잃어버린 '깡'을 되찾고 싶어요.


어린 시절, 오직 자막 없이 무협을 보겠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장국영 통역을 한 번 해보겠다며

겁 없이 1/3 이상이 외고 출신인 중문과에

학원 한 번 가지 않고 입학했던 그때처럼.

1학년 1학기 2.8학점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3년 만에 HSK 고급을 따고

염원하던 부산국제영화제 통역까지 해냈던 그때처럼

다시 용기와 자신감을 되찾아보려 합니다.


때론 문밖을 나서기 힘들 정도로 피폐해진 정신에

컴퓨터가 꺼지듯 뇌가 아직도 멈추기를 반복하지만

어린 시절의 '깡'을 다시 찾고 싶습니다.

그 자신감으로 다시 새로운 일을 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그런 꿈을 꾸며 기획을 좀 해봤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한 발짝씩,

언젠가 저의 무협 동화를 여러분에게 자신 있게 소개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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