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욕먹으며 뜨는 새로운 인기공식 ‘黑红(헤이홍)
논란도 자산이 된다 - 중국式 ‘욕먹는 인기’ 黑红이란?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정적인 관심조차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중국 연예계에서는 최근 이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조어가 자주 회자되는데요.
바로 黑红(hēi hóng, 헤이홍)입니다.
미움받는 사람이 오히려 인기를 얻는 모순적인 현상. 이번 화에서는 黑红(헤이홍)에 대해 함께 알아봅니다.
黑红(헤이홍)이란?
黑红(hēi hóng, 헤이홍)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검은(黑) + 붉은(红)’ 색 조합입니다.
중국에서 검은색은 전통적으로 ‘어둠’이나 ‘부정적인 것’을 의미하며, 붉은색은 ‘성공하다’, ‘인기가 많다’ 등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합니다.
이 두 가지 색상이 만난 黑红(헤이홍)은 부정적(黑) 이슈로 인해 논란과 비난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이런 부정적 주목이 인지도와 인기를 끌어올려 더욱 ‘붉게(红)’ 타오른다는 데서 비롯했습니다. 즉, ‘논란은 많지만 유명한 상태’인 거죠.
黑红(헤이홍)의 유래는 2000년대 중후반, 중국 인터넷과 SNS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왕홍(인플루언서) 경제가 본격화되면서 나타난 독특한 현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이슈(黑)로 인해 논란이 된 인물이나 사건이 오히려 엄청난 화제성과 대중의 관심을 얻으며 빠르게 확산(红)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검은(黑)’과 ‘붉은(红)’이라는 색채어가 결합하여, 비난과 논란 속에서 역설적으로 더욱 유명해지는 현상을 지칭하는 신조어 黑红(헤이홍)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논란(黑) + 대량 확산 + 지속적 언급(讨论度) = ‘黑红(유명한 안티 스타, 논란 속 인기)’
이와 같이 黑红(헤이홍)은 단순히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비판과 논란의 힘을 역이용하여 ‘화제성’을 극대화하는 인터넷 생태계의 심리적·상업적 공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黑红(헤이홍)은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이 인기를 유지하는 하나의 전략이 되어, "黑红也是红的(까여도 유명하면 된 거지)"라는 말이 실체가 되었답니다.
어떻게 黑红(헤이홍)이 되는가?
黑红(헤이홍)이 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몇 가지 공통 키워드가 있습니다.
① 自带热搜体质(zì dài rèsōu tǐzhì, 쯔 따이 러쏘우 티즈): 스스로 실검 유발 체질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하는 인물들을 일컫습니다.
뛰어난 실력이나 긍정적인 이슈보다는 때로는 경솔한 발언이나 논란이 되는 태도 등이 더욱 큰 주목을 받을 때,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黑红(헤이홍)의 길을 걷게 됩니다.
② 黑粉(hēi fěn, 헤이펀): 악성 팬도 팬이다
중국 팬덤 문화에서는 ‘黑粉(헤이펀)’도 중요한 마케팅 자산입니다.
악플로 화제가 되더라도 검색량, 트래픽, 수익은 오히려 증가하니까요. “싫어하지만, 자꾸 보고 싶다”는 모순된 관심이 인기의 원천이 됩니다.
③ 흑역사 마케팅
왕홍(인터넷 방송인)이나 뷰티 인플루언서들이 의도적으로 과장, 논란, 거짓말을 통해 이슈를 만들고 트래픽을 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造黑体质(zào hēi tǐzhì, 짜오 헤이 티즈, 의도적으로 까이는 체질 만들기)'는 일종의 전략이 되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黑红(헤이홍)에 대한 반응은 양극화됩니다.
“虽然讨厌她，但就是想看她的直播”(걔 싫은데, 라이브는 계속 보게 돼.)
“黑红不是长久之计”(논란으로 뜨는 건 오래 못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黑红(헤이홍) 전략은 여전히 통합니다. ‘관심 = 돈’인 시대에는 부정적 이슈조차 콘텐츠가 되니까요.
한국과의 비교: ‘노이즈 마케팅’?
한국에서도 “비호감인데 궁금해서 보게 되는” 또는 “말도 안 되는데 조회수는 높음” 같은 현상이 많아지고 있죠. 유튜브, 틱톡, SNS를 통해 유사한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黑红(헤이홍)은 단순히 일회성 논란을 이용하는 노이즈 마케팅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黑红(헤이홍)은 부정적인 이슈를 발판 삼아 지속적인 논란과 함께 인기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시키는 현상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黑红(헤이홍)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오늘날 ‘인기’라는 개념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언어입니다.
과거의 스타는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오늘날의 화제 인물은 때로는 사랑과 혐오를 동시에 받으며 성장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은 시대, ‘욕을 먹어도 화제가 되면 이긴다’는 아이러니.
이제는 블랙이 레드보다 더 뜨거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黑红(헤이홍)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